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소득공제

경복궁의 유령 (상)

: 불타는 궁궐|천주당 무녀 진령군의 일대기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정가
22,000
판매가
22,000
배송안내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은행로 11(여의도동, 일신빌딩)
지역변경
  • 배송비 : 무료 ?
신상품이 출시되면 알려드립니다. 시리즈 알림신청
eBook이 출간되면 알려드립니다. eBook 출간 알림 신청
  •  해외배송 가능
  •  최저가 보상
  •  문화비소득공제 신청가능

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492쪽 | 664g | 178*251*30mm
ISBN13 9791192486505
ISBN10 119248650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내가 오랫동안 가슴 속에 묻어두고 있었던 지나간 세월의 옛이야기 하나를 들춰내 볼까 한다. 경복궁의 유령 얘기다. 그러니까, 아주아주 오래된 옛날 옛적의 내 어린 시절에 내게는 참으로 말 못 할 시련이 찾아왔다. 6.25가 터진 것이다. 우리 마을에서는 이때 우리 가족들만이 서둘러 피난길을 떠나야 했는데, 아마도 조부님께서 공산당에 대한 지식이 조금은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그놈의 피난길이었다. 마을 뒤쪽에 있는 을채골 재터를 넘어 샛강이 흐르는 자갈 강변을 걸어서 지리산 줄기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려던 피난길이었는바 그것이 참으로 고통스럽기가 짝이 없었다. 쇠머리를 벗길 듯한 그놈의 뙤약볕 때문이었다. 게다가, 맨몸으로도 걸어서 따라가기 힘든 자갈 강변을 베겟뭉치 같은 피난 보퉁이까지 짊어지고 어른들을 뒤따라가자니, 나는 그만 체력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사는 것이 그토록 힘들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런데도 어른들은 내게 전혀 관심이 없었다. 피난 보따리에 짓눌려서 어른들이 나보다도 먼저 녹초가 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나는 눈치껏 이를 악물고 어른들을 뒤따라가야만 했다. 행여 나를 길가에 내버리고 갈까 봐 겁이 나서였다. 피난길의 분위기가 그랬었다. 자칫, 내가 투정이라도 부리면 대번에 나를 그 자리에서 내버리고 갈 것 같은 분위기 말이다. 거기에다 하늘마저 내 편이 아니었다. 가뜩이나 힘이 들고, 무덥고, 겁이 나서 죽겠는데 갑자기 하늘이 배탈이라도 난 듯 요동을 치며 생전에 본 적조차 없는 괴물 같은 비행기 두 대가 나타나 머리 위를 맴돌면서 내게 겁을 주는가 싶더니 그만 세상이 둘러 꺼지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리고는 정말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결코 멀지 않은 거리에서 갑자기 검붉은 불기둥이 솟구쳐 오르며, 그놈의 폭음 소리는 왜 또 그렇게나 큰지, 나는 그만 그 자리에서 졸도를 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뒤이어 내 기억 속에 떠오른 것은, 아련한 꿈길 속에 펼쳐진 천상의 낙원이었다. 늙은 고목나무 둥치들의 잎새가 하늘을 가린 그늘 밑의 바윗돌들 사이로 시원스레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다람쥐들의 천국이었는바,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성주 산성 아래 청암사 계곡이었다는 사실을 나는 훗날에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던 것이었다.

그러니까 피난길에서 내가 졸도를 해버리자 어른들은 그때서야 내 육체적인 한계를 알아채고 이곳 청암사 계곡으로 발길을 돌려 어린것의 생명을 돌보고자 했던 모양이었다. 참으로 복 받을 일을 한 것임이 분명했으나 그것이 또한 문제였다. 우리 가족들이 나 때문에 발이 묶여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사이, 인민군들이 우리보다 먼저 남쪽으로 쳐내려가는 바람에 가족들은 그만 오도 가도 못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러나, 어찌 알았겠으랴. 이때, 내가 가족들의 피난길을 훼방 놓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가족들은 정녕 고생은 고생들대로 하면서 지리산 자락의 어딘가에서 인민군대에 따라잡혀 죽임을 당했거나, 또는 그들에게 끌려가 빨치산이 되어 무주고혼의 신세들이 되고 말았을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정작 나에게 고마워해야 할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바로, 마을 사람들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때 피난 갈 엄두도 못 내고 마을 근처에서 얼쩡대다가 그만 인민군대를 맞이하게 되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것이 화근이었다. 마을 뒤쪽 재터에는 국군부대가 매복해 있었다고 하였거니와, 마을 사람들이 그들을 도와 국군을 전멸시킨 것으로 오해를 받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결과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만약에 인민군들을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그들에게 분명히 보복을 당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전세가 역전이 되어 인민군들이 모두 퇴각하고 나자 드디어 인민군 부역자들과 공산당들에 대한 마녀사냥이 시작되게 되었던바, 이때 무사히 피난살이를 끝내고 마을로 돌아온 우리 가족들은 그만 아연실색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마을이 유령의 마을로 변하게 될 위기에 처하게 된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조부님께서는 결코 마을의 불행을 방관만 하고 있을 수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이 불행을 겪게 된 근본적 원인은 조부님에게 그 책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시작하고자 하거니와, 그러기 위해서는 얼굴도 알지 못하는 나의 증조부님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할 수밖에 없을 노릇이다.

