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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이 잠든 순간들 1

양심이 잠든 순간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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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352쪽 | 522g | 135*210*30mm
ISBN13 9791158492045
ISBN10 1158492049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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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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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할아버지 산소를 순천에서 제일 높고 명당이라는 봉화산으로 이장하고는 작은 부인을 보아 나를 얻었다. 1957년, 아들이 태어난 것은 집안의 큰 경사였다. 내 이름은 장호. 글 장(章)에 넓을 호(浩) 자다. 작명가에게 쌀 열 가마니를 주고 지은 이름으로, 공부 잘하고 널리 이름을 떨치라는 뜻이다.
--- p.16

중학생 시절을 그렇게 보내고 고등학교에 가야 하는데, 공부에는 전혀 관심도 없을뿐더러 어머니가 이제 학교는 그만 다니라고 해서 학업은 작파하고 일하러 다니기로 작정했다. 철공소에도 다니고, 밤이면 이른바 ‘야방’이라는, 건설현장 자재 지키는 일도 했다. 그런 중에도 시간 나는 대로 열심히 복싱 연습을 하다 보니 고등학교 졸업할 나이가 되었다.
--- p.22

주로 철근과 파이프를 파는 우리 가게는 직원이라곤 경리 아가씨 하나였는데, 내가 들어가서 둘이 되었다. 사장님이랑 셋이서 일하게 된 것인데, 나는 가게로 찾아오는 손님한테 물건을 팔고, 사장님은 큰 건축현장에 납품하는 일을 주로 맡았다. 장사가 잘 되는 편인 데다가 사장님이 워낙 성실해서 가게에 성가신 문제는 없었다. 같이 올라온 친구 도식이와 후배 훈이는 망치를 만드는 대장간에 취직해서 잘 다녔다. 가게들이 가까운 데 있어서, 정호 형이랑 우리는 시간 나는 대로 종종 어울려 하루의 고단함을 달랬다.
--- p.47

유흥업소에서 싸움이 나거나 사고가 터지면 우리가 경찰보다 먼저 가서 상황을 정리하는데, 처음에는 좋은 말로 말리다가 그래도 정 안 들으면 두들겨 패서 쫓아냈다. 그러면 경찰이 폭력 행사라며 우리를 잡으러 오기도 하는데, 그럴 땐 옥상으로 올라가 옥상 외곽의 비상계단을 타고 내려가 도망가곤 했다. 취객이 많은 주말이면 어김없이 이런 활극이 벌어지곤 했으니, 주말에는 체육관 운동보다는 유흥업소 현장에 가서 뒤치다꺼리하거나 사고 처리하느라 바빴다. 그러니 복싱 실력은 잘 모르겠고, 실전 싸움 실력은 나날이 늘었다.
--- p.53

나는 그중에서도 주로 깡패 행세하는 놈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가 괜찮다 싶으면 잘 설득해서 우리 조직에 식구로 들였다. 그런 가운데 나를 만만하게 보고 코웃음을 치거나 불량스럽게 구는 놈들은 밖으로 데리고 나와 맞짱을 떴다. 자그마하니 여리게 생긴 것만 보고 얕잡아봤다가 나한테 한주먹에 깨진 건달들은 진심으로 승복하고 대번에 무릎을 꿇었다. 종종 한 번에 승복하지 않고 힘이 다 파일 때까지 몇 번씩 대드는 놈도 있었는데, 나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제압하여 친구나 아우로 삼았다.
--- p.116

청운의 꿈을 안고 천 리 고향을 떠나 머나먼 서울까지 왔다가 졸지에 조직폭력배 두목으로 TV 뉴스까지 나오게 된 내 처지가 기가 막혔다. 그것도 내 나이 고작 스무 살이다. 그 형사 놈들 실적 땜빵 놀음 때문에 흉악한 깡패 두목이라고 전국적으로 알려지고 말았으니, 이번에는 구치소에만 있다가 곱게 나오기는 글렀지 싶었다. 분명히 실형을 받고 상당 기간 교도소에서 썩어야 할 터였다. 판사가 봐주고 싶어도 언론의 주목을 받는 피고인이라 봐줄 수 없게 판이니 재판의 선처를 기대할 수도 없었다.
--- p.177

