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영혼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인간 정신을 진정으로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신이 우리의 경험들 중에서 가장 어둡고 가장 신비스런 영역들 중 하나라는 나의 말에 동의할 것이다. 이 분야에서 배울 수 있는 것에는 절대로 끝이 없다. 나도 치료 활동을 하면서 새롭고 뜻밖인 무언가를 겪지 않고 보내는 날은 단 하루도 없다. 정말이지, 그런 나의 경험들은 삶의 표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그런 평범한 일들이 절대로 아니다. 그럼에도 그 경험들은 특별한 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모든 정신과 의사들이 쉽게 닿을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
“완전에 이르는 옳은 길은 불행하게도 불길한 우회로와 잘못된 방향 전환들로 이뤄져 있다. 그 길은 쭉 곧지 않고 구불구불하고 긴 여정이며, 상반된 것들을 결합시키는 경로이고, 미궁처럼 구부러진 곳과 귀퉁이들이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그런 경로이다. 우리가 ‘접근 불가능하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 그런 경험들을 만나는 것은 바로 이 긴 여정 위에서다. 그 경험들의 접근 불가능성은 곧 그것들이 우리에게 엄청난 노력을 요구한다는 의미이다.”
“‘그리스도를 본받으려는’ 노력, 즉 이상인 그리스도를 따르며 그리스도처럼 되려는 노력은 논리적으로 속사람을 발달시키고 고양하는 결과를 낳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보면, 그리스도라는 이상은 피상적이고 형식주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신자들에 의해 외적 숭배의 대상으로 바뀌었다. 그 대상이 정신의 깊은 곳에 닿아서 그 정신에게 이상을 따르면서 완전성을 추구할 기회를 줘야 하는데, 그 기회 자체를 빼앗아버리는 것이 바로 대상에 대한 숭배이다. 따라서 신성한 중재자는 하나의 이미지로서 밖에 서 있고, 그런 가운데 인간은 자신의 깊은 부분이 건드려지지 않은 채 불완전한 상태로 남는다.”
“의식적인 정신의 핵심은 구별이다. 이유는 의식이 사물들을 알기 위해서는 상반된 것들을 분리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의식은 자연에 반하게 그런 구분을 한다. 그러나 자연 속에서 상반된 것들은 서로를 추구한다. 극단적인 것들이 서로 접촉하는 것이다. 그래서 통합의 씨앗은 무의식에, 특히 통합의 원형인 자기에 있다. 거기서 신의 안에서처럼 상반된 것들이 상쇄된다. 그러나 무의식이 스스로를 분명하게 드러내기 시작하자마자, 상반된 것들은 천지 창조 때처럼 서로 갈라진다.”
“인간이 자신의 문제로 고통을 겪는 것은 그 만큼 가치 있는 일이며, 사람은 자신의 영혼 안에 성장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갖고 있다. 영혼 안에서 조용히 일어나는 사건들을 인내심 있게 지켜보는 것은 보람 있는 일이며, 영혼이 외부나 위로부터 규제를 받지 않을 때 가장 중요하고 가장 훌륭한 일이 일어난다.”
“부모나 조부모가 아이에게 아무리 많은 죄를 지었다 할지라도, 진정으로 어른이 된 남자는 그 죄들을 자신이 다뤄야 할 조건으로 받아들인다. 어리석은 사람만이 바꿔놓지 못한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의 죄의식에 관심을 둔다. 현명한 사람은 오직 자신의 죄의식으로부터 배운다. 그런 사람은 스스로 이렇게 물을 것이다. 이 모든 일이 일어나는 나는 도대체 어떤 존재인가? 이 운명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그 사람은 자신의 가슴 안을 들여다볼 것이다.”
“나는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사람을 몽매주의자라고 부르지 않는다. 몽매주의자는 의식이 자신의 무지를 깨달을 만큼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사람이다. 나는 물질로부터 철학의 금이나 만능약, 경이로운 돌을 끌어내려던 연금술사의 희망은 단지 부분적으로만 투사의 결과인 착각이었다는 견해를 갖고 있다. 나머지에 대해 말하자면, 그 희망은 무의식의 심리학에서 대단히 중요한 어떤 정신적 사실들과 일치했다. 텍스트들과 그것의 상징체계가 보여주는 바와 같이, 연금술사는 내가 개성화 과정이라고 부르는 것을 화학적 변화의 현상 속으로 투사했다. ‘개성화’ 같은 과학적인 용어는 우리가 최종적으로 말끔히 정리된 무엇인가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런 것이라면,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 용어는 단지 매우 모호한 어떤 연구 분야를, 탐구의 여지가 아직 아주 많은 그런 분야를 암시한다. 개성화는 인격을 형성하기 위해서 무의식 안에서 진행되는, 중심을 찾아가는 과정들이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