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을 내다보면서 니나는 처음으로 이 도시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일 년 중 대부분 잿빛이나 갈색 진흙과 먼지로 뒤덮인 이 도시는 음울하다. 그런데 소복이 쌓인 눈이 온 세상을 깨끗하고 환하게 만들어놓았다. “모스크바는 눈으로 뒤덮였을 때가 가장 아름다워요.” 빅토르만이 들을 수 있도록 니나가 조용히 말한다. “여자하고 반대죠.” 빅토르가 대답한다. 그의 목소리 역시 속삭임에 가깝다. 그의 따스한 숨결이 귓가에 느껴진다. “이 도시는 가렸을 때가 아름답지만 여자는 아무것도 걸치지 않았을 때가 가장 아름다우니까.” --- p.84
정말 베라이다! 놀라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환하게 웃는 사람은! “너!” 니나가 마침내 소리를 지른다. 그녀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다. 폴리나를 소개할 겨를조차 없다. 베라가 직접 자신을 소개하고 니나는 그동안 마음을 가다듬고 세월이, 전쟁이, 그리고 니나가 알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베라를 변화시켰다는 생각을 한다. “베라 보로디나예요.” 베라가 폴리나에게 말한다. 니나는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다. 키로프 발레단의 미모의 신예. 성이 바뀌었다. 아마도 무대용으로 새로 지은 모양이라고 니나는 생각한다. 니나는 오래전 볼쇼이에서 오디션을 보던 날을 생각한다. 베라의 부모님이 어디론가 떠났고 사람들은 그들이 어딘가 수상했다고 수군거렸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니나는 그들을 생각한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그들의 일상생활로 보아서는 그런 말로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성인이 된 지금에야 니나는 이해한다. 어린 시절에 이해할 수 없었던, 그들에게 일어났던 일들을. --- pp.197-198
“바로 그래서 사랑이 위험한 거야. 인간은 사랑을 위해서 일어서고 사랑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지. 하긴, 자네야말로 누구보다도 잘 알겠군. 러시아는 조국에 대한 사랑 외에는 모든 사랑을 억압했으니까.” 사랑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의 본래 모습을 되찾게 만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랑은 인간을 강하게 만들죠. 사랑을 위해서 인간은 때로 미친 짓을 하니까요.” --- pp.433-434
진실을 알지 못했을 때에는, 그녀의 행동으로 인해 빅토르가 치러야 했을 대가를 떠올릴 때마다 이렇게 참담한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만약 니나가 그날 밤 떠나지 않았더라면 그는 결코 의혹의 대상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겐 증명해야 할 일도 없었을 테고 죄를 지은 사람처럼 보일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니나가 그 빌미를 주었다. 굳이 세르게이가 만들어낼 필요조차 없었다. 실제로는 전혀 떠날 이유가 없었는데도 니나는 그를 떠났다. 베라가 거쉬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니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었다는 것을 니나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세르게이, 그 역겨운 세르게이가 길가에 서 있었다. ‘자기가 힘을 써본다고 했어.’ 베라가 했던 말. 하필 그곳을 그가 지나가게 되다니……. 그 희박한 확률, 그리고 그 무작위성……. 만약 그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삶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어둠의 시대에 꿈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예술가들의 모습을 감수성 넘치는 문체로 지혜롭고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다. 인물들 하나하나에 감정이입이 되어 가슴 아픈 운명 속으로 빠져들었다. 한 편의 매혹적이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읽었다. 오스카 이후엘로스 (퓰리처상 수상작가)
섬세하고 열정적이고 감동적이다. 발레와 보석, 사랑, 배신을 소재로 철의 장막 시대 러시아와 현대 보스턴 사이를 오가며 한 편의 매혹적이고 감동적인 휴먼 스토리를 엮어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슬픔을 감출 수 없어 눈물을 흘리고야 말았다. 제나 블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깊은 여운이 남는 사랑 이야기를 통해 가족과 우정, 기억, 외로움에 대한 우아하고 매혹적인 미스터리가 삶으로 되살아났다. 세련되고 품격 있으며 눈물과 반전까지 갖추고 있는 완벽한 소설이다. 매튜 펄 (『단테 클럽』, 『마지막 디킨스』 작가)
밤 새워 시와 낭만, 지적 호기심의 세계에 빠지게 할 정도로 경이롭다. 우리가 왜 소설을 읽는 지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책이다. 로렌 벨퍼 (『빛의 도시』, 『사나운 광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