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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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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312g | 120*188*30mm
ISBN13 9791192674339
ISBN10 1192674332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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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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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마치 결승선을 착각한 마라토너의 기분과도 같았다. 끝인 줄 알고 마지막 힘을 쥐어짰는데 사실은 1킬로미터쯤 더 가야 한다고. 몸에서 힘이 쭉 빠져나간 마라토너에게 남은 1킬로미터는 지나온 41킬로미터보다 멀게 느껴진다. 이슬에게 다시 자살은 그 1킬로미터만큼이나 먼 곳에 있었다.
--- p.14

공기는 지옥이다. 공기를 마시고 뱉는 자들은 크든 작든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이행해야만 한다. 죽음이 그 끔찍한 굴레로부터 떨어져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출구라 생각했는데, 지독한 공기는 기어이 죽음마저 뚫고 들어와 나에게 계속적인 의무 이행을 요구하고 있었다. 분.명.히. 죽은 상태인 나는 가능하다면 지금보다 더 죽은 상태가 될 수 있길 빌었다.
--- p.20

“형록아, 잊지 말자. 넌 진짜 아무것도 아니야. 가진 거라곤 목숨밖에 없었는데, 넌 이제 그것도 없잖아.”
--- p.44

세상에 신이 실존하는 걸까? 그렇다면 제2한강의 신은 분명 신 중에서 가장 한가한 편일 것이다. 혹은 잔인에 가까울 만큼 장난기가 넘치거나.
--- p.82

“아무리 한심하고 멍청한 모습이라도, 그 자체가 나였으니까요. 하나씩 버릴 때마다 나의 일부분이 잘려 나갈 것이고, 그러다 보면 결국 나라는 사람은 존재 자체가 사라지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죠. 저는 저를 지워버리려고 자살한 게 아니거든요.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나를 지키고 싶었던 것뿐이지.”
--- p.87

자살한 사람들을 모아 놓고 또 자살을 시킬 거라면, 애초에 이딴 공간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거지?
--- p.105

우리나라에서는 하루에 30~40명이 자살한다는 통계를 접한 적이 있다. 그 정도 숫자라면 자살자 본인을 제외하더라도, ‘자살 이동자’들이 꽤 많을 것이다. 자살한 이를 후송하는 구급대원들, 자살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향하는 가족과 친구들, 정확한 사망 원인을 진단하기 위해 출동하는 검시관과 경찰들, 장례식을 위해 이동하는 조문객들, 자살한 이들이 안치된 납골당과 묘지를 찾는 사람들…. 도로 위 어딘가에선 분명 그런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을 테지. 자살은 정말이지 손이 닿는 곳에 널브러진 죽음이었다.
--- p.115

“그쪽한테 소중한 사람이었다면, 그 사람도 그쪽을 소중하게 생각했겠죠? 그럼 죽지 말자는 약속을 어긴 것보다, 약속을 어길 수밖에 없었던 그쪽의 사정을 더 안타까워할 거예요. 오늘만 울고 그 약속은 잊어요. 무효예요, 무효.”
--- p.127

뒤이어 세 번째, 네 번째로 사람이 뛰어내렸다. 그 풍경은 마치 아주 형편없는 다이빙 대회를 보는 것 같았다.
--- p.178

“그렇게 미리 걱정해 두면 진짜로 미래의 걱정이 줄어들기라도 해? 생각해 봐. 너 대출 알지? 돈을 끌어다 쓰면 이자가 생기잖아. 걱정도 미리 당겨 하면 이자만 쌓이는 거야. 미래에 갚아야 할 걱정 원금은 그대로 남아 있는데 말이야.”
--- p.181

“저번에 순환열차에서 그랬잖아. 자살한 걸 후회하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후회하거나 후회하지 않거나 어느 한쪽으로 기울게 되는 날이 ‘다시 자살’하게 되는 날이라고.”
--- p.284

“내 삶에서 내 잘못이 아니었던 것들이 보이게 된다는 거야. 내가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게 꼭 내가 못나서, 내가 멍청해서, 내가 바보같이 생각하고 행동해서만은 아니란 걸 깨닫는 거지.”
--- p.289

‘나는 왜 자살했을까? 나는 왜 다시 자살하지 않는 걸까?’
--- p.304

인생은 태어난 날부터 죽는 날까지 하나의 선으로 이어진 것 같아 보여도, 결국 하루라는 단위의 수많은 점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오늘은 오늘 하루만큼의 점만 찍을 수 있다. 오늘의 걱정이 내일의 점을 대신 찍어 주지는 못한다. (…) 점이 이어지는 한 선은 끊어지지 않는다. 선이 끊기지 않는 한 삶은 이어진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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