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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계속된다

[ 양장 ] 알마 인코그니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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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3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80쪽 | 566g | 130*213*30mm
ISBN13 9791159923746
ISBN10 1159923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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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역사는 끝나지 않았고, 그 무엇도 끝나지 않았다. 우리는 더 이상 무엇이 끝나버렸는지를 생각하면서 스스로 속일 수는 없게 되었다. 그저 어떻게든 유지해나가면서 계속할 뿐이다. 무언가는 계속되고, 무언가는 살아남는다. 우리는 여전히 예술 작품을 생산하지만, 이젠 그 방법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도 않고, 희망을 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도 없다. 지금까지는 ‘인간의 조건’의 본질을 뜻했던 것들을 모두 전제로 삼아 아무 영문도 모르는 채로 엄격한 훈육에 성실하게 복종했지만, 사실상 낙담의 구렁텅이에서 침몰하며, 다시 한번 인간 존재의 상상 가능한 전체성이라는 흙탕물 속으로 가라앉는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심판이 최후의 심판이거나 여기가 막다른 길이라고 선언함으로써, 거친 젊은이들 같은 실수도 저지르지 않는다. 이젠 그 무엇도 합리적이지 않으므로, 우리의 예술 작품이 서사나 시간을 포함한다고 주장할 수도 없고, 다른 사람들이 무언가 합리적이 되는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주장할 수도 없다. 우리는 우리의 환멸을 무시해봤자 쓸모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선언하고, 좀 더 고상한 목표를 향해, 더 높은 힘을 향해 나아가지만, 우리의 시도는 수치스럽게도 계속 실패하고 만다. 헛되이 우리는 자연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자연은 이를 원치 않는다. 신성에 대해 이야기해도 소용없고, 신도 이를 원치 않는다. 어쨌든 아무리 원한다 해도, 우리는 우리 자신 외에는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못한다. 오직 역사에 대해서만, 인간 조건에 대해서만, 본질상 오로지 기분 좋게 자극하는 적절한 불변의 특성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면으로는 신성했을’ 관점으로 보았을 때 우리의 본질은 실제로는 영원히, 그 무엇이 되었든 전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 pp.30~31

이제 우리는 항구를 표시한 부표들 사이로 미끄러져 들어오며 어쨌든 눈먼 채로 항해한다, 등대지기들이 잠이 들어 우리의 조종을 안내할 수가 없기에, 그리하여 우리는 이 더 위대한 전체가 법의 더 고귀한 의미를 반영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즉각 삼켜버리는 흙탕물 속에 닻을 내린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기다린다, 수천 가지 방향에서 동료 인간들이 우리에게로 천천히 다가오는 동안 우리는 그저 지켜보기만 한다. 아무런 메시지도 보내지 않고, 그저 지켜만 보며 공감으로 가득한 침묵을 유지한다. 우리는 우리 안에 있는 이런 공감이 그 자체로 적절하다고, 그리고 또 다가오는이들에게도 적절할 것이라고 믿는다. 오늘은 그렇지 않다고 해도, 내일은 그러할 것이다…… 아니면 10년 후에라도…… 30년 후에라도.

아무리 늦어도, 토리노에서는.
--- pp.40~41

바로 그때 갑작스레 끔찍한 공포가 서서히 내게로 기어들기 시작하니, 어디서 왔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이 점점 커져간다는 것만은 느낄 수 있었고, 잠시 동안 이런 공포는 그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그저 존재하면서 커져가기만 했으며, 나는 완전히 무력하게 그저 앉아서 내 안에서 커져가는 공포만을 바라보며 기다렸으니, 아마도 잠시 후에는 이 공포의 본질을 이해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니, 전혀 일어나지 않았으니, 이런 공포는 계속 커져가기만 하면서도 그 속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드러내지 않았고, 드러내기를 거부했고, 그리하여 당연하게도 나는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그로 인해 초조해지는데, 내가 자기 속내를 감춘 이런 공포를 안고 영원히 여기 계속 앉아 있을 수 있을지, 그런데도 나는 감각을 잃은 채로 창가 옆에 그저 앉아 있기만 했는데, 바깥에서는 이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고, 무너지고, 또 무너지는데도, 그때 갑작스럽게 내 귀는 삐걱대는 소음을 인식하는데, 저 멀리에서 둔중한 사슬이 철컥거리듯이, 또, 내 귀는 약간 득득 긁는 소리도 인식하는데, 단단히 묶어놓은 밧줄이 서서히 풀려나가듯이, 내가 들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이 삐걱대는 소리와 이 무섭게 긁어대는 소리뿐, 다시 한번 나는 내 낡은 언어를, 그리고 내가 굴러떨어진 완전한 침묵을 떠올리고, 거기 앉아서 바깥을 응시할 뿐, 완전한 어둠이 방 안을 채울 때, 오직 한 가지만이 완전히 확실해졌으니, 그것이 풀려나버렸다는 것, 그것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 그것이 벌써 여기에 있다는 것.
--- pp.48~49

그때 여자가 다시 일어나더니 세 번째로 창구로 다가갔습니다. “또 방해해서 죄송한데요…….” 여자는 불안하게 말을 시작했습니다. “다 썼는데…… 다만…… 뭔가 덧붙이고 싶어서요. 이렇게 쓰면 괜찮을지…….” 여자는 창구 구멍으로 전보 용지를 건넸습니다. “한 단어만 더 붙이고 싶어서…… 하지만 알 수가 없어서…… 다 새로 써야 할까요?” (중략)

