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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패닉 에어포트

: 나는 공황장애가 있는 공항 직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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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16일
쪽수, 무게, 크기 268쪽 | 292g | 128*188*16mm
ISBN13 9791197157998
ISBN10 1197157999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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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언젠가는 씻은 듯이 다 나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씻고 씻고 씻어서 언젠가는 정말로 씻겨져 내려갈 아이들이라면, 마지막 날에 그 친구들에게 단 하루 말을 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그래도 고마웠다고 얘기하고 싶다. 모든 것이 불행하진 않았었다고. 어둠이 있었기에 빛이 더 찬란할 수 있었다고.
--- p.24

나는 처음에 이게 공황발작인지 몰라서 심장 검사를 받아보려고도 했었다. 그런데 이게 아주 얄미운 병인 게 뭐냐면 진짜 너무너무 고통스럽고 괴로워서 응급실에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홀랑 나아 버린다. 구급차라도 타는 날엔 베드에 누워 멀뚱멀뚱 응급실로 옮겨지는 게 수치스러워서 더 고통스러울 지경이다. 헐레벌떡 달려온 간호사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멋쩍은 웃음으로는 커버가 안 된다.
--- p.45

나는 분명 잠에서 깼는데 마치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잘 떠지지도 않는 눈으로 회사 메일 앱 모양의 알림을 확인하고 간신히 들어갔을 때, 아직 이곳이 꿈이라고 믿고 싶었다. 만에 하나라도 복직하라는 내용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짓밟으며 나에게 도착한 메일은 ‘계약 만료 안내 사항’이었다.
--- p.173

빛이 닿지 않는 길을 홀로 걸어가는 건 외롭다. 힘들다. 정말 이 약을 다 끊고 다 괜찮아지는 날이 오기는 할까 의심스럽다. 소실점의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하염없이 걸어가는 나는, 아무도 없는 망망대해에 혼자 표류하고 있는 나는 과연 이 세상에서 쓸모 있는 사람일까. 사실은 아무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기에 적당히 버려둔 이곳에서 눈치 없이 홀로 이 기나긴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훗날 내가 아침저녁으로 챙겨 먹는 알갱이가 있다면 그건 영양제 따위뿐이기를, 우는 날보다 울지 않는 날이 더 많아지기를, 제발 나를 이 시련의 늪에서 구해달라고 나의 우주에게 빌고 또 빌었다.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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