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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자들이 떠도는 곳

리뷰 총점9.8 리뷰 45건 | 판매지수 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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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500쪽 | 630g | 140*210*24mm
ISBN13 9791185851228
ISBN10 11858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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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넓은 도로 한복판에 있는 볼록한 나무 물통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노란 드레스를 입고 하얀 보닛을 쓴 한 송이 꽃이었다. 자신을 지나쳐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사람들 모두 먼지와 불만에 휩싸여 분주히 어디론가 가고 있는데, 그녀는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두 손을 가만히 둔 채로 다소곳이 앉아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갈 곳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저 물통 안에 든 내용물을 지키라는 임무를 받은 건지도 몰랐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 물통은 어제도 그제도 저 도로 위에 있었고, 나는 그 안이 비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 p.19

카운슬 블러프스에는 모르몬교인들이 너무 많았고, 콜드웰 씨가 그들과 여정을 함께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콜드웰 씨는 모르몬교인을 싫어했다. 물론 내 생각에는 그분이 모르몬교인을 한 명이라도 만나봤을 것 같지도 않고, 만나봤다 해도 모르몬교인인지도 몰랐을 것 같긴 하지만. 콜드웰 씨는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누구도 좋아하지 않았다. 내 생각에 거기에는 여성, 원주민, 아이들, 모르몬교인, 가톨릭교인, 아일랜드인, 멕시코인, 스칸디나비아인, 그리고 콜드웰 씨와는 다른 모든 사람이 포함되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콜드웰 씨와 다른 사람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포함되었다.
--- p.49

어떤 여자는 마차 안쪽에 테이블 하나와 의자들 그리고 서랍장까지 싣고 왔다. 그 여자는 그것들이 가문 대대로 내려온 가구이며, 바다도 건너왔는데 하물며 땅은 왜 못 건너겠냐고 했다. 자신들이 사용할 수 있는 것, 필요한 것 이상으로 너무 많은 짐을 가져온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필요한 것들이 턱없이 부족한 사람들도 있었다. 신발이 없는 사람까지 있었다. 한밑천 잡으려는 사람들과 가족들, 아이들과 노인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잡다하게 뒤섞인 모양새였다. 대부분의 사람이 백인이라는 점만 빼면 세인트조의 풍경과 똑같았다. 존 라우리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백인이라는 점만 뺀다면. 물론 나는 그가 어떤 인종의 사람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 p.61

볼 것이 거의 없었다. 아름답지 않아서가 아니고 우리의 속도가 너무 느렸기 때문이었다. 너무 느리게 가다 보니 눈이 모든 것들을 단번에 집어삼켜 출발한 지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눈앞의 모든 풍경에 익숙해져 버리고 만다. 봄 야생화들이 습지대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개울과 강이 곳곳에서 흐르고 있었다. 1마일 혹은 그쯤에 한 번씩은 마차의 바퀴가 그 축까지 진흙에 빠졌고, 로프와 근육을 이용해 마차를 간신히 끌어내고 나면 때마침 다음 마차가 도착해 똑같은 비극의 희생양이 되곤 했다.
--- p.64

우리가 가는 경로를 따라서 번지고 있는 유행병 때문에 사람들 모두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우리 마차 행렬에 있던 어떤 가족은 몇 시간 차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모두 잃었고, 결국 열 살도 되지 않은 아이 넷이 고아로 남겨지고 말았다. 어느 아저씨 한 분이 그 아이들을 모두 거두어 주었는데 그 다음날에는 정작 자신의 아내를 잃고 말았다. 결국 그 일가족(마차 두 대, 아이 여덟 명, 성인 남자 한 명, 양 세 마리, 황소 네 마리)은 미주리로 방향을 돌려야만 했다. 열네 살짜리 남자아이가 마차 한 대를 몰았다. 우리는 죽음의 갑작스러운 격노에 어안이 벙벙한 채로 그들이 되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전까지는 어떤 고난과 어려움 있더라도 결국 우리가 모두 견뎌내리라는 환상 같은 것 속에 지내고 있었다면, 이제 그런 환상은 모두 사라져 버렸다. 우리의 정신이 우리들에게 작은 거짓말들을 속삭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너는 괜찮을 거야. 너는 훨씬 더 강하고 똑똑하잖아. 너는 살아남을 수 있을 거야.
--- p.111

하루는 ‘로 하이드’라는 지류에서 휴식을 취했다. 어느 백인 남성이 품에 아기를 안고 있는 원주민 여성을 죽인 죄로 산 채로 가죽이 벗겨졌다는 데서 이름이 유래한 곳이었다. 애벗 씨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엘메다는 헉 소리를 냈고, 콜드웰 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야만인 새끼들.” 그가 말했다.
“전부 다 야만인 새끼들이야.” 그러더니 존을 쳐다보았다.
“누가 더 야만적인가요?” 애벗 씨가 물었다. “어린 아기 엄마를 죽인 사람인가요, 아니면 그 대가를 치르게 한 사람인가요? 저는 그렇게 당해도 싸다고 봅니다. 여기에서 정의의 실현은 빠르게 실행되는 편이거든요, 콜드웰 씨. 물론 우리는 산 채로 사람의 가죽을 벗기지는 않아요. 하지만 지금껏 수많은 마차 행렬에서 살해 혐의가 있는 일행을 기꺼이 목매달아 죽이기도 했습니다. 그들만의 정의의 실현이죠.”
--- p.187

마차 행렬들 사이에 갈등과 폭력이 있다는 소문이 도는 것을 보면 존의 추정이 맞을 것 같았다. 존은 같은 일행을 의심하는 것보다야 원주민의 탓으로 돌리는 것이 그들에게 더 쉬울 거라고 말했고, 나도 존의 생각에 동의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와 관계없이 사람들은 겁을 먹었고, 불침번 인력을 두 배로 늘렸으며,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길가에 보이는 묘지들과 매일매일의 고뇌는 말할 것도 없고, 몇 달간 이어진 수면 부족과 끝없이 걷는 일이 우리 모두를 쇠약하게 만들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 중 많은 사람들이 아직 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 p.230

“다시는 나에게 키스를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요.” 그녀가 속삭였다.
“그랬었죠.” 내가 말했다. 그리고 그녀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가 나에게 벌을 주고 싶어 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나오미는 예전처럼 반응하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두 손이 나를 붙들기 위해 올라오지 않았다. 그녀의 입이 나를 반기며 열리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의 심장박동은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심장이 내 갈비뼈 위에서 내 심장박동에 맞추어 세차게 뛰고 있었다. 그때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거의 감지되지 않는 공기의 떨림. 그녀의 두 손이 올라와 내 얼굴을 붙잡았다. 그렇게 나는 용서를 받았다.
--- pp.258~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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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역사소설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이 이야기는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땅을 찾아간 용기 있는 그들의 이야기이며 모두가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포기하지 않고 불굴의 의지로 더 나아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 바바라 델린스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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