직원은 두 팔을 무력하게 펼치며 공모하는 동지의 눈빛으로 줄에 선 다음 사람, 젊은 군인을 한번 보더니 얼굴을 찡그리고 “뭘 도와드릴까요?”라고 말하고 전보를 받아 그 위로 몸을 숙였습니다. “말씀을 하세요, 무슨 단어인지. 제가 써넣어드릴 테니까요. 이거, 끝내버리죠.”
여자는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여기, ‘쓸모없는’이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어요.” (중략)

“이런 미치광이들은 참을 수가 없어요. 이런 사람들은 진절머리가 난다니까요. 한 명만 더 만나면…… 그냥 이것 좀 보세요!” 여자는 젊은 군인을 향하며 역겹다는 듯 손바닥으로 전보를 내려쳤다. “이걸로 대체 뭘 하란 말이에요?”
“뭐죠? 뭐가 잘못됐습니까?” 청년이 물었다.
분개한 손짓으로 직원은 전보를 그에게 내밀며 주먹을 쥐어 구겨버렸다.
“수취인이 없잖아요.”
--- pp.119~121

그 100명 후에는 또 다른 이를 언급해도 실제로는 그 사람에게 절대로 가 닿을 수 없다는 사실조차 깨닫는 사람마저도 나타나지 않게 되어, 오로지 이제는 말만이 남게 되니, 또 한 번의 2,500년 동안 인간의 말은, 이전에도 그러했듯 아무짝에도 쓸모없게 될 것, 사람들이 과거부터 지금까지 무엇에 의해 매개되지 않고 신성하게 지켜진 수조, 수억의 사실 속에 새겨진 것을 해독해낼 수 없기 때문만이 아니라, 이 말들이 우리를 이끌어야 하는 곳에서 벗어나 다른 곳으로 돌아가게 할 뿐 아니라, 우리가 이제는 바로 원래의 말로 돌아갈 길도 없다는 상실로 슬퍼해도 그를 위로하기에 적합한 말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못 할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우리에게 이런 경고도 주지 못하기에, 우리는 무언가 말해지기라도 한다면 그 말에 아주 조심스럽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 그 말은 한 번, 오직 딱 한 번만 말해질 테니까.
--- p.147

그저 그는 이런 행복을 감추지 못하고 그저 환히 발산하며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고, 환히 웃는 얼굴로 비행기에 탑승하며, 눈동자를 빛내며 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맸다, 꿈꾸어왔던 선물을마침내 받은 아이처럼, 그는 실로 행복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그에 대해 말할 수 없을 뿐이었다, 그가 상하이에서 깨달은 건 말로 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실로, 비행기 창문 너머로 눈이 멀 정도로 찬란한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심오한 침묵을 지키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어느 폭포였는지는 이제는 더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폭포 중 하나를 보게 될까 하는 것도 더는 중요하지 않았다, 모두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그 소리를 들은 것만으로 충분했다, 그는 구름 높이, 대략 1만 미터 고도에서 시속 900킬로미터의 속도로 북북서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눈이 멀 것같이 푸른 하늘, 언젠가는 죽으리라는 희망을 향해서.
--- pp.196~197

그는 생각했다, 도망가? 바라나시에서 도망가?! 하지만 망할, 젠장! 바라나시가 세계였다. 최대로 신중하게, 먼저 그는 주위를 살핀 후 문으로 쓱 빠져나와 발꿈치를 들고 계단을 내려와서 텅 빈 호텔의 접수대를 몰래 지나서, 거리에 발을 내디딘 후 맨 처음 보이는 모퉁이를 돌았다, 그런 후에는 바로 다음에 나오는 모퉁이를 또 돌았다, 네 번 돌지 않도록 주의하고, 늘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돌지 않도록 했다, 이것이, 이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 경보등처럼 울려 퍼졌다, 네 번은 안 돼, 같은 방향은 안 돼, 그랬다가는 탈출구는 없어, 떠났던 자리로 돌아올 거야.
--- p.334

나는 지구를 떠난다는 건 “내가 평소 앉는 창문”에서는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미 안다, 즉 내가 창문을 열고 바깥으로 발을 내디뎌 내 몸을 밀어 떨어뜨리면 그걸로 끝, 나는 위로 올라간다, 이렇게는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신에 나는 모든 것을 끝낸 후에(그리고 내 공책을 이스트반 간호사에게 줄 것이다), 여기 6층의 창문을 열 것이다, 나는 창틀에 서서 내 몸을 밀어낼 것이다, 무엇이든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건 확실히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에. 그때가 왔기 때문에. 6층에서 낙원으로.
--- p.418

나는 여기 모든 것에서부터 떠납니다: 골짜기, 언덕, 길, 그리고 정원의 어치 새들, 나는 여기 술통과 사제, 하늘과 땅, 봄과 가을을 두고 떠납니다, 나는 여기 출구 경로, 부엌의 저녁, 마지막 연인의 눈길, 부르르 몸이 떨리던 모든 도시행을 두고 떠납니다, 나는 여기 땅 위에 떨어지는 짙은 황혼, 중력, 희망, 매혹, 평온을 두고 떠납니다, 나는 여기 사랑하는 이들과 내게 가까웠던 이들을, 나를 감동시켰던 모든 것, 내게 충격을 주었던 모든 것, 나를 매혹시키고 고양시켰던 모든 것을 두고 떠납니다, 나는 여기에 고귀한 이들, 자애로운 이들, 유쾌한 이들, 악마적으로 아름다운 이들을 두고 떠납니다, 나는 여기에 새로 돋는 새순, 모든 탄생과 존재를 두고 떠납니다, 나는 여기에 주문, 불가사의, 거리로 인한 도취, 무한한 끈기, 영원을 두고 떠납니다: 여기에 나는 이 땅과 이 별을 두고 갑니다, 나는 여기서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앞으로 올 일을 이미 들여다보았기에, 여기에서는 아무것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 pp.467~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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