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2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14쪽 \| 10018220mm
ISBN13	9791197264122
ISBN10	1197264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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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저 : 김은선 이동 관심작가 알림신청

심상국이의 그림자는 영점일초마다 길어지고 있다
스타트건이 탕 하는 소리에 맞춰 빡빡한 공기에 온몸을 밀어넣는다
심장이 터질 거 같은데 숨을 들이마실 수도 내뱉을 수도 없다
심상국이는 진공으로 점점 빨려 들어가는 것만 같다
---「공설운동장의 심상국이」중에서

세상이 망하면 새벽 네다섯 시쯤이 좋겠다
다니는 차도 없고
자다가 끝장나는 사람이 더 많을 테고
무엇보다 그 시간이면 나도 퇴근한 후니까
빈 도로를 쌩쌩 달려 내 고양이들을 싣고
방랑을 시작해야지
모든 게 똘똘 뭉치거나 가루처럼 흩어질 거야
끝장나니까
점유와 약탈이 질서정연하게 나열될 거야
생존이니까
---「지구멸망기원문」중에서

나는 폐지가격에 민감하다
폐지로 밥 벌어먹고 살 수 있다는 거는 중학생 때 알았다
아버지에게 저주를 퍼붓고 가출을 한 친구 때문이다
술 마시고 왁왁하는 아버지가 싫고
술 심부름 시키는 퉁퉁한 어머니가 밉고
무엇보다 집이 고물상을 한다는 게 창피하고
---「고물산 친구」중에서

거긴 진짜 지옥이 아니었던 셈이다
내일도 새로운 해가 뜨겠지
내일도 똑같은 해가 뜨겠지
애리슈퍼의 하루가 저문다
---「애리슈퍼의 애리 남편」중에서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일이라며 불콰하게 취해
화과자를 나눠준 옥태였다
싱글벙글 옥태는 중국공산당이 코로나 단속을 어찌나 잘하는지
한국이 배워야 한다고 힘주어 자랑도 했다
옥태는 나에게 뼈에 좋은 두유며 감기만 해도 염색이 되는 샴푸 따위를 주문해달라곤 했다
나는 옥태에게 노무사를 소개해 주고 싶었지만
말 한번 꺼내본 적이 없다
---「도문시 옥태」중에서

그러고 보니 그의 상반신은 비읍 모양이다
비읍의 몸통에 달린 팔을 시옷자로 흔들며 추진한다
병익씨를 요약한다면 ㅅㅂ 또는 ㅂㅅ이 되겠다
---「길 가는 병익」중에서

너무 많은 꿈을 꿨어
오래 잠든 탓이지
이제 그만 일어나야지

---「보편적 인간경험」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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