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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불꽃, 에곤 실레와 뮤즈들

욕망의 불꽃, 에곤 실레와 뮤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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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592쪽 | 642g | 140*210*35mm
ISBN13 9788932322681
ISBN10 8932322686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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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름을 부르던 말투가 생각났다. 이름을 속삭여 줬을 때의 전율과 한때 그 안에 담겼던 약속과 그녀도 알고 있는, 그것이 일으켰던 욕망. 이 환상의 소리는 오래도록 마비되어 있던 부분을 건드렸다. 환희를 일으키는 부분 말이다.
“아델?”
누군가의 얼굴이 그녀를 내려다볼 때, 그녀는 벅차오르는 가운데 자기 이름을 기억해 냈다.
“아-데-르.”
의식을 점점 잃으면서 그녀는 반복해서 그 이름을 말했고, 피투성이에 찢긴 얼굴 위로 미소가 번졌다.
“맞아, 그거야. 굳이 알고 싶다면, 내 이름은 아델이야. 아델 하름스. 절대로 잊어버리지 마.”
--- p.15

“나만 바보 같았어? 오빠는 어떻고? 오빠의 모델이었던 릴리아나는? 루머가 내 귀에까지 닿지 않았다고 착각하지 마. 엄마는 그 모든 걸 모르는 척하셨어. 적어도 안톤은 나와 결혼하고 싶어 해. 아기의 아빠가 될 거야. 그것만 봐도 오빠보다는 나아.” 게르트루드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나는 성녀가 아니야. 하지만 남자들이 결과는 생각도 하지 않고 자기 좋은 대로 뭐든지 하는 동안 우리 여성들은 완벽하고 순결해야 한다고 요구받지.”
에곤은 반격하려 했으나 게르트루드는 할 말이 더 남았다.
--- pp.273~274

아델은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는 모두 에곤에게 위대한 영감을 주길 바랐어. 하지만 확실히 발리는 그의 작품을 빛내는 원동력이었지. 내가 인정했던 것보다 더 좋은 여인이었어.”
“발리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
“나도 몰라. 그저 나보다는 더 운이 좋았길 바랄 뿐이야.”
아델은 그림 속 여인을 자세히 관찰했다. 한때 품었던 그 모든 질투는 희미해졌다.
“어쩌면 발리가 결국엔 행복을 찾았을까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리 중 누구도 에곤과의 만남에서 상처 없이 진정으로 벗어나지 못했지.”
--- pp.290~291

발리 엄마의 불만은 여자로 태어났다는 저주와 가난하게 태어났다는 저주, 아예 태어났다는 것 자체의 저주에 있었다.
“엄마가 언젠가 명료한 순간에 내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발리는 엄마의 거칠고 붉은 두 손을 떠올리며 말했다. “평범한 남자의 아내가 되지 말고, 감사할 줄 모르는 자식들의 엄마가 되거나 집안일들로 고생하며 세월을 보내지 말아라. 내 삶에는 존엄이란 게 없어. 기회가 보이면 붙잡고, 용기를 갖고,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걸 했다고 해서 절대 자책하지 말아라.” 발리는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의 충고를 따르려고 해요. 결혼과 모성은 저와는 상관없어요.”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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