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데
쓰는 이에 따라 우주를 싸기도 하고
바늘귀보다 작기도 하고
마음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데
불보다 뜨겁기도 하고 얼음보다 차갑기도 하고
마음은 깨끗하지도 더럽지도 않은데
쓰는 이에 따라 이슬보다 깨끗하기도 하고
똥보다 더럽기도 하고
마음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데
햇빛보다 빠르기도 하고 거북이보다 느리기도 하고
마음은 검지도 희지도 않은데
쓰는 이에 따라 흑칠보다 검기도 하고
눈보다 하얗기도 하고
마음은 달지도 쓰지도 않는데
꿀보다 달기도 하고
탕약보다 쓰기도 합니다. --- p.19
바르게 보다 보면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생각하다 보면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말하다 보면 바른 행동을 하고,
바르게 행동하다 보면 바른 생활을 하고,
바른 생활을 하다 보면 바른 노력을 하게 되고,
바른 노력을 하다 보면 바른 마음이 저절로 유지되고,
바른 마음이 유지되다 보면,
외부대상에 걸림이 없이 안정됩니다.
그러다 보면 운명이 바뀌고 밝아집니다. --- p.62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은 어느 빗방울이나 똑같습니다.
그러나 목련나무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목련꽃이 되고,
철쭉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철쭉꽃이 되고,
장미꽃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장미꽃이 되고,
백일홍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백일홍이 됩니다.
계곡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청솔모가 먹으면 청솔모가 되고,
토끼가 먹으면 토끼가 되고,
고라니가 먹으면 고라니가 되고,
사슴이 먹으면 사슴이 됩니다. --- p.70
힘든 게 문제가 아니라, 힘들어도 힘을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힘은 쓰는 만큼 나옵니다. 육체도 그러하지만, 마음의 힘은 더욱 그러합니다. 그렇다고 무리는 마세요. 힘들고 지쳐도 새로운 충전과 활력으로 힘을 내본다면 생각하지도 않던 것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이렇듯 사람은 무한히 힘을 낼 수 있는 존재입니다. --- p.79
몸뚱이 속 어디를 찾아봐도 사랑과 미움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몸뚱이로 사랑과 미움을 베풉니다. 사랑은 끝이 없이 베풀어도 몸뚱이가 고갈하여 없어지지 않는 한 끊임없이 나옵니다. 그리고 점점 몸뚱이는 자비스러운 모습으로 변합니다. 미움도 마찬가지입니다. 몸뚱이가 없어지지 않는 한 미움도 끊임없이 나옵니다. 그러다 보면 나이가 들수록 추한 모습으로 변합니다. --- p.102
지금 바깥에 비는 그저 조용히 내리고 있습니다. 자연에 주어진 일을 그저 행하는 이 새벽 비처럼 제 마음의 게으름을 닦아내야겠습니다. 그리고 신선한 가을을 알뜰히 보내야겠습니다. --- p.106
마루는 사람들에게 귀여움의 대상이었습니다. “마루, 은마루!” 하면 아무나 보면 달려가서 꼬리를 흔들며, 재롱을 부리고, 애교를 부리니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법회가 있는 어느 날 “오늘 절에 새로 오신 분들은 법상 앞으로 나오세요.” 했는데 마루가 밖에서 법상 앞으로 오는것이 아니겠어요. 그러자 신도들 모두 “와!” 하고 신기해 했습니다. --- p.118
결혼이라는 것이 서로를 알아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조건 저 조건 따지다 보면 결국은 사랑은 멀어지고, 저울질로 물물교환이 되는 것이 아닌가요? 결혼의 참다운 모습은 부부가 서로 마주 보고 웃고, 고운 말을 주고받으며, 당당하고 부끄럼 없이 사는 것입니다. --- p.135
겨울이 오기 전 잎사귀에 가려져 보지 못한 숲속을 겨울이 익어가며 차츰차츰 훤히 보게 됩니다. 그 모습은 침묵 속에서 나를 지켜보는 시간과 같습니다. 이때의 침묵은 나를 밝혀주는 찬란한 빛이 됩니다.
--- p.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