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고문은 출판사의 역할을, 최근 전자책 등의 새로운 움직임과 함께 등장한 개인 출판 또는 자가 출판 시스템 등에 대한 시각과 관련시키면서, 심사와 심의 기능을 통해 설명했다. …… 출판사는 출판 기획이라는 행위에 의해 저작물을 선정한다. 이때 저작물이 담고 있는 지식과 정보가 독자들이 현재에나 미래에 필요로 하는 것이며, 독자와 사회, 나아가 역사와 인류 문명에 도움이 되는 유용한 것인지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하게 된다. ---p.9,「1장 종이책의 산실, 출판사: 문명의 기록자」
그렇다면 왜 세계 최고 수준의 IT 강국인 우리나라가 전자책 이용 환경에서는 외국과 비교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 그것은 전자책 시장이 ‘책’이라는 정체성에서 비롯되었다기보다는 유통과 디바이스, 즉 전자책을 이용할 수 있는 기기에 주안점을 두고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풍부한 콘텐츠가 제공되고 이를 독자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디바이스가 개발되고 유통망이 형성된 게 아니라, 유통망을 가진 대형 서점이 전자책 시장을 선점함으로써, 그로부터 발생할 수익을 염두에 두고 전자책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또한 IT 대기업의 측면에서는, 콘텐츠 제공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채 전자책을 위한 기기 보급에만 전념해왔다. 그 결과 오늘날과 같은 기형적 시장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p.19,「2장 전자책은 게임 산업과는 차원이 다르다」
서점은 단순히 책이라는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니다. 한 시대를 선도하는 지식과 지성이 살아 교류하는 곳이며, 추억과 문화를 생산하는 공간이다. …… 우리는 유럽의 명문 서점을 소개하며 그들의 문화와 전통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그런 문화와 전통이 하루아침에 한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라 여긴다면 그야말로 무지의 소산일 것이다. 서점은 현명한 독자를 만들고, 현명한 독자는 서점을 만든다. 그런데 오늘날 대한민국에서 서점은 사라져가고 있다. 그리하여 현명한 독자 또한 점차 사라지고 있다. 현명한 독자가 사라진 자리에는 서점 대신 갖은 명품매장, 성형외과, 복권방이 들어서고 있다. 2013년 문화 강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pp.25-26, 28「3장 서점은 현명한 시민을 만들고, 현명한 시민은 서점을 만든다」
정직한 노력을 기울여 정직한 책을 비치하면 정직하게 사주는 고객이 있다는 것이 헌책방을 운영하는 보람이라고 말하는 그는 헌책방 독서가들은 자기가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그들은 신문이나 방송 홍보, 베스트셀러 여부에 따라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관심사에 따라 주체적인 독서를 한다는 것이다. ---p.32,「4장 시간의 기억을 품은 헌책방」
2012년 10월 26일 서울대표도서관이 개관한 후 11월 말부터 일을 맡게 된 이용훈 초대 관장은, 도서관은 재산, 신분, 계층 등 사회적 배경과 상관없이 사회적 약자를 포함해 모두에게 공평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의 서재임을 강조했다. ---p.39, 「5장 도서관은 시민에게 어떤 곳이어야 하는가?」
도서관의 위치에 따른 접근성과 이용자에 따른 장서의 구성도 중요하지만, 책 읽는 도시가 되고 싶다면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공간 조성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당연한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pp.53-54,「6장 도서관은 건물이 아니다, 책과 독자가 대화하는 공간이다」
서울시의 공공도서관 정책 중 하나가 걸어서 10분 거리마다 도서관이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고, 서울시 교육청에서도 책읽기 장려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렇다면 당연히 학생들은 가장 가까이 있고 편한 학교도서관에서 사서의 책읽기 지도를 받으며 방학 기간에도 책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책읽기가 사서와 학교 사이의 고용 계약 때문에 방학 동안에 중단되어야 한다는 것처럼 비교육적인 행위도 없을 것이다. ---p.64, 「7장 학교도서관에는 방학이 없다」
공 이사는 오늘날 운영되는 다양한 형태와 목적을 가진 작은도서관들을 제대로 정착시키고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작은도서관을 만들고 운영하는 주체들이 공공도서관의 분관화 형태로 남을 ‘작은도서관’과, 책을 읽고 빌릴 수도 있는 ‘지역커뮤니티 공간’으로서 ‘북카페’, ‘책사랑방’, ‘교육 문화 공간’ 가운데 어떤 방향을 선택할 것인지, 그 정체성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p.72, 「8장 작은도서관: 문화의 전파, 소통과 교류의 출발점」
‘14,300,000원’, ‘1,218’ 도대체 무슨 숫자일까? 2012년 한 해 대구동네인문학센터 김명희 기획위원이 구입한 책값과 도서 수이다. 물론 그녀 혼자서 구입한 것이 아니라 그녀가 리더로 있는 6개 독서모임 소속 63명 회원들이 함께 구입해서 읽은 것이다. 독서모임 하나 만들기도 어려운 요즘 6개의 독서모임을 만들고, 인문사회서적을 자발적으로 구입해 읽도록 만드는 그녀의 독서모임 노하우는 과연 무엇일까? ---p.73, 「9장 도서관의 꽃, 독서모임」
그러나 몸에 장애를 가진 시민들은 직접 경험의 범위가 일반인에 비해 훨씬 부족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이야말로 그 누구보다 간접 경험을 통해 새로운 삶을 설계하고, 직접 경험을 통해 접촉할 수 없는 모든 세상과 소통할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오늘날 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제한된 삶이라는 족쇄는 일순간 풀려나갈 수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장애인들은 도서관을 이용하거나 서점에서 능동적으로 독서의 대상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p.84, 「10장 모든 시민을 위한 독서 환경 조성: 장애인을 위한 도서관」
어떤 사회이건 소외계층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 과거에는 먹고사는 문제, 곧 생존의 문제가 소외계층으로 전락하는 주요 원인이었던 반면 오늘날은 정보 부족, 사회적 편견 등이 그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도서관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중추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서관이야말로 오늘날 시민이 갖추어야 할 모든 정보, 사회를 읽는 지식을 제공하고, 나아가 개인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형성해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pp.102-103, 「11장 도서관에 소외계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