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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감각-ㅅ

일곱 번째 감각-ㅅ

시인수첩 시인선-069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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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167쪽 | 236g | 124*198*20mm
ISBN13 9791192651071
ISBN10 1192651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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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7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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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이불처럼 걷어 툭툭 털고 볕에 내어 말릴 수 있겠니, 주먹을 쥐었다 펴면 우수수 쏟아지는 부스러기들을 모아 기억만으로 몸을 넘어설 수 있겠니, 문구점 앞 새빨간 슬러시를 훔쳐 도망가다 컵을 엎지를 때, 화단의 튤립을 뽑고 막대사탕을 심을 때, 깨어진 구슬들이 웅성웅성 귓가에 부딪힐 때, 입가를 온통 바스러진 단것들로 장식하며, 최선을 다해 망쳐버릴 거야, 손톱을 물어뜯으며 사정없이 못생겨질 거야, 너와 나 이후를 견딜 수 없을 때까지, 사소한 믿음에 남은 생을 걸고, 팔다리를 아무렇게나 휘저으며, 드넓어지며, 옛 이불들이 켜켜이 쌓인 옷장 속에 숨어들어, 납작해져야지, 조금씩 흩어지다 흔적으로만 남아야지, 베개 속에 감춰둔 나쁜 낙서들을 베어 먹으며, 이빨이 모조리 새까맣게 변하기를 기다려야지, 부서진 빛의 조각들이 입술의 위성처럼 떠돌던 여름에
---「이혜미_침대에서 후렌치 파이」중에서

겁도 없이 기억이 기억을 이긴다. 울음이 그칠 때까지 당신을 안아줄 수 있어. 기다리지 않아도 다가오는 것들. 숨은 줄 알았는데 뚜렷한 것들. 그날 왜 애인은 나 대신 울기로 작정을 했을까. 이곳을 해변이라 부르면 해변이 되고 이곳을 춥다고 말하면 그늘이 금세 곁에 와 있다. 모래 산이 곁에 와 있다. 만약이라는 이름의 작은 알약과 만일이라는 이름의 작은 일들 때문에 서로가 보탠 희미함도 그립게 식는다. 모래 산 중심에는 뿌리를 내리지 못한 나뭇가지가 박혀 있고, 그 속에는 뿌리 대신 소리를 내서 읽으면 울컥 눈물이 쏟아지는 문장이 있다. 오래 못 가 무너지는 관계들처럼 바람이 불 때마다 가슴이 끓고, 이해하기 좋은 슬픔들은 슬픔이 되지 못하고 투명해져 갔다. 내 쪽으로 모래를 많이 가져와야 이기는 게임인 줄 알았다. 모래의 양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사는 동안 눈물이 많았던 사람은 영혼이 너무 녹아 얼굴이 지워진다고 하던데, 나는 왜 그토록 많은 눈물을 흘리고도 멀쩡한 낯빛이 되어 살아가고 있을까. 앞다투어 빼앗아낸 모래가 서로 앞에 다른 높이로 쌓이고 모래 산이 품고 있던 나무의 깊이만큼 겁도 없이 마음이 마음을 움직였다. 좁은 복도를 걸으면서 부어오른 애인의 편도를 생각했다. 죽은 가지에서 꽃이 피지 않는다는 말을 믿게 되었다. 흐느끼는 애인을, 모래를 끌어오듯 안는 순간에서 나는 정지한다. 그 사람이 투명해지기 직전까지 움직이는 모든 것이 마음이 되었다.
---「박성준_아스라이」중에서

살구꽃 그림자가 수심을 어지럽히는 사월의 바다

살고 싶어 저녁을 부르는,
저녁이 저녁으로만 깊어가는 어두운 현기증은
입술이 지듯이
이끼 없이도 상처를 들어앉히고

최선을 다해 젖는 꽃잎은 차라리 물갈퀴이기도 했다

윤슬처럼

올망졸망한 별빛들,
지척을 가린 물속에서 더욱 그렁그렁했다

심장처럼

살구꽃잎 속에서 잠긴 이름들
사월은 어린 것들을 부르다,
핏물이 빠지지 않는 지평선을 오래 바라보게도 했다

봄으로부터 눈시울이 붉어지는 바다
잊지 말고, 기억하자고

살구꽃이 질 때마다
물멀미를 앓는, 버릇이 생겼다
---「황종권_끝없는 버릇」중에서

가장 높이 솟은 대지에 이름이 새겨지리라 나는 낱말의 제국 이름 없는 영토의 경계이다 대지 위로 던져진 지도는 그대로 낱말의 영토가 된다 낱말과 낱말을 잇는 선은 해답이 있는 미로 한 번 들어서면 정해진 길로 나오게 되는 미로를 그린다 서로 어긋나는 곳을 점령해 들어가는 낱말의 영토 그 경계 단 한 번의 전투도 없이 낱말들은 공격하고 휴전하며 영토를 넓힌다 낱말들이 끌어당긴 선은 번영하는 제국의 영지이므로 대지는 낱말들의 발자국을 따라 끊임없이 나뉜다

