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는 않았어. 그래서 가족들은 빠르게 일을 시작했지. 거대한 배를 만들어야 했다. 우리도 타고, 또 짐승을 그 종류대로 한 쌍씩 태워야 했으니까. 여우에서 매미까지, 하마에서 벌새까지 모두 다. 하느님은 인간을 그 악행에 대해 벌하기를 원하셨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창조한 작품 일부는 남겨놓기를 바라셨던 거야. 완성된 방주는 길이가 삼백 큐빗, 폭이 오십 큐빗, 높이가 삼십 큐빗이나 되었다. 내부는 삼층으로 지어졌고, 지붕에는 역청을 발라 비와 폭풍을 막았어. 우리 집 뒤에서 방주를 지었는데 방주가 우리 땅을 거의 다 차지했지. 사람들이 방주를 구경하려고 멀리에서 찾아오곤 했다. 어떤 이들은 우리가 한 일을 보고 감탄하기도 했지만, 대체로는 재미있는 구경거리로 여겼지. 우리를 놀리며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노아 씨, 정말 멋진 배를 지으시는군요! 그런데 항해하려면 배가 물에 있어야 한다는 걸 깜빡 잊으신 거 같네요!’ ‘노아 씨, 원하신다면 저희가 다음에 올 때 바닷물을 가져다드릴 수도 있는데, 어떠신가요?’ 우리가 지은 배를 비웃는 듯 바라보면서 구경꾼들이 이렇게 소리를 질러대곤 했다. 그 가운데는 우리 이웃들도 끼어 있었지. 매일 아침이면 우리 밭에 물고기가 자라났냐고, 물 주는 걸 잊지는 않았느냐고 물어댔어. 그래, 근처에는 가느다란 강줄기 하나밖에 흐르지 않는데 이렇게 큰 방주를 짓는다는 게 어처구니없는 일처럼 보였을 수 있지. 하지만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따르면서 쉬지 않고 우리의 일을 계속했고 조롱과 야유를 차분하게 견뎌냈다. 그리고 하느님이 알려주신 그날이 닥치기 이레 전에 방주가 완성되었지.
이제 동물들을 모아들여야 했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늑대 곁에 양이 있고, 고양이 옆에 개가 있고, 코끼리 옆에 생쥐가 있고, 지렁이 옆에 새가 있어야 하는 식이었으니까. 기는 것들은 걸어 다니는 것들을 경계했고, 되새김질하는 것들은 쉭쉭거리는 것들을 경계했으며, 날아다니는 것들은 헤엄치는 것들을 경계했다. 이번에도 이웃 사람들이 간섭했어. 어떤 이웃들은 전갈을 무서워했고, 다른 이웃들은 물소가 밭을 망쳐놓을까봐 걱정했지. 호랑이가 자기네 새끼 양들을 잡아먹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어.
그렇지만 비가 오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이미 준비가 다 되어 있었지. 네가 알고 있는 것과 같은 그런 비가 아니었단다. 정말 두껍게 짜인 옷감처럼 빗방울이 촘촘하게 끝도 없이 쏟아졌으니까. 마치 하느님이 하늘의 수문을 열어놓으신 것 같았지. 그렇게 사십 일 동안 조금도 잦아들지 않고 세차게 비가 내렸어. 우리 밭을 가로지르던 가느다란 개울이 금세 넘치더니 정말로 거대한 물바다가 되었다. 그러자 땅바닥에 고정되어 있던 방주가 떠오르기 시작했어.
---「세상에 닥친 재앙과 구원받은 노아」중에서
파란 하늘에서 인간새가 기다란 날개를 펼친다.
한참 동안 바람을 타고 날면서 커다란 원을 그린다.
이따금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가 조금 떨어진 곳에서 다시 나타나곤 한다.
광활한 하늘에서 거의 움직임이 없는 듯 균형을 잡고 있더니
마침내 날개를 등 뒤로 접고 땅을 향해 돌진한다.
속도에 도취해, 숨을 참고 눈을 감는다.
공기가 피부를 스치고, 윤기 나는 깃털을 스친다.