증조부께서는 원래 버려진 황무지나 다름없던 이곳 삼백골의 외떨어진 산자락 아래에 있던 전답을 구입하여 농사를 지으셨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해, 이곳에다 원두막을 짓고 참외 농사를 지으셨는데, 이때 사냥꾼 한 분이 이곳을 지나치다가 원두막에 들러 쉬어가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이 시절에는 대원군의 사냥꾼 징집으로 인하여 사냥꾼의 모습을 본다는 게 쉽지 않은 것은 물론이요, 그 풍모 또한 예사롭지 않았던지 증조부께서는 이곳 원두막에서나마 손님에 대한 예우를 다하였고, 그것으로 마음이 통하여 서로 간에 흉금을 털어놓고 대화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고 했다.

그랬는데, 이 사냥꾼이 놀랍게도 고종황제께서 왜인들 모르게 비밀리에 운영하던‘활빈당’의 일원이라 하였던바, 사냥꾼으로 위장하여 전국을 누비고 다니면서 의혈단의 인재를 찾아다니던 참이라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 황제께서 붕어하시고 국권마저 침탈이 되자 사냥꾼도 더 이상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는데, 그럼에도 사냥꾼과의 약조를 위해 증조부께서는 결코 의혈단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원두막이 있던 이곳 삼백골의 외딴 산자락 아래에다 오두막을 지어서 이사를 와 사냥꾼을 기다리며 살게 되셨다고 했다. 나라님과의 약조란 기필코 지켜야 하는 것이 사대부의 도리요 본분일 뿐만 아니라 언젠가 새로운 황제가 의혈단을 운영하게 될 것이요, 왜인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고 왕조의 기틀을 다시 다지게 될 것이므로 백성 된 도리를 가벼이 할 수는 없다고 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곳 삼백골의 이름조차 당신께서 이곳에 은거하여 사냥꾼을 기다리며 살았다는 뜻으로 ‘은거실’이라 했다는 것인데, 오두막은 훗날에 조부님이 장성하시어 번듯하게 새로 신축을 해서 사셨지만 외로움만은 감당하기 힘드셨던지, 이웃 마을 사람들을 하나둘씩 꼬드겨 집터까지 무상으로 제공을 해가며 십여 호가 넘는 아담한 마을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었다. 그랬는데, 그만 그놈의 6.25가 조부님의 꿈과 희망마저 앗아가 버리는 지경에 이르고 만 셈이었다. 조부님만 아니었다면 마을 사람 그 누구도 이곳으로 이사와 살지 않았을 것이요. 인민군으로 인하여 비극을 맞이하게 될 일도 겪게 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마을 사람들이 모두 무주고혼의 신세가 되고 나면 우리 가족들인들 어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마음 편히 살아갈 수가 있을 일이겠는가. 조부님이 마을 사람들의 구명을 위해 생사를 걸고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었는데, 내가 생각하기에 한 가지 이유가 분명 더 있었다. 황국의 망령이 조부님에게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쩌면 그놈의 망령은 나에게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것이 증조부께서 이 후손에게 물려준 마음의 덫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여기 경복궁의 유령이 태어나게 된 것이거니와 이것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런데 사실 나는 피난 시절에 겪었던 일들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했었다. 나이가 너무도 어렸던 탓에 기억이 의식의 저편으로 묻혀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어서야 원거리 소풍을 가게 되었는데, 그것이 하필이면 청암사의 그 먼 절간이었던 것이다. 이때, 계곡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나는 너무도 놀라운 광경에 그만 엄청난 충격에 빠지고 말았다. 꿈속에서 보았던 천상의 낙원이 현실이 되어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꿈속에서 뛰놀았던 그 기억들을 하나하나 더듬어 나가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참으로 놀라운 기억을 하나 떠올리게 되었다. 호랑이보다도 더 무섭고 엄하기만 했던 할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내가 살포시 잠이 들려는데 할머님이 그러셨다. “… 내 어린 시절에 어른들을 따라 한양으로 대궐 구경을 갔었는데…” 그때 마침 수염을 허옇게 기른 신선 같은 노인이 대궐 앞에 앉아서 땅을 치며 대성통곡을 하더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내 기억으로는 ‘수염을 하얗게 기른 신선이 땅을 치며 통곡을 했다’라는 말로 들렸었다. 참으로 기억이 되살아날 법도 한 신비스러운 신선의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하여, 소풍에서 돌아온 내가 언제인가 조부님에게 그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는데, 뜻밖에 조부님께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조부님이 조모님과 혼인을 하고 나서의 일이라고 했다. 두 분께서 혼인할 때의 나이가 일곱 살과 여덟 살 때였다니, 증조부님께서 코흘리개 아들과 며느리를 데리고 대궐 구경을 빌미로 황국의 망령 속에 가둬두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었나 짐작해볼 뿐이다. 조부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었다. 국권이 침탈되고 황제께서 붕어하고 나신 뒤라 아마도 어느 전직 대감님께서 그것을 통탄하시어 왜놈들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그렇게 울분을 쏟아 냈을 것이라고 말이다.

