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의 시적 자아의 목소리는 세 겹이다. “내 입에서는 언제부턴가/세 사람의 목소리가 튀어 나온다“라는 말 그대로 박소원 시인의 시는 다성성인 것이다. 하나는 가족사를 말할 때의 목소리이고 다른 하나는 일상을 살아내고 건너는 화자의 말투, 그리고 궁중잡채를 만들고 고등어를 튀기는 등의 요리하는 여성 특유의 음성 등이 그것이다. 그 세 목소리 가운데 나는 특히 가족사를 언술하는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시앗을 본 어머니, 그리고 장애를 지닌 용영이 형 등은 단순한 한 가족의 구성원이 아닌, 지난 시대 우리 삶을 압축한 기표들이다. 이 비극적 기표를 제시하면서도 자칫 한탄이나 절망에 떨어지지 않는 건강성에 바로 이 시인의 시의 힘이 있다.
홍신선(시인,전 동국대 교수)
박소원의 시는 삶의 현실이 유적과 같이 드리워져 있다. 현실의 빛과 그늘을 채색하는 감성이 매우 농후하다. 어둡고 쓸쓸한 시간의 골목들을 누비며 삶의 일상들의 뒤편을 걸어 들어가 시의 주소를 찾아다닌다. 일상으로의 순례, 박소원의 10년 동안의 고독한, 현실과의 투석의 기록들에는 검은 방과 같은, 추억의 문조차 닫혀 있다. 추억 속의 일상, 즉 갇혀있는 말을 호명하여 깨어나게 하고, 부활하게 한다. 사소한 이름으로 불러 일상의 갇히고, 닫힌 세계를 햇볕이 잘 드는 골목으로 유도하여 새로운 생명의 혼을 불어넣는 감성의 미덕이 그의 장인적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그의 시적 장력은 아직 꽃도 피지 않은 나무에 절지를 하고 잘린 가지마다 햇빛들의 뿌리 심는 마음으로 감성의 생명을 불어넣는 자세에도 잘 드러난다.
김수복(시인,단국대 교수)
박소원의 시 세계는 “오래된 슬픔의 구근”에서 스며 나오는 생의 비린내로 온통 축축하고 어둑시큰하다. 그에게 생은 어둠에 어둠을 고통에 고통을 덧칠하는 숙명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의 시 세계는 결코 비관적인 하강 속에 매몰되지 않는다. 그는 놀랍게도 “울음을 손질”하여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답게 살아가는 힘”과 미덕을 만들어 내고 있다. ‘어둠의 역동성’으로 지칭할 수 있을 이 점은 앞으로 박소원의 시적 삶을 분명 누구 보다 눈부시게 만드는 저력으로 작동할 것이다.
홍용희(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