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까지 디자이너의 삶을 살아오면서 가장 많이 고민하고 연구한 것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이란 어떤 공간일까’ 하는 것입니다. (......) 그런데 검증된 몇몇 주요 이론이나 제가 중요시하며 작품에 적용하는 노하우도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론이나 트렌드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성’과 인간에 대한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확실한 것은 공간을 처음 기획하는 단계부터 마무리할 때까지 그곳을 찾을 사람들의 삶과 스타일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고, 그에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 p.11~12

이곳의 야마하 매장을 방문하면 먼저 4미터가 넘는 높은 천장고를 수백 개의 파이프관으로 굴곡 있게 설치하여 구현한 벽면 디자인에 시선이 갑니다. 이 벽면 디자인에 사용된 파이프관은 오선지에 그려져 있는 음표 같으면서도, 라운드로 몇 겹으로 설치되어 있어서 피아노 형상을 떠오르게도 하고 노래 악보 같기도 하다는 평을 듣고 있습니다. 파이프 관 하나하나마다 설치된 작은 조명들 덕분에 조형물이 더욱 입체적인 공간을 만들어주고, 또한 이 조형물이 매장에 놓인 악기들과 조화를 이루어서 악기들을 돋보이게 도와줍니다. --- p.76

전현무 씨의 집은 마치 역사관처럼 과거, 현재, 미래로 공간이 유니크하게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현관에 들어서면 전현무 씨의 사인으로 디자인한 패널이 명판의 역할을 하며 걸려 있습니다. 또 공간을 나누어 시간의 흐름에 따른 그의 이야기를 집에 담았습니다. 과거의 이야기는 친구나 지인들과 활용하는 게임방과 서재에 담았고, 현재의 이야기는 거실을 위주로 담아냈습니다. 그리고 주방공간을 중심으로 미래의 이야기를 배치했습니다. --- p.102

아이들을 위한 좋은 교육공간을 디자인하는 과정은 3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1단계는 ‘찾아오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어린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즉,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창의적으로 디자인되어,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말합니다. 여기서 창의적인 디자인이란 반드시 새롭거나 특이한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유행하거나 특이한 것들은 처음에는 호기심을 끌 수 있지만 금세 질리거나 지루해져서 아이들이 멀리하는 공간이 되기 쉽습니다. 오래된 콘텐츠라 해도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디자인하는 것이 교육공간 디자인 1단계의 핵심입니다. --- p.116

현대에는 세상에서 유일한, 독특한 공간 디자인이란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인테리어를 좋은 자재로 했다거나 하는 하드웨어의 평가도 사라졌습니다. 그만큼 정보가 널리 퍼지고, 실력 역시 평준화되어 독보적인 새로움이 없으며, 하드웨어의 차이도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먼저 이 시대에 어떤 공간이 필요한지 확실히 자각한다면 타 브랜드와는 완전히 다른 공간으로 디자인할 수 있고, 사람들이 많이 찾고 오래 머무는 공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b>철학과 스토리를 구현한 공간, <br/>가치를 담아내다<br/></b><br/>국민소득 3만 불 시대를 맞으면서, 또 SNS의 영향으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단순히 의식주를 만족시키는 것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데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그중에는 먹는 것, 입는 것만이 아니라 우리가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 대한 관심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좋은 공간이란 단순히 보기 좋거나 유행하는 마감재를 쓴 그럴듯한 장소가 아니라, 우리의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드는 공간일 것이다. <br/><br/>현대의 공간은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진 공간이 다른 공간과 연결되어 통합적인 하나의 공간으로 완성되는 횡적인 연결과 함께, 공간이 하나의 영역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주는 등의 종적인 연결을 추구한다. 이는 상업공간, 주거공간은 물론 종교적 공간에도 적용된다. 특히 교회에는 신앙의 메시지를 담으면서도 성도들이 자유롭게 예배하고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요즘에는 북카페 등을 통해 교회와 지역주민을 잇는 문화적 거점이자 지역의 사랑방과 같은 역할,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까지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공간의 멀티유즈를 위해서는 그에 맞게 잘 디자인된 공간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br/><br/>이 책은 스토리와 철학을 담은 공간을 추구하며 10여 년 넘게 많은 공간을 디자인해온 저자의 작업과 이야기를 담았다. 각각의 꼭지를 이끄는 가족, 체험, 라이프스타일, 선물, 연결, 희망, 경청 등의 키워드는 저자가 해당 공간에 어떤 가치를 구현하고자 했는지를 보여준다. 가족의 의미를 담은 BK기념관, 교회의 비전을 담은 CCC 히스토리&비전센터, 경험하며 즐길 수 있는 상업공간인 야마하 코리아 매장, 아이들을 위한 교육공간으로서 충실하게 꾸며진 프라미스랜드, 지역사회와 호흡하는 사랑방의 역할을 해내고 있는 순카페, 지역의 문화공간으로 소통의 모델이 된 숲속도서관, 사옥 공간을 통해 복음의 전파를 송신해온 역사를 담은 극동방송선교역사관 등 그동안 저자가 작업해온 공간의 이야기를 통해 신앙을 담아내는 공간, 철학이 담긴 공간, 시간을 품고 의미 있는 기억을 선사하는 공간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정승범 대표의 공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입니다. 우리의 감성을 어루만지는 삶의 이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공간은 스토리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스토리가 되기도 합니다. 그동안 정승범 대표가 만들어온 희망의 공간이 책으로 만나는 모든 분들의 마음속에 또 다른 희망으로 전해져 하늘의 평안함으로 채워지기를 축복합니다.

다양한 지식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요즘의 환경에서 정승범 대표의 작업들은 공간에 대한 창성과 창의성 도출 과정을 세세하고 꼼꼼하게 묘사하며 공간이 어떻게 완성되고 사람들이 찾아오는 공간이 되는지를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영감과 방향성을 제시해줄 것입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란 무엇일까? 어떤 공간에 사람들이 찾아오고, 사람들을 머물게 하는 것일까? 이 책을 통해 정승범 대표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공간을 바라보는 새로운 철학과 시선을 접할 수 있습니다. 정승범 대표는 누구보다도 탁월하게 인간의 내면을 다루는 디자인으로 저에게 많은 영감과 감동을 준 디자이너이자 저의 좋은 친구입니다. 디자이너가 공간에 접근하는 태도와 방식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낸 책, 오늘을 사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친구’를 추천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