나는 낱말의 가슴 아름다운 가슴 길쭉한 낱말에게 물린 상처에서 시커먼 낱말이 흘러내린다 시커먼 낱말은 결코 새빨개지지 않는 낱말 멈추지 않는 시커먼 낱말이 드넓은 낱말을 덮어 낱말 위로 낱말이 흘러가고 모든 낱말을 시커먼 낱말 속으로 잠기게 한다 나는 낱말의 홍수 낱말은 낱말을 멸망시킨다 어제 혹은 내일의 일 5만 년 전 혹은 5만 년 후의 일 5억 년 전 혹은 5억 년 후의 일 낱말의 이름으로 낱말의 낱말에 생명들이 올라타 시간을 기다리지만 낱말의 낱말은 영원히 낱말 위로 떠돈다

낱말의 영토는 생명의 여백 낱말의 깃발 아래 생명은 생명이 되지만 낱말의 깃발이 부러졌을 때 생명은 비로소 생명이 된다 그제 혹은 모레의 일 10만 년 전 혹은 10만 년 후의 일 10억 년 후 100억 년 전, 제국의 굴뚝에서 낱말들의 연기가 피어올라 대지를 가린다 손가락을 들어 저 멀리 연기가 비어 있는 곳에 생명이 있다고, 그러나 나는 낱말 누구도 생명의 생존을 확인하지 못한다 연기가 비어 있는 곳은 영토도 비어 있기 때문 없는 영토에 없는 생명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손가락을 들어 그러나, 나는 손가락 나는 영토 나는 해답이 있는 낱말들의 미로를 한없이 넓히는 경계―ㄹ의 제국이다
---「서종현_ㄹ」중에서

나는 이제 사람에게서 시를 보고, 시를 읽으며 사람을 떠올린다. 작가와 화자는 다르다지만 어찌 현실적으로 ‘그 시’와 ‘그 사람’이 이질적(異質的)일 수 있겠는가. 시인의 시보다 사람의 시가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도 등단의 열망에 번민하여 밤잠을 설치는 문청(文靑)이 있다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시인이 되기 전에 사람이 되라고. 시인의 시보다 사람의 시가 더욱 아름답다고. 시인으로 시단(詩壇) 말석에 앉고 보니, 기자로서 여러 현장을 취재하다 보니 알게 됐다. 사람답지 못한 이들의 위선과 가식과 이중 행태가 얼마나 역겨운 것인가를. 따라서 진실을 발견하고 순수를 노래하며 상처를 치유하는 시인만큼은 최소한, 사람다워야 한다는 것을. 위로와 연대의 기수(旗手), 시인의 속삭임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사람이 사람에게 건네는 따뜻한 손길’이기 때문이다. 좌절한 내게 손 내밀어주는 시를 읽고 싶다.
---「신승민_시인의 시, 사람(人)의 시」중에서

겨울 숲을 걷고 나서 아침으로 수프를 끓였습니다. 야채를 크게 썰어 볶고 물을 붓습니다. 모서리를 둥그렇게 깎아야 부서지지 않는다는데, 부서진다고 해서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하고 그냥 잘라 넣습니다. 수프는 기다림이 중요합니다. 짧으면 설익고 길면 부서지는 시간 속에서 바닥이 타지 않게 계속 저어줘야 합니다. 그 앞을 벗어나지 못하고 젓다 보면 흰 입김처럼 피어오르는 연기, 그 속에서 차가운 손끝이 녹아내립니다. 수프는 맛있습니다. 뜨겁고 고소하고 잘게 씹히는 무른 야채들. 수프가 가장 생각나는 이 겨울, 당신은 아직도 그 숲을 걷고 있을까요? 지도에도 없는 그 겨울 숲을. 수프를 먹으며 생각합니다. 다시 그 숲에 가게 된다면 당신과 마주 앉아 수프를 먹을 수 있을까요. 무릎이 부딪칠 만큼 좁게 다가앉아 식을 줄 모르는 수프를 후후 불며 먹는, 그런 꿈도 언젠가는 꿀 수 있을까요. 아마 그럴 것 같습니다. 당신은 적어도 제게는 그 숲에 있는 사람이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면 계절마다 한 번씩 부서지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숲과 수프를 생각하며 차갑고 뜨겁게, 제 세계는 그렇게 당신이 걸어가는 숲만큼 넓어집니다.
---「문혜연_숲과 스프」중에서

기존의 규율을 답습하라니. 기존의 가치들로 ‘성취’하라니. 지금까지 ‘시’가 쌓아온 고유한 아름다움을 지키라니. 그건 무슨 협박인가. 난장판을 벌여도 모자랄 시간인데. 화려하게 미숙하고, 아름답게 절망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인데. 나는 차마 그렇게는 못 하겠다.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그렇게는 못 하겠다. 그러니 친구들아, 내가 실패했다고, 미숙하다고 마음껏 욕해라. 고맙다. 그게 나의 긍지다. 나는 걸어가야겠다. 가시밭길이 나의 길이라면 해맑게 웃으며 나아가야겠다. 치열하게 실패하고, 황홀하게 절망해야겠다. 그래, 나는 실패할 걸 알면서도 모험을 떠나야지. 두려워도 매일매일 나의 사물함을 열어야지. 도망가지 말고 다시 폭탄을, 시든 꽃다발을, 누군가의 설익은 어둠이 마주해야지.
---「이진양_사물함에는 폭탄이, 시든 꽃다발이, 누군가의 설익은 어둠이」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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