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했다. 그것들은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천 개의 태양보다 더 밝은, 눈이 멀 정도의 빛을 터뜨리며 충돌했다. 도시 전체가 깡그리 없어지거나 도시의 중심부가 즉시 증발해 버렸다. 그리고 폭발로부터 50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아스팔트, 나무, 집 들이 모두 타올랐다. 불덩어리들은 순식간에 몇 킬로미터로 확대되어 그 안의 모든 것들을 녹이고 삼켜 버렸다. --- p.10
놀랍게도 여기저기에서 핵폭발로부터 살아남은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폐허 속에 멍하니 누워 있었다. 바람을 타고 떠다니던 방사능 입자들이 그들의 옷 위로, 피부 위로, 머리칼 위로 보이지 않게 흩뿌려졌다. 그들 역시 대부분 죽게 될 것이다, 서서히. --- p.11
“그게 끝이 아닐 거야.”
킴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픈 사람들을 모두 죽였으니 이번엔 다른 사람들을 노릴 거야. 아마도 늙은이나 애들 차례겠지. 그 다음엔 또 다른 사람, 또 다른 사람, 결국 우리 차례가 오겠지. 우리든 그들이든.”
킴은 내 미래를 가늠하듯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야만인한테 신사는 게임이 안 돼. 우리도 그들만큼 무자비해져야 돼. 아니, 더 무자비해져야 돼. 알겠지, 대니 군? 잘 가.” --- p.73
“네안데르탈인은 최초로 인간적인 감정을 갖게 된 사람들이야. 네안데르탈인은 아픈 사람을 돌보고, 사람이 죽으면 꽃과 함께 묻었지. 그런데 네안데르탈인이 나타나기 전 사람들, 그러니까 프레네안데르탈인은 아픈 사람을 유기하고 죽은 사람을 먹었어. 본성이 그들을 야만적으로 만들었지. 오직 야만인만이 거친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수천 년이 지나 인간이 대량 살상무기를 개발하기 시작했을 때, 야만적인 본성이 다시 찾아와 인간을 야만인으로 되돌려놓기 시작했어. 그래야 황폐화된 세상에서 살아남을지도 모르니까.” --- p.131
킴과 나는 여기서 2년을 살았다. 곧 있으면 아기가 태어나지만 우리는 걱정하지 않는다. 뉴비기닝의 네 번째 아기가 될 것이다. 먼저 태어난 세 아기들은 잘 자라고 있다. 빠진 부분도 없고 더 보탠 부분도 없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거다. 여자아기라면 예전에 우리가 알았던 간호사의 이름을 따서 케이트라 부를 거고, 사내아기라면 벤이라고 부를 거다. 내 동생 벤, 땅속에 묻힌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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