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이 하루 동안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우리 학교 우리 반 우리 교실입니다. 하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고 해서 서로 생각과 마음이 잘 통하는 건 아니지요. 솔직한 내 마음을 드러내는 일도, 내 마음이 편견 없이 받아들여지는 경험도 충분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속을 터놓고 다정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바로 시 덕분이죠. 마음과 마음이 만나는 곳, 우리에게 시가 있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를 이 어린이 시인들이 쫑알쫑알 들려줍니다.
- 박해영 (대구숙천초 교사)
여기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24명 친구들의 딱지를 다 따야 하는데 아직 열 명밖에 못 따서 언제 열네 명의 딱지를 딸까 고민하는 승찬이. 공부해야 하는 책이 한 권 늘 때마다 다크 써클도 는다는 해영이. 6월의 빗소리가 참 좋아 계속 듣고 싶다는 하은이. 서랍에 물건을 쑤셔 넣기만 했는데 친구들 덕에 정리가 편한 걸 알게 되었다는 주원이. 운동회에서 달리기를 하는데 세상이 희미해지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다는 예담이. 그런 예담이에게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다고 말해주는 쫑알쫑알 시 친구들. 이 시집엔 자기 속내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이 있습니다. 한 반 아이들로 뭉뚱그려 볼 때와는 전혀 다른 아이들입니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의 마음이 새롭습니다. 좋은 시는 이런 것인가 봅니다. 보고 있자니 눈이 환해지고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 황선주 (대구포산초 교사)
몇 해 전, 어린이 시인들을 지도한 두 선생님과 같은 학교에서 일했습니다. 두 분의 교실에 놀러 가면 손수 만든 놀이 및 수업자료와 그림책이 가득할 뿐 아니라 큰 전지에 또박또박 쓴 동시도 붙여 두시곤 했습니다. 새로운 동시가 벽에 붙을 때마다 학생들도 오며 가며 읽고 낭송까지 하며 시를 즐겼는데, 그런 시간이 어린이시를 쓰는 바탕이 되었겠지요.
건강한 어린이들은 온몸과 마음을 다해 힘껏 기뻐하고 뿌듯해하며, 때로는 눈앞이 깜깜하게 흐려질 만큼 긴장하고, 무거운 마음에 한없이 쪼그라듭니다. 세상이 꺼질 것처럼 속상하다가도 친구의 응원 한 마디로 기운을 새롭게 얻어 달려 나가며, 자신이 성큼 자란 걸 느끼고 스스로 대견해 하기도 합니다. 그러한 모습들이 이 책 안에서 반짝이고 있습니다.
시에 대해 이야기할 때 어린이들이 ‘시는 내 얘기를 들어 준다’고 하여 참 시원하고 찡했습니다. 이야기를 기꺼이 들어주고 마음이 힘들 때는 손을 잡아주는 시 친구가 늘 어린이들의 곁에 있으면 좋겠습니다. 귀중한 쫑알쫑알 이야기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잘 붙잡아 책으로 꼭꼭 여민 두 선생님이 참 고맙습니다.
- 유루시아 (서울증산초 교사)
처음에 아이들 시라는 얘기만 들었을 때, 딱딱하고 형식적인 느낌이 강하지 않을까 했는데 그 생각은 첫 번째 시에서부터 완전히 깨졌다. 보이는 대로 경험한 그대로 과장되지 않은 비유와 어렵지 않은 묘사가 참 좋았고 마음에 큰 울림을 주었다.
아이들의 시를 읽으면서 내 삶의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될지 몰랐다. 아이들의 눈으로 본 세상이 내 삶에 투영되어 나의 감성을 자극하였다.
‘완벽한 날’, ‘여름’, ‘겨울은 추워’ 등 아이들이 쓴 계절의 모습은 내 기억 속 계절을 떠올리게 했고 ‘왕할머니’는 떠나보낸 소중한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이상한 느낌’은 나도 아는 바로 그 느낌이다.
아이다운 감성과 웃음기 가득한 명랑함,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저절로 공감이 가는 비유, 80여 편의 시를 읽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즐거웠다. 게다가 아이들이 자기 목소리로 직접 읽으니 그 표현과 감성이 더욱더 깊게 와 닿았다. 빨리 음악을 입히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나를 피아노 앞에 앉게 만들었고 피아노를 치는 동안에도 미소가 절로 나왔다.
솔직한 마음을 담은 시로 나의 삶을 따듯한 눈으로 돌아보게 만들어주었던 아이들에게 감사하다. 아이들의 시와 함께했던 이 시간은 어느 작업보다 뜻깊고 보람된 시간이었다.
- 김태헌 (작곡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