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책이나 애니메이션을 방금 보고도 그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부모는 ‘내 아이의 머리가 나쁜 걸까?’ 하고 속으로 걱정하죠. 하지만 틀렸습니다.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에요. 무엇을 기억해야 할지 몰라서 기억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무엇을 기억하면 좋을지 질문을 통해 알려주면 되죠. 질문은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사람에 대한 질문, 사건에 대한 질문, 사실에 대한 질문이 그것입니다. 먼저, 사람에 대한 질문은 이렇게 할 수 있습니다.
“이 동화에서 누가 주인공이야? 주인공은 보통 한 명이지. 물론 여러 사람일 수도 있지만.”
---p.31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을 알려준다」 중에서
반복해서 쓰고 읽어야만 기억되는 것이 아닙니다. 상상하면 더 많은 걸 생생하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자신을 물, 흙, 바람, 공기, 원자, 은하, 강감찬, 문익점, 윤동주 등으로 상상해낼 수 있는 아이에게 배움은 즐거운 일이 될 것입니다.
“네가 문익점이었다고 생각해봐. 목화씨를 몰래 들여올 때 얼마나 가슴이 두근거렸을까? 무섭기도 하고 기대도 되었을 거야.”
“네가 공기라고 상상해봐. 어떤 걸 싫어할까? 매연을 뿜어내서 공기를 더럽히는 자동차? 하늘을 회색빛으로 만드는 공장 굴뚝? 온실가스와 냄새를 뿜어내는 소의 트림?”
---p.43 「동일시 상상으로 즐겁게 기억한다」 중에서
비유법은 학습 능력도 올려줍니다. 비유에 익숙한 아이는 교과서를 읽는 게 편합니다. 예를 들어 3학년 도덕 교과서에는 ‘마음속 보물 찾기’와 ‘마음속 휴지 버리기’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비유적 표현입니다. 4학년 국어 교과서에 등장하는 글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서 나무는 부모나 친구 등 헌신하는 사람을 비유한 것입니다. 이처럼 교과서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유가 그득하니, 비유 능력은 공부의 기본 능력이나 다름없습니다.
---p.57 「비유적 표현이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을 키운다」 중에서
그런데 놓치지 말아야 할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추상적 개념이 아이를 변화시킨다는 점입니다. 빵, 스마트폰, 연필과 같은 구체적 개념은 아이를 변화시키지 못하지만 추상적 개념은 다릅니다. 지성과 감성을 바꾸고 행동의 변화도 일으킵니다. 예를 들어 절제, 자부심, 용기, 사랑 같은 개념은 듣기만 해도 마음이 움직이고 그런 마음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피어납니다. 아이들도 그렇습니다. 특히 긍정의 추상적 개념은 이것에 대해서 묻고 가르치기만 해도 아이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질문해보는 겁니다.
“절제란 무엇일까? 생각과 언행이 지나치지 않게 조절하는 노력이야.”
“사람은 어떤 경우에 자부심을 느낄까? 자신의 꿈을 위해 애쓸 때가 아닐까?”
---p.71 「추상적 개념은 아이를 변화시킨다」 중에서
지식을 이미지화하는 방법은 개념지도 말고도 아주 많습니다. 가장 쉬운 이미지화는 벤다이어그램입니다. 학교에서도 배우는 벤다이어그램은 특히 공통점과 차이점을 한눈에 보여줘서 좋습니다. 예를 들어 식물과 동물이라는 두 개념을 비교하거나 대조한다면 97쪽과 같은 벤다이어그램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동물과 식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그림화해볼까?”라고 물어보십시오. 교과서와 책에서 봤던 많은 정보를 풀어내서 재미있는 벤다이어그램을 뚝딱 만들어서 부모를 감동시킬지도 모릅니다. 물론 일상의 문제도 벤다이어그램의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p.96 「복잡한 내용은 이미지화한다」 중에서
책 속에 갇혀 있는 지식은 박제처럼 무미건조합니다. 책 밖에서 이야기되고 활용되는 지식이어야 아이들을 매료시킬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과서 속 지식을 교과서 밖으로 꺼내 현실에 적용하고 활용하는 경험이 아이들에겐 꼭 필요합니다. 그런 경험은, 귀찮은 걸 꾹 참고 아이의 교과서를 읽는 부모만이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5학년 아이에게 충치가 생겼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교과서를 읽지 않은 부모는 이렇게 말할 겁니다.
