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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불을 꺼야 하네

걷는사람 시인선-079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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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56g | 125*200*20mm
ISBN13 9791192333601
ISBN10 1192333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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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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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몰래 오십만 원 드렸다 부러 몰래는 아니었는데 드리다 보니 처가엔 서운할 일 같아 주저리 단속하고 밖을 나왔다 마침 첫눈이 내리고 있었고 아내가 점찍어 둔 신상 겨울 점퍼가 생각났다

아내 몰래 낮술 홀짝이며 싱숭생숭 앉아 있자니 눈발이 점점 성해지고 있었다 자기도 첫눈 보고 있다고 전 화해 온 아내다 첫 생각에 지금 당장 만날까 말꼬릴 올리는데, 아내여 미안하다
---「첫눈」중에서

힘들면 내 무릎에 좀 누워
배기고 불편해

임신한 아내가
마땅히 쉴 곳이 없다

아내는 서운한 것이다
산책 문제는 아니다

아무것도 아니라니깐,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벤치에 앉아
아무것도 아닌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아무 생각 안 하는 것 같지만
정말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건 꽤 중요하다
---「괜히 나온 산책」중에서

주인집은 수도세를 매번
바가지 씌운다
자기네는 물 쓸 일 없다고
혼자 자취하는 내게 반을 떠넘긴다

담근 김치도 갖다준다
오다가다 만나면
아저씨는 정정하시고
막내아들은 예의바르고
아주머닌 뭐 뜯어먹을 거 없나
궁리하듯 나를 본다

아이스크림이라도 하나 건네면
호호 날씨 덥지? 하면서
오물세가 또 어쩌고
자식 같으니까 하면서
그럴 땐 내가 이 집 장남인 것이다
---「절반 식구」중에서

짐이 무거운 할머니를 도와 먼 버스정류장까지 기왕에 옮겨 드린 건데 할머니 안색이 좋지 않다 시간에 쫓겨 빨라진 내 걸음도 있었지만 자꾸 달아나는 자신의 짐을 손 쳐내듯 도로 가져가시는데 내심 서운함에 빈 웃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할머니 비로소 안도했을까 지나 보니 미안했을까 나 혼자 그렇다 두고두고 생각하는 것이다 없던 사람이 생겨나 마음을 흔든다 없던 마음이 생겨나 사람을 흔든다 길바닥에 통째 흘려 버린 아이스크림이 녹자 발 동동 구르는 아이는 이제 못 먹을 건 알지만 예쁜 모양 그대로 남아 주길 바란다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안 되는 거라고 얘기는 하지만
---「사람 마음」중에서

그는 내가 출퇴근하는 그 시간에 바구닐 들고 서 있다 나는 지나칠 때 마치 그를 없는 사람처럼 외면하곤 했는데 한번은 통 크게 만 원 한 장 넣어 주니 고맙다고 연거푸 고개를 숙인다 내가 당황한 것이다 왜 그런진 모르지만 잘못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후 그 앞을 지나다 눈 마주치면 그가 반가운 얼굴로 웃는다 나는 눈을 피했다 그가 왜 그런진 알지만 다음에 멀리 돌아서 가기로 했다 간혹 그가 없는 날도 있을 거였다 장마가 왔을 때 그가 자릴 피했을까 슬쩍 보면 담벼락에 몸을 붙인 그가 거기 서 있다 낙담할 일은 아니지만 고개 숙일 일도 아니다 매번 그를 지나칠 때 뒤통수 간질거리는 것이다
---「그는 거기 서 있다」중에서

도무지 길이 안 보인다고 해요 길이란 게 다 그래 그래서 제가 누굽니까 네 첫걸음 전문가 제가 늘 전하는 말씀입니다 처음은 다 헛걸음 같아요 헛발질 헛수고 헛소리 첫걸음이 이렇게나 얼굴이 다 달라 그럼 어떡해 신은 공평하지 않은데 그래서 여러분이 절 만난 게 천만다행이다 행운이다 아시겠죠 (중략) 신은 말씀하셨습니다 허리는 뭐다 다시 일으켜 세운다 첫걸음이 또 낭떠러지라는 사람들 꼭 있죠 있어요 그건 순전히 틀렸다 엉터리야 저를 못 믿겠다 누가 그러죠 의심해 좋다 이거예요 저는 다 압니다 저는 절대 강요 안 해요 제가 애걸합니까 요구한 적 있나요 어디 손 한번 들어 봅시다 제가 여러분입니까 제가 여러분입니다 따라 합시다 나는 살 수 있다 나는 살 수 있다 그래서 제 오른손이 소개할 이게 뭐냐, 네 신입니다 신
---「신들린 손」중에서