공장뿐 아니라 감방 안 생활도 마찬가지다. 어쩌다 식빵이라도 들여오면, 배에 기름기가 없어 식빵에 버터를 듬뿍 발라 그 큰 식빵 한 줄을 옆구리에 차고 왔다 갔다 하면서 다 먹어치웠다. 그 식빵도 일주일에 한 번 먹기가 힘들었다. 나는 실질적인 감방장으로서 어떻게 하면 같은 방 사람들 배 안 곯게 할까 궁리했다. 그러다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방에서 카드 노름을 시켜놓고 개평을 얻은 돈으로 취사장에서 누룽지로 바꿔먹으면 되겠구나. 하하하.
--- p.203

자정이 되자 집에 있던 분들이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혼자 남은 술을 홀짝홀짝 마시다가 갑자기 서러움이 북받쳐 집 안에 있는 전등불을 다 켜놓고 집 앞에 있는 동네 당산나무 밑에 가서 큰 소리로 울었다. 엄니, 엄니, 아이고 울 엄니, 꺼이꺼이…. 그러자 가까이 사는 동네 아줌마들이 난데없는 울음소리에 잠이 깨서 나와 나무랐다.
"야 이놈 장호야! 그러게 살아계실 때 엄마를 잘 모셔야지? 서울에다 무슨 꿀단지를 발라놨다고 까딱하면 서울로 끼대올라가고 하더니 처량하게 당산나무에서 처울기는 왜 처울어 이놈아. 그만 처울고 집에 들어가서 자빠져 자, 이놈아.“
--- p.311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주인공 장호는 아버지가 둘째 부인을 얻어 낳은 아들이다. 생모는 낳자마자 장호를 본부인에게 넘겨주고 떠난 바람에 장호는 생모의 얼굴도 모른다. 딸 둘을 어려서 잃은 본부인에게 장호는 유일한 자식이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장호와 어머니는 단둘이 가난하게 살아간다.

어려서부터 말썽을 도맡아 피우면서 골목대장으로 자란 장호의 꿈은 복싱 세계 챔피언이다. 기술 중학교를 졸업한 장호는 철공소 직공 등으로 전전하면서도 체육관에서 복싱 배우는 것만큼은 포기하지 않는다.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상경한 장호는 구로공단 지역에서 점원과 공원으로 일하면서도 복싱에는 변함없이 열심이었다. 그러다가 실직한 이후 지역을 중심으로 추종 세력을 규합하여 ‘장호파’를 결성하고 건달 세계로 들어섰다.

장호는 경찰서에서 형사를 두들겨 팬 괘씸죄에 걸려 ‘장호파 두목’으로 TV 전국 뉴스를 타면서 구속되어 첫 실형을 받고 원주교도소에서 징역을 살았다. 이를 계기로 전국에 이름을 알린 장호는 차츰 구로공단 지역에 세력을 떨치면서 나이트클럽과 스탠드바를 비롯한 여러 유흥업소의 지배인, 연예인 프로덕션 본부장 등으로 활동하는 가운데 널리 조직원들의 일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조직을 키웠다. 이렇게 서울 서남부 지역의 유력한 보스로 입지를 굳혀가는 가운데 전국구 보스들과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통해 영향력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그러면서 정치권과의 결탁을 통해 민주당 창당 방해 사건에 개입하는 등 ‘정치 깡패’로도 활동했지만, 1990년 이후 ‘범죄와의 전쟁’을 계기로 조직폭력 세계에서 차츰 발을 빼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지만, ‘사기’ 사업에서 오히려 ‘사기’를 당해 낭패를 보기도 하는 등 파란을 겪었다.

그러는 중에도 가정을 꾸리면서 건달 생활을 청산하고자 삶의 터전을 구로에서 고양시로 옮기고 사업가로서 입지를 세우고자 여러 가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노래방이나 스탠드바 그리고 나이트클럽 같은 유흥업소 운영으로 돈도 꽤 벌었지만, 가까운 아우들에게 넘겨주고 번 돈은 도박으로 탕진했다. 나머지 사업들은 여전히 불법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일상은 도박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해 방황했다. 그러던 중 독실한 크리스천이 되면서 건달과 불법과 도박의 세계를 청산하고 평범한 삶을 회복했다.

장호의 파란만장한 인생에는 불효에 울고 사랑에 울고 돈에 울고 의리에 울고, 그러다가도 한바탕 웃고 다시 일어서는 건달의 모든 내면세계가 녹아 있다. 한편으로, 감옥도 사람 사는 세상임을 잘 보여주고 있는데, 주인공 특유의 유머 감각이 빛을 발하는 곳이 감옥이기도 하다. 거칠지만 적나라하고 생생하다. 그래서 저절로 짠하고 눈물짓게 하는 감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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