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의 강제 매각에 의해서 2억에 팔렸다고 가정하죠. 그렇게 팔리는 걸 ‘낙찰’이라고 합니다. 낙찰된 금액 2억을 가지고 채권자들이 나눠 갖겠죠. 그걸 ‘배당’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이에요. 낙찰가격(즉, 집값)은 2억인데, 빚은 2억(집값)을 넘겨요. 채권자 중에 누군가는 못 받는다는 뜻이죠. 채권자 중에 누가 못 받고 싶을까요? 못 받고 싶은 채권자는 없을 겁니다. 서로 자기 채권은 100% 회수하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채권자끼리 알아서 팔고, 알아서 나눠가져라 하면 결론이 안 납니다. 서로 싸우게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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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로 집이 낙찰되면 법원에서는 채권자에게 배당을 해줍니다. 얼마에 낙찰을 받아서 채권자들에게 얼마씩 나누어 주느냐 따져봐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게 바로 권리분석입니다. 즉, ‘권리분석’이란 배당을 짜보는 것이에요. 경매인들에게는 누가 얼마를 받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배당을 못 받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그 이유는 못 받은 돈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죠. 그 못받은 돈을 책임져야 할 사람은 당연히 채무자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낙찰자에게도 책임이 있거든요. 이때 채무자가 빚을 책임지는 것을 ‘소멸(말소)’이라 하고, 낙찰자가 책임지는 것을 ‘인수’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낙찰자의 입장에서는 이 빚이 소멸인지 인수인지가 중요해집니다. 그래서 권리분석의 핵심은 빚을 누가 책임지느냐 판단하는 것이고, 이것이 바로 권리분석이 중요한 이유에요. 만약 권리분석을 했는데, 빚을 낙찰자가 인수해야 한다면, 그런 물건은 입찰하지 말아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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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찰 받은 사람이 잔금을 미납하게 되면 보증금은 몰수(돌려받지 못하게)되고, 그 물건은 재매각 절차에 들어갑니다. 이렇게 권리분석을 제대로 안 하면, 소중한 보증금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 교훈은 간접 경험으로 충분합니다. 내가 직접 겪는 건 ‘비추’입니다. 입찰갔는데, 내가 단독 낙찰이면 순간 겁부터 납니다. 이상하다. 내가 권리분석을 실수했나? 싶어요. 경쟁가가 많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합니다. 카페 회원이 앞의 그 낙찰자한테 ‘6천5백만 원 빚을 물어줘야 한다’라고 조언을 했더니 ‘내가 왜 그래야 하죠?’라고 되물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고 경매법원을 찾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뭘 해야 할까요? 먼저 배우는 게 필수죠! 공부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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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부등본에 기재되는 내용은 부동산에 대한 기본 내역(주소, 면적 등등), 소유권 및 소유권에 대한 권리, 채무(빚) 등등입니다. 앞에서 언급한 ‘말소기준권리’도 등기에 기록되는 권리 중 하나입니다. 등기에 기록되는 여러 권리 중 싹 정리(말소)하는 권리=말소기준권리입니다. 등기부등본은 누구나 볼 수 있습니다. 해당 부동산의 주소만 알면 누구나 열람할 수 있어요. 등기소(또는 인터넷등기소)에서 열람 신청을 하면 됩니다. 내 집뿐만 아니라 옆집, 윗집, 아랫집 할 것 없이 어떤 집이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거래할 때, 사고팔거나 임대를 놓거나 얻을 때, 그 아파트의 소유주가 누구인지 빚은 있는지 없는지, 이런 정황들을 알아야 거래를 할 거 아닙니까. 그래서 등기부등본은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해 놨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께서(또는 여러분의 자녀가) 연애를 한다면, 조용히 상대편의 주소만 알아보세요. 그리고 살짝 등기를 떼어 보는 겁니다. 아~ 이 집이 누구 집이구나. 또는 빚이 많구나 하는 것을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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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까지 배운 대항력(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 조항에 의하면, 임차인의 대항력은 전입한 다음 날 효력이 생깁니다. 이에 따라 근저당 설정일과 전입일이 같으면, 임차인은 후순위가 되서 대항력이 없고, 보증금을 배당받지 못할 확률도 높아집니다. 이 대항력 조항을 이용한 사기 사건이 가끔 발생하곤 하는데, 집주인이 임차인 몰래 대출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세를 계약하고 잔금을 지불할 때까지 임차인에게 대출이 발생할 것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임차인이 이사하는 당일 날 잔금을 받자마자 바로 대출을 실행시키는 수법이죠. 그렇게 되면, 같은 날 은행 근저당과 임차인의 전입이 발생하는데, 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대항력 조항)에 의해서 임차인은 다음 날부터 대항력이 발생하게 되고, 후순위 임차인이 됩니다. 이러한 사기 사건은 발생하고 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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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요구를 안했다는 얘기는 그 임차인의 보증금을 모른다는 뜻입니다. 법원도 모르고, 법원이 모르니 우리도 모르는 겁니다. 이해가 안 되신다면, 앞으로 돌아가서 배당요구 항목을 다시 보세요. 이 임차인의 보증금이 6천만 원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죠? 업체에서 제공하는 권리분석에 있으니까? 그럼 그 업체는 어떻게 알았을까요? 법원 배당요구에는 없는 정보를 거기 적힌 대로 6천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에요. 그걸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임차인이 배당요구를 하고 그 내용이 기록된 법원서류(물건명세서, 현황조사서)은 그대로 믿어도 됩니다. 혹시 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 그 이유로 해서 낙찰 불허가를 받아 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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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는 대출이 잘 나온다고 하지요? 그 이유가 뭘까요? 상가 임차인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상임법 덕분에, 건물주가 은행에 대출을 받아도 은행 입장에서 임차인 때문에 문제가 생길 일이 별로 없으니, 대출 한도에서 ‘방빼기’와 같은 걸 해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상가 경매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아시겠지만, 온갖 유튜브나 책, 강의에서 상임법, 특히 경매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 쉽게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땜질식으로 법이 개정되다 보니 허점이 많고 권리상 상충하는 부분들이 많아 상임법을 알려주는 사람들조차 확실히 알지 못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
--- p.144
임차인의 가장 중요한 권리는 전입을 통한 대항력을 확보거든요. 임차인이 주소를 뺐다가(즉, 전출했다가) 대항력을 상실하는 사례에 대해 공부를 했잖아요. 다시 한번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는 전입 유지입니다. 보증금 돌려받는 것과 전출은 동시에…. 동시이행입니다. 이렇게 강조하는 게 전입인데, 어쩔 수 없이 주소를 빼야 하는데, 보증금은 돌려받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럴 때 하는 게 임차권등기입니다. 등기에다 임차인의 권리(전입, 확정, 보증금) 관계를 적어 놓는 거죠. 그렇게 해놓은 면, 보증금 못 받고 전출을 하더라도 괜찮은 거예요. 임차권 등기자는 여전히 그 집의 임차인으로서 자격이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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