이런이런 어쩜 좋아, 어서 가서 슬픔의 불을 꺼야 하네 슬픔의 냄비는 까맣게 타 버렸을 것이네 슬픔의 집엔 아무도 없으니 서둘러 가야 하네 슬픔의 시동을 켜고 슬픔의 엘리베이터를 올라 슬픔의 현관문을 열면 슬픔의 탁한 기침이 콜록콜록 슬픔의 코를 막고 슬픔을 환기시켜야 하네 이런이런 나는 왜 이리 슬픈 정신머린지 내 슬픔의 일상은 이렇다네

사실 오늘 아침 나는 슬픔을 절반밖에 먹질 못했다 슬픔이 상할까 남긴 슬픔을 끓는 냄비에 부었다 슬픔의 전화가 울려 와 슬픔의 전등이 꺼지고 슬픔의 카페에서 당신 슬픔과 내 슬픔이 만나 슬픔을 야기할 때 슬픔은 슬프지 않았다 당신 슬픔의 주인공은 누구죠? 나는 예고 없는 슬픔을 공개했다 눈물을 나눈다면 그 반을 당신께 드릴게요 우리는 슬픔이 각별했다
---「슬픔은 매번 이렇게」중에서

하늘이 무너졌네요

털썩 주저앉지 않습니다
저는 로커니까요

로커에게 그리 헤비한
사연은 아니지만 하늘이

왜 언더그라운드에 있느냐고
엄마는 샤우팅 하시네요

기타 리프를 튕겨 봅니다
별이 빛나는 밤에

아니면 땅이 꺼진 걸까요
언플러그드 된 골방에 누워

손 하나
까딱하지만

손에 잡히질 않네요
저도 딸린 식구니까요

엄마 보세요
하늘은 잘 무너집니다

보세요 엄마
솟아날 구멍이 어딘가

우─ 그것도 노래라고
우─ 이것도 노래이니
---「별이 빛나는 밤에」중에서

등 돌린 할아버지 옆집과 싸우고 윗집과 싸우고 서울에선 쓸모없는 할아버지 스스로를 멱살 잡아 밖에 내다 버린 고약한 할아버지 어린 나를 벌벌 떨게 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외양간 들어내고 까치 소리만 심심히 듣던 할아버지 나무지게 위에 나를 올려 산길 걷던 할아버지 채송화 심고 박하 잎 닦고 저녁내 작은방에서 새끼줄 꼬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잔칫날 기어이 술상을 엎더니 할아버지 미쳤다고 서둘러 보낸 요양원에서 얌전해진 할아버지 면회로 담배 한 보루 건네주면 눈물만 글썽이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그때 주문이 밀려 못 갔습니다 배달 오토바이 함부로 돌리지 못했습니다 살다가 전속력으로 멀어진 할아버지 치킨보다 못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이제 큰절하는 삼촌은 구부정하고 보릿자루만 해진 할머니와 흰머리 더러 난 제가 있습니다 어린 딸은 영정 앞에서 삐쭉빼쭉 히프춤을 춥니다
---「제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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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가 들려온다. 받쳐 주는 악기 하나 없이, 몸과 마음의 반응을 그대로 풀어놓는 노래다. 어느 순간 읊조리던 소리는 “샤우팅”으로 바뀌고 한없이 깊은 묵음으로 다시 이어지기도 한다. “우- 그것도 노래라고” 비웃는 자들에게, “우- 이것도 노래”(「별이 빛나는 밤에」)라고 시인은 당당하다. 그가 믿는 노래의 힘은 아름답게 지어낸 멜로디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향한 지극한 마음에 있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내’가 그의 노래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에/대해”서도 “정말 골똘히 생각하”(「괜히 나온 산책」)게 만드는, 절대적인 사랑의 존재들인 것이다. 그들이 있어 시인은 “바닥”에 쓰러진 몸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외칠 수 있다. “따라 합시다 나는 살 수 있다 나는 살 수 있다”(「신들린 손」)고.

시인이 부르는 노래들을 따라 부르다 보니 “없던 사람이 생겨나 마음을 흔”들고 “없던 마음이 생겨나 사람을 흔”(「사람 마음」)든다. 이 흔들림이 오늘 밤 또 다른 노래를 만들 것 같다.
- 길상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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