다시 눈을 뜨니, 조금 전에 작게만 보이던 모든 것이 이제는 훨씬 더 크게 눈에 들어온다.
이제 빠르게 다리를 내뻗고, 깃털을 푸드덕거리는 소리와 함께 땅에 발을 딛는다.
(…)
이제 어린 처녀는 인간새를 마주하고 있었다.
얼굴에는 미소를 띠었지만 몸짓은 정지되었다.
인간새는 그녀를 부드러운 시선으로 천천히 살펴보았다.
햇살처럼 빛나는 가느다란 금빛 귀걸이가 어깨 위로 드리워져 있었다.
하얀 솜털이 흩어져 있는 말간 피부는 조금씩 반점이 있는 기다란 깃털에 자리를 내어주었다.
너무 놀란 그녀는 들고 있던 꽃다발을 떨어뜨렸다.
신선한 꽃들이 먼지투성이 길 위로 떨어졌다.
인간새는 몸을 굽혀 꽃들을 다시 모아 마리아에게 건넸다.
마리아는 여전히 몸이 굳어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이제 막 어린아이 티를 벗은 어린 처녀였다.
인근에 있는 작은 도시 나자렛에 살았다.
가족들이 그녀를 요셉과 약혼시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두려워하지 말아요.” 인간새가 말했다.
“나는 아주 큰 소식을 알려주려고 왔으니까요.
얼마 뒤에 당신은 배가 점점 부푸는 것을 느끼게 될 겁니다.
그리고 다시 얼마 뒤에 아기를 낳을 거예요.
갓난아기의 이름은 예수라고 해야 합니다.
이제 내 말을 잘 들어요.
당신이 낳을 이 아이는 장차 하느님의 아들이 될 겁니다.
이 지상에 있는 하느님의 아들.”
---「인간새」중에서
모래가 그의 침대였다.
밤이면 추위를 막아주는 이불이 되었다.
별들이 불면의 밤을 밝혀주었다.
그리고 들짐승들이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그는 사십일 동안 사막에 머물렀다.
홀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그는 걸었다.
목이 너무 말라와서 갈증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바위를 핥았다.
배고픔을 잊어보려고 입안에 돌멩이를 밀어 넣기도 했다.
하루는 사막여우가 그를 따라왔다.
이따금 그가 걸음을 멈출 때면 영양이 다가와 주둥이를 그에게 비벼대곤 했다.
밤에 그를 둘러싸는 것은 모래벼룩.
거미.
귀뚜라미.
흰개미였다.
여전히 뜨거운 모래 위에 몸을 누이면 온갖 소리가 들렸다.
씹는 소리, 부수는 소리, 으르렁거리는 소리.
문지르는 소리, 기어가는 소리, 포효하는 소리.
흙을 파는 소리, 울부짖는 소리, 밤새가 우는 소리.
각각의 모든 소리가, 가장 작은 진동조차도, 그의 귀에 와 닿았다.
그리고 저녁이면 새로운 멜로디로 그를 재워주었다.
때로 바람이 섞여들면 그 단조로운 선율도 또 다른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곤 했다. 마치
도둑이 훔쳐 가기라도 하듯이.
때로 달이 빛나면 각각의 소리가 더욱 강해지고 반향도 더욱 커지는 듯했다.
때로 돌들이 모래를 대체하면 음표가 질서도 없이 이어졌다.
마흔 번의 밤을 보내는 동안 그는 윙윙거리고 웅성대는 이 세상의 소리를 들었다.
세상은 그에게 자신의 비밀을 웅얼거리고 있었다.
마흔한 번째 되는 밤,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모래언덕의 움푹한 곳에 누워 있었다.
돌을 베고서.
메뚜기의 선율.
개미들의 교향악.
저 멀리 종달새의 노래.
그리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침묵이 내려앉았다.
완전한 침묵.
차고 나쁜 바람이 불었다.
별빛이 꺼졌다.
어둠 속에서 그 목소리가 울렸다. 혼자서 수십만 명을 공포에 떨게 할 수 있는 그 목소리. 악마의 목소리.
“사십 일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고? 아무것도 삼키지 않았다고? 입안에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고?”
---「사막」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