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에는 EU 집행 위원회가 녹색분류체계를 결정하면서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포함시켰다. 녹색분류체계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에 기여하는 활동을 분류한 목록으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과 금융투자의 기준이 된다. 최종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EU 회원국은 원자력 포함 여부를 놓고 두 갈래로 갈렸다. 회원국 중 원전 의존도가 높은 프랑스·폴란드·체코·핀란드 등은 원전을 포함시킬 것을 주장했다. 반면 독일·오스크리아·룩셈부르크·덴마크 등은 반대했다. 양측의 국가들은 원전의 역사적 배경과 현황에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녹색분류체계에 원전이 포함되면서 까다로운 조건도 달렸다. 신규 원전의 건축 허가를 2045년 이전에 받아야 하고, 조달 자금이 있어야 하며, 2050년까지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 계획과 자금이 있어야 한다는 것 등이다.
---「1부 왜 다시 원자력인가?」중에서
원자력 발전에서는 여러 종류의 방사성 동위원소가 생성되므로 감마선, 베타선, 알파선 등의 방사선이 많이 방출된다. 그러나 핵분열 반응이 일어나는 원자로는 특수장치로 차폐해서 방사선이 외부로 누출될 수 없도록 설계 제작된다. 안전관리를 철저히 한다면 원전 가동에서는 방사성 물질을 제어할 수가 있다.
---「2부 원자력의 과학」중에서
사용후핵연료에는 우라늄-238과 플루토늄-239가 들어있다. 플루토늄-239는 핵무기의 원료가 된다. 따라서 이를 연료로 태우는 고속증식로는 핵무기 확산 우려를 차단할 수 있다. 경수로는 물의 열전달 효율을 높이기 위해 150기압에서 작동시키지만, 고속증식로는 1기압에서 작동하므로 안전성에서 유리하다.
---「2부 원자력의 과학」중에서
1941년 여름, 어니스트 로런스는 버니바 부시와 제임스 코넌트 등과 논의한 끝에 원자탄 개발이 실현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당초 제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 과학자들은 레이저 무기 개발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그 목표가 원자탄 개발로 바뀐 것이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과학고문이기도 한 부시와 코넌트는 대통령에게 원자탄 개발의 필요성에 대해 설득한다. 그 결과 1942년 8월에 원자탁 개발의 코드명 ‘맨해튼 프로젝트’가 출범한다.
---「3부 원자력의 실용화」중에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1946년 미국은 원자력 위원회를 설립하고 맨해튼 프로젝트 시설과 장비 등의 관리를 맡긴다. 당시 원자력 공장 수는 37개였고, 인력은 3만 7,800명이었다. 원자탄 연구개발에 쏟은 예산은 22억 달러였다. 인류 역사상 국가가 무기 개발을 위한 군사과학기술에 그처럼 막대한 투자를 한 적은 없었다. 1940년대 말 미소 양 진영의 냉전시대로 진입하면서 표면적으로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핵무기 개발 경쟁이었다. 원자탄 개발의 후발국이던 소련은 1949년 카자흐스탄 사막에서 최초의 원자탄 실험에 성공한다.
---「3부 원자력의 실용화」중에서
원자력이 일상생활에 직접 이용된 것은 원자력의 상업적 발전이 계기였다. 세계 최초로 소련은 1954년 소규모 실증로를 건설했으나 관련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알려진 바가 없었다. 두 번째 원자력 발전은 1956년 영국의 콜더홀 원전에서 이루어졌으나 군사용도 겸했다. 따라서 본격적 상업용 원전은 1957년 시험 가동에 들어간 미국 십핑포트 원전으로 기록된다.
---「3부 원자력의 실용화」중에서
한국은 2020년 기준으로 가동 가능한 원자로 기수는 24기, 원자력 전기의 비중은 30%이다. 국내에서 4기, UAE에서 4기를 건설하고 있다. 한국 원자력 정책의 시작은 1950년대 이승만 정부 때부터였다. 수력과 화력 발전만으로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 대통령은 1956년 미국의 전기 기술 전문가 시슬리 박사의 원자력 자문을 받아들여 원자력 발전을 시작하기로 결정한다.
---「3부 원자력의 실용화」중에서
후쿠시마 사고는 세계 원전 산업 정책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독일, 스위스, 벨기에 등 여러 나라가 신규 원전 건설의 모라토리엄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독일은 1990년대에 탈원전을 선언했으나 계획대로 추진하지 못했었다. 그러다가 후쿠시마 사고로 가장 노후화된 7기 원자로 폐쇄를 단행했다. 그런가 하면 중국은 12기 원자로를 신설하는 계획을 그대로 추진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전의 안전기준은 재차 강화되고, 자연재해 대응 보호장치 개선 등 비용이 상승하게 된다. 따라서 글로벌 원전 산업의 경제성은 더 떨어졌다. 그리고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에 들어있는 연료의 관리에 대한 안전이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었다.
---「4부 원전 사고」중에서
2021년 12월, 바이든 대통령은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원자력을 탈탄소 전력에 포함시켰다. 구글 등 일부 기업이 전력수요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RE100에 원자력을 추가해 CE100으로 바꾼 것이 눈에 띈다. 미국의 원자력 전략 비전은 우리에게도 시사적이다. 원전의 경제성 악화와 설계수명 만료로 인한 경쟁력 약화를 극복하고 원자력 리더십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기존 대형 원전의 계속운전 유지, 차세대 원자로 실증, 차세대 연료주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5부 원전 정책의 변화와 산업 동향」중에서
원전과 다른 에너지원은 운영상 특성이 다르다. 원전은 건설 기간이 길고 자본 투입은 매우 크지만, 십여 년이 지나 장기간이 될수록 수익이 높아진다. 연료 비용은 상대적으로 낮다. 한편 천연가스 발전소는 원전 대비 공사 기간이 짧고 자본 투입이 적다. 그러나 장기 수익은 떨어지고 연료비용이 비싸며 가격 변동 폭이 크다.
---「6부 원자력 산업의 과제와 합리적 에너지 믹스 설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