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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이끄는 곳에는 간질거림이] 이석원 두 번째 이야기 산문집. 그의 이야기는 끝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뒤부터 읽게 만드는 소설 같은 매력이 있다. 이상한 이웃 이야기인줄 알았더니, 끝에는 간지러운 감정이 도착해있는 묘한 경험과 피식대는 웃음도 함께 선사하는 이야기꾼의 신작. - 에세이 PD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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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부 3부 4부 5부 6부 7부 8부 에필로그 작가의 말 |
저이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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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재작년 어느 날, 위층에 누가 새로 이사를 오는가 싶더니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콩콩콩콩. 쿵. 발소리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건 결코 큰 소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자정 즈음이면 나기 시작하는 소리가 새벽 한 시, 두 시 어떨 땐 세 시 넘어서까지 이어졌기 때문에, 온 아파트가 잠들어 쥐 죽은 듯 고요한 때에 들려오는 그 작은 소리는 마치 내게 이렇게 속삭이는 듯했다. 너 자지 마. --- p.13 소통疏通 문자는 억양을 전달할 수 없어서 위험하고 전화는 표정을 보여 줄 수 없어서 위험하고 만나서 하는 건 그 모든 걸 숨길 수 없어서 위험하다면 어떤 오해나 불필요한 마찰 없이 타인에게 나의 민감하고 내밀한 이야기를 전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 p.37 우리의 불행은 늘 이상하리만치 상대적이다. 행복도 마찬가지라면 그건 너무 비극 아닐까. --- p.87 나는 평생의 적중률 97퍼센트짜리 아주 확률 높은 징크스가 있는데, 그건 누구를 만나든 내가 받은 첫인상은 틀리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처음 만난 어떤 사람의 느낌이 좋으면 결국엔 뭔가 그 판단을 뒤집을 일이 생기고, 안 좋으면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되는 일이 많았단 얘기다. 그도 예외가 아니었다. --- p.147 |
한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이석원만의 독특한 서사
2015년, 이석원은 장편 소설처럼 하나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독특한 형식의 산문 『언제 들어도 좋은 말』로 30만 부 이상의 판매를 기록하며 출판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자기만의 필치로 여러 권의 산문집을 발표해 온 그가 8년 만에 새 이야기 산문집을 들고 돌아왔다. 전작보다 더 예측이 어려운 전개에 따뜻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작품은 어느 날 이사 온 조금 이상한 이웃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전환을 거듭하며 궁금증을 유발하는 스토리와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들 그리고 웃음 포인트가 되는 에피소드가 재미를 더하면서 책장을 넘기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거기에 이석원 작가 특유의 짧고 강렬한 산문이 중간중간 삽입되어 독자들에게 휴식을 주고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진지한 분위기의 전작들과 달리 유머러스함과 미스터리가 가득한 이 이야기 산문집은 이석원의 더 넓어진 작품 세계를 보여 준다.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들, 전환을 거듭하며 궁금증을 유발하는 이야기 그리고 우리 삶에 질문을 던지는 단상들 위층 집에 새 이웃이 이사 온 뒤 늦은 밤만 되면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몇 달간 참다가 더는 견딜 수 없어서 올라가 보니 생각지도 못한 상황이 펼쳐지는데…… 그 집의 문과 벽에는 마치 찾아올 것을 알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이 절대로 문을 두드리거나 메모를 붙이거나 소리를 내선 안 된다는 경고의 문구로 뒤덮여 있었던 것이다. 아래층에 사는 사람을 잠 못 들게 하면서 자신은 방해받고 싶지 않다니……. 이렇듯 이상한 이웃의 만행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시종일관 독자의 시선을 붙잡는다. 이 이야기는 층간 소음에서 비롯된 이석원의 좌충우돌 고생담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오늘도 무사히 마쳤구나, 고생했어, 수고했어, 하고 스스로를 격려해야 하는 그런 힘든 일”들을 겪지만, 보통의 삶에는 고생한 시간이 만들어 내는 고마운 것들이 있듯이 이 이야기에도 그런 것들의 아름다움과 소중함이 담겨 있다. 그리고 사랑과 두려움이 동의어인 어떤 사람의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은 “언제 깨어질지 몰라 불안해 미칠 만큼 모든 것이 너무나도 순조롭고 또 행복했던 기억”이다. 어떤 이는 그 소중한 것이 영원할 것처럼 함부로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얻기도 전에 잃을까 봐 걱정부터 한다. 석원 또한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는 여전히 보통의 사람들보다 조금 더 섬세하고 조금 더 소심하다. 이런저런 걱정도 많다. 하지만 전보다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한 발 나아간 모습을 보여 준다. 그렇게 그는 조금 성장했고, 지금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아 간다. 재미를 더하는 흥미로운 요소들과 유쾌한 분위기 등 작가의 전작들보다 넓어진 이 작품의 스펙트럼은 그런 모습을 잘 담아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