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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그래도 사랑한다

얘들아, 그래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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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2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254쪽 | 413g | 148*205*20mm
ISBN13 9788952228062
ISBN10 8952228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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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박용호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전쟁후외상증후군을 앓는 아버지의 폭력을 유도로 극복하며 외로운 유년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 시절 은사님 덕분에 경찰관이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고, 1989년~1992년까지 전국강력범 검거 1위를 달성하며 검거왕을 수상했다. 유도·태권도·합기도·검도 등을 합쳐서 20단이 넘는, 경력 26년의 ‘공포의 강력반 형사’로 이름을 떨치던 중 건강상의 이유로 여성청소년계로 옮기게 되었고, 경합범으로 잡혀 온 전교1등 모범생 소년과의 가슴 아픈 사건이 계기가 되어 청소년범죄예방교육 강연을 시작했다. 학교폭력 및 청소년범죄예방을 위해 20여 년간 전국의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며 1,500회 이상 강연을 했다. 아이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피에로 복장을 하고 다녀서 ‘피에로 경찰’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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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내 지나간 날보다, 아이들이 겪은 그 ‘과거’가 더 슬프고 아리다. 내가 ‘형사’라는 직함으로, 그들은 ‘범인’이라는 이름으로 만났던 날들. 내 딸이나 아들 나이였던 그들이 ‘전과’라는 지우기 어려운 과거를 남겼던 순간들. 그중에서도 나를 ‘청소년 선도 교육인’이라는 역할로 이끄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그 일 그리고 ‘그 녀석’.
앞으로 글로 쓸 수많은 사건 중에서 가장 힘든 이야기부터 털어놓는 이유는 단 하나다. 더 이상 나처럼 안타까움에 악몽을 꾸는 어른도, 막 피어나려고 하는 인생이 한 순간 실수로 추락해 버리는 아이들도 생기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프롤로그’ 中

내가 전국 강력범 검거 1위를 기록했을 때 신문에 기사가 실렸다. ‘유도인 출신 형사 검거왕에 오르다.’라는 타이틀이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안 있다가 어느 날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다. 그런데 어떤 나이 지긋한 중년 신사가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닌가? 바로 그 은사님이었다. 그분을 눈으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엉덩이가 욱신거리는 착각이 들어서 나중에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유능한 경찰로서 이름을 알리게 된 것을 축하하는 은사님께 여쭤 보았다. 왜 그때 나에게 그런 관심을 두셨느냐고.
“범죄자는 원래 그렇게 태어나는 게 아니라 그렇게 길러지는 거다. 네가 처한 환경대로라면 너는 범죄자가 됐을 거야. 나는 그 길이 옳지 않다고, 지금 네 인생 주변에 뿌려지는 건 그저 똥에 불과하다고 말해 주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걸 기억시키고 싶었어.”
주변이 아무리 어둡더라도 한 줄기 밝은 빛이 있으면 그 빛을 따라갈 수 있다. 내게 빛이 되어 주신 분이 바로 그 은사님이다.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형사 생활 동안 겪은 일이 많아 더 잘 알고 있다. 범죄자가 있는 가정에 또 다른 범죄자가 탄생할 확률이 높다. 내가 잡았던 범죄자의 형제나 자녀가 범죄를 대물림 받아 나에게 잡혀 온 사례가 허다하다.
-‘범죄자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길러진다’ 中

몇 년 전 중학교 3학년 때 교사와 부모를 흉기로 찔러 퇴학당한 아이를 만났다. 처음에 그놈은 세상 모든 사람을 죽일 것 같은 살벌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고서 보통사람은
그 녀석 근처에 접근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녀석의 독기 어린 눈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손을 내밀었다.
“한 번 더 기회를 준다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겠냐”
“네…….”
“그렇다면 내 손을 그 기회라 생각하고 꽉 잡아 봐.”
순간 녀석의 살기어린 모습이 와르르 무너지며 녀석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나의 손을 붙잡고 하염없이 울었다. 이후 내가 무언가를 특별히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그리고 내가 항상 옆에서 감시한 것도 아닌데 크게 변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어느 고등학교에 강연을 갔다가 학생회장이 되어 있는 그 녀석을 다시 만났다. 키나 몸집은 비슷한데 표정과 목소리가 너무나도 달라져 있어서 나는 처음에는 알아보지도 못했다. 녀석이 능숙한 솜씨로 내 강연을 촬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문득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몇 번이나 참아야 했다.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이 섞여서 그랬지만 그중 가장 묘한 기분은 고마움이었다. 두 번째 기회를 주었을 뿐인데 이렇게 못 알아볼 정도로 좋아진 그 녀석에게 하염없이 고마웠다. 그 아이가 버림받아 유흥가를 헤매고 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지금쯤 큰 칼을 들고 조폭들과 의미 없는 격투를 벌이다가 차가운 길바닥에서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어른들에게 묻고 싶다. 그대는 아이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고 있는가? 어두움과 절망에서 끌어올려 줄 새로운 기회를.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 주세요’ 中

이곳에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고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네온사인이 휘황찬란한 인천 유흥가에 있는 곳이지만 아이들과 내게는 우리를 보호해 주는 장막과도 같은 곳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거리에서 외롭다. 또래들끼리 함께 모여 아무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도 말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자기들을 인도해 줄 어른을 찾고 있다. 어른 자체가 싫어서 도망갔다기보다 그들을 이해해 주는 어른들을 찾아 떠났다니 이게 얼마나 큰 모순인가! 나는 짜장데이를 열어 주는 어른들이 더 많아지기를 소원한다. 꼭 탕수육을 사 줄 필요도 없고 유산슬이나 양장피를 사 줄 필요는 더더욱 없다. 그저 맛있는 짜장면 한 그릇을 앞에 놓고 그들의 얘기를 들어 주는 것만으로도 정말 많은 것이 바뀐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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