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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동네 시인선-195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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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188g | 127*203*20mm
ISBN13 9791158965815
ISBN10 1158965818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연습된 표정에 빙의 되어 살아왔으니

나의 유일한 성공은
정면이 나의 얼굴이라고 믿는 너의 오해

손에 닿는 촉감이 낯설게 느껴진 것은
굴곡진 슬픔의 근육들 때문이지

아직도 모르겠니?

뒷모습을 네가 보았다면
또박또박 새겨진 내 마음을 읽을 수 있었을 텐데

텅 빈 이면만이 나의 진실이었으므로
답하지 않음으로 답했으므로
---「이면지」중에서

무늬를 갖고 싶었지
리듬을 타고 형형색색의 상징을 실어 나르는
당신이라는 날개의 빛깔과 꼭 닮은

나비를 만진 손으로 눈을 비비면 눈이 먼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
나는 나부끼는 것들이 두려웠던 아이
그러나 어디에 앉을까 자리를 고르는 날개들을 눈앞에 두고도 겁먹지 않았던 건
눈부신 무늬에 기대어 한 생을 건너갈 수 있을 거란 믿음 때문

어떻게 해야 내게도 무늬가 생길까

꽃대처럼 서서 몸을 흔들었지
오그라든 내 어깨 위에 내려앉은 당신의 날개가
접었다 펴기를 반복하며 나를 붉게 물들일 때까지

영원 속을 헤매던 당신의 눈빛과
그 눈빛에 그을린 나의 슬픔이 뭉쳐 하나가 되는
긴 입맞춤의 시간을 지나
잃어버린 계절을 찾아 떠돌던 날개의 여정이 내 몸에 새겨지고 있었지

내 안에서 끝없이 태어나고 저무는
당신이라는 무늬
---「당신이라는 무늬」중에서

나는
누군가의 대리 서명이거나 본인 인증에 실패한 아이디

절망이 되기 전에
아우성이 되기 전에

고독을 힘껏 밀어올리고 있었다

함부로 나를 삭제하지 못하도록
새로운 비밀을 만들고
비밀을 만든 자신도 비밀에 부치며

연두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어둠 속에 저장된 모든 감정을 빨아들이고 있었던 것

썩지 않기를 바라지만
썩어야 펼쳐지는 기억의 엑스파일

누구와도 공유하지 않았던 침묵에 균열이 생겼다

내가 눈부심을 앓기 시작한 날이었다
---「싹」중에서

언제나 세계는 세워둔 벽을 시름했으므로

이제 우리가 뛰어넘을 차례입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생각해봐요

벽이 사라진다면
미래로 통하는 곧은 선과 길들이 있는 문이 열린다면

오늘은 가능합니다

경계를 지운다는 것은 얼마나 환한 일인가요

용기를 주고받았으므로
햇살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거죠

시간이라는 욕망의 끝은 멈춤이겠지만
걸어보지 않은 길이 있어서 희망은 뛰어가는 거예요

좁은 골목 끝에 서서
삶은 자꾸 오라 오라 하고

그러니 우리 걸음을 아끼지 말아요
오해와 진실이 각자 다른 곳에서 넘어진다 해도
---「오늘은 가능합니다」중에서

어디에 밑줄을 그어야 할까
미리 읽어 갈 수도
읽어 간다 해도 쉽게 따라갈 수 없는 텍스트
뻑뻑해진 눈으로 책장을 넘긴다
색인은 손쉽고
목차는 일목요연하다
어디까지 읽었는지 몰라서
처음부터 다시 읽는다
띄엄띄엄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읽었던 곳을 되풀이해서 읽어도
독서는 쉽게 끝나지 않는다
밑줄 그을 곳을 찾는데 밑줄이 나를 긋고 있는 모순
결론이 없다는 게 어딘가 석연찮아서
그냥 다 말장난인 것만 같아서
페이지를 덮는다
새겨야 할 부분은 텍스트 밖에 있다
---「텍스트」중에서

함부로 들어가서도 나와서도 안 되는
한 마리 뱀

달콤한 비밀을 숨긴 채
어둠 속에서 똬리를 틀고 있던

동면에서 깨어난
몸서리치게 아름다운 보폭

붉게 휘어진 길을 따라
끈질기게 따라온다

너울너울
춤을 추며
---「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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