“충치가 왜 생기는지 아니? 단 것을 먹으면 입안에 벌레가 많이 생겨서 이를 파먹기 때문이야.”
---p.133 「교과 내용을 대화에 활용한다」 중에서
이처럼 초등 교과서에는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글들이 그득합니다. ‘이건 인과관계다’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않을 뿐 거의 모든 페이지에 인과관계 설명이 숨어 있는데, 숨은 인과관계를 재빨리 파악할수록 교과서를 더 쉽게 이해하게 됩니다. 그러니 아이들도 인과관계를 알아야 합니다. 초등 과정에서 원인과 결과를 묻고 가르치는 건 과잉 교육이 아니라 적정 교육인 것입니다.
아이가 인과관계를 재빨리 파악하도록 도우려면 관련 질문을 생활화하면 됩니다.
“오늘 저녁밥이 유난히 맛있네. 원인이 뭘까? 아빠가 만든 반찬이 맛있어서일까? 아니면 요리를 너무 느리게 해서 우리 가족이 무척 배가 고파졌기 때문일까?”
---p.159 「인과관계를 분석한다」 중에서
정보의 출처는 많습니다. 친구, SNS, 가십성 매체, 전문가, 주요 언론사 등이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데, 아시다시피 정보 출처마다 신뢰도 수준이 다릅니다. 그중에서 주요 언론사나 전문가는 믿을 만한 정보를 주지만, 또래 친구의 주장이나 SNS 내용은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걸 자녀에게 가르쳐줘야 합니다. 정보의 출처만 따져도 정보의 신뢰도를 알아낼 수 있다는 걸 알려주려면 이렇게 물어보면 되겠죠?
“2028년에 지구에 거대 운석이 떨어진다는 걸 어디에서 들었니? 전문가의 말이면 사실일 거고, 유튜브에서 봤다면 거짓일 가능성이 높아. 정보가 나온 곳, 즉 정보 출처를 알면 정보의 신뢰성을 짐작할 수 있단다.”
---p.216 「출처와 진위 확인으로 정보의 신뢰도를 평가한다」 중에서
스토리 생산은 아이에게 자유의 경험도 줍니다. 책에 갇혀 있지 않고 창의적인 대안을 만들어내면서 아이는 자유를 느끼고 신이 날 것입니다. 그러니 부모가 먼저 질문을 해서 아이의 스토리 창작 경험을 이끌어주세요. 이런 질문은 어떤가요?
“《해저 2만 리》의 잠수함 노틸러스가 하늘을 날면 더 재미있을 것 같지 않니? 영화 『어벤저스』에 나오는 공중 항공모함처럼 말이야.”
---p.272 「대체 스토리 생산으로 창작 경험을 쌓는다」 중에서
(1)은 단순 지식을 가르쳐줍니다. (2)는 생각에 대한 질문과 설명입니다. 어느 것이 아이에게 이로울까요? 어느 쪽이 수준 높은 사고를 유도하나요? (2)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처럼 묻고 설명하면 아이는 자신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고민하는 등 차원 높은 사고를 경험하게 됩니다.
외부 사물이나 지식에 대해서 생각하는 건 쉽습니다. 두세 살 아이도 그런 생각은 합니다. ‘호주의 수도는 캔버라다’도 같은 종류의 생각입니다. 그런데 시선을 안으로 돌려서 자기 생각에 대해서 생각하는 건 어렵고도 고급스러운 인지 활동입니다. ‘내가 왜 시드니가 호주의 수도라고 믿게 되었을까?’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아이가 높은 수준의 사고를 경험합니다. 이처럼 ‘자신의 생각을 성찰하기’ 또는 ‘자신의 생각에 대해 생각하기’가 바로 메타인지입니다.
---p.293 「메타인지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