결론적으로, 나의 조모님이 피난 시절에 그 청암사 계곡에서 기약 없는 피난살이의 막막함과 두려움을 잠시라도 잊기 위하여 누군가에게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던 것이었으며, 내가 그것을 신비로운 신선의 이야기로 기억해 내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하여, 그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는 사실도 깨달아 알 수가 있게 된 것이었으며, 내가 할머님의 품에 안겨본 것도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었나 생각을 해 볼 뿐이다.

그리고 어느덧 내가 조부님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전해 들은 지 반세기의 세월이 더 흘러갔다. 조부님께서는 끝끝내 황국의 망령에서 벗어나지를 못하시어 당신의 아들인 나의 부친을 꿈과 현실도 구분 못 하는 인생의 낙오자로 만든 것도 모자라서 나에게까지 경복궁의 유령 속에 갇혀 살게 하셨으나 여한은 없다. 경복궁의 유령을 이 세상에 탄생시킴으로써 내 생전의 마음의 짐을 털어버릴 수가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저자 권오형
---「머리말」중에서

회원리뷰 (0건) 회원리뷰 이동

  등록된 리뷰가 없습니다!

첫번째 리뷰어가 되어주세요.

한줄평 (0건) 한줄평 이동

  등록된 한줄평이 없습니다!

첫번째 한줄평을 남겨주세요.

배송/반품/교환 안내

배송 안내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배송 구분 예스24 배송
  •  배송비 : 무료배송
포장 안내

안전하고 정확한 포장을 위해 CCTV를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고객님께 배송되는 모든 상품을 CCTV로 녹화하고 있으며,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작업 과정에 문제가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목적 : 안전한 포장 관리
촬영범위 : 박스 포장 작업

  • 포장안내1
  • 포장안내2
  • 포장안내3
  • 포장안내4
반품/교환 안내

상품 설명에 반품/교환과 관련한 안내가 있는경우 아래 내용보다 우선합니다. (업체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품/교환 안내에 대한 내용입니다.
반품/교환 방법
  •  고객만족센터(1544-3800), 중고샵(1566-4295)
  •  판매자 배송 상품은 판매자와 반품/교환이 협의된 상품에 한해 가능합니다.
반품/교환 가능기간
  •  출고 완료 후 10일 이내의 주문 상품
  •  디지털 콘텐츠인 eBook의 경우 구매 후 7일 이내의 상품
  •  중고상품의 경우 출고 완료일로부터 6일 이내의 상품 (구매확정 전 상태)
반품/교환 비용
  •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 반송비용은 고객 부담임
  •  직수입양서/직수입일서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20%를 부과할수 있음

    단, 아래의 주문/취소 조건인 경우, 취소 수수료 면제

    •  오늘 00시 ~ 06시 30분 주문을 오늘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  박스 포장은 택배 배송이 가능한 규격과 무게를 준수하며, 고객의 단순변심 및 착오구매일 경우 상품의 반송비용은 박스 당 부과됩니다.
반품/교환 불가사유
  •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손실 또는 훼손된 경우
  •  소비자의 사용, 포장 개봉에 의해 상품 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예)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전자책 단말기 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 예) CD/LP, DVD/Blu-ray, 소프트웨어, 만화책, 잡지, 영상 화보집
  •  소비자의 요청에 따라 개별적으로 주문 제작되는 상품의 경우
  •  디지털 컨텐츠인 eBook, 오디오북 등을 1회 이상 다운로드를 받았을 경우
  •  eBook 대여 상품은 대여 기간이 종료 되거나, 2회 이상 대여 했을 경우 취소 불가
  •  중고상품이 구매확정(자동 구매확정은 출고완료일로부터 7일)된 경우
  •  LP상품의 재생 불량 원인이 기기의 사양 및 문제인 경우 (All-in-One 일체형 일부 보급형 오디오 모델 사용 등)
  •  시간의 경과에 의해 재판매가 곤란한 정도로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 정하는 소비자 청약철회 제한 내용에 해당되는 경우
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22,0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