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박싱 코로나』에는 우리의 실패한 대응에 대한 반성과 고민이 담겨 있다. (…)
그러나 『언박싱 코로나』에 우리의 실패와 좌절의 이야기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는 팬데믹 이전의 우리 사회, 즉 ‘뉴 노멀(New Normal)’ 이전의 ‘노멀(Normal)’이 갖고 있었던 여러 한계점들을 수면 위로 꺼내주었고, 이는 사회의 구시대적인 제도들을 새롭게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 급격한 사회적 변화의 흐름 속에서 불안함을 느끼고 있는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이 책은 불안감을 넘어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전략을 함께 제시한다.
---「책을 펴내며, 10~11쪽」중에서
코로나 팬데믹 시기, 정부의 전쟁의 수사는 어떤 정치적 결과를 만들어낼까? 정치 지도자들이 끊임없이 전시 상황임을 강조하고 위기감을 불러일으킨 결과, 세계 각국에서는 국민들의 별다른 저항 없이 반민주주의적 조치들이 시행되고 있다. 코로나 시기 국가와 행정권의 강화 현상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 여러 국가들이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치 영역에서는 민주주의의 위기가 가속화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장 김정연,「팬데믹 속 전쟁의 언어와 민주주의의 위기, 39쪽」중에서
이 과정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팬데믹에 대한 공포가 한 사회가 위험한 집단으로 여기고 있는 소수 집단에 대한 증오를 품고 재생되고 영속화한다는 점이다. 스페인 독감 관련 루머의 경우 독감 발생 이전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미국 사회에 만연하던 독일 스파이에 대한 공포에 기반하고 있다. 바이러스가 독일에 의해서 의도적으로 유포되었다는 음모론은 사실 독일에 대해서 미국 사회가 가지고 있던 편견, 독일인이 배신자라든가 혹은 미국 사회의 아웃사이더라는 편견에 기반한 것이었다. 루머에 의하면 독일 스파이들이 잠수함을 타고 와서 해안에 상륙하여 바이러스를 퍼뜨리거나 미국에서 적극적으로 유포했다는 것이다. 이 당시 독일인 일반을 ‘암적 존재’라고 부르는 일도 흔했다.
---「2장 이병재,「가짜뉴스와 팬데믹의 “디지털 결혼”, 67~68쪽」중에서
과거의 해외 사례들이 보여준 것처럼, 정부와 의료 당국이 한번 신뢰를 잃게 되면 그것을 회복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 한 번 잃어버린 신뢰는 새로운 허위 정보와 가짜뉴스가 확산될 수 있는 좋은 토양이 된다. 정치인들은 백신을 둘러싼 갈등으로부터 자신들에게 기대되는 정치적 이득을 따지기 전에,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이 과연 국민들의 생명에 우선하는지 스스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3장 송정민,「백신 거부와 과학의 정치화, 113쪽」중에서
메타버스는 아바타의 정체성을 필연적으로 드러내는 환경이다. 이용자가 메타버스에 들어갈 때 아바타를 생성하는데, 메타버스에 참여하는 이용자는 자신의 실제 이름을 아바타에 부여하거나, 자신의 별명을 부여한다. 특히 이용자는 아바타를 일정한 모습으로 꾸미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이용자의 정체성이 반영된다. 이용자는 자신의 아바타의 모습과 이름, 아바타의 피부색, 머리, 옷, 신발과 같은 외형을 선택하고 정할 때, 자신의 존재를 반영하게 된다. 따라서 메타버스 안의 아바타는 현실의 나와 연결된다. 이용자의 관점에서 나의 아바타가 메타버스 안에서 이루어온 경험은 자신이 쌓아온 경험의 산물이다.
---「4장 김범수,「메타버스와 미래의 정치 참여, 129쪽」중에서
좋아하는 대상을 위해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팬덤은 개인에게도 활력을 주며, 기부, 봉사 등의 사회 참여를 통해 활동적인 노화(active aging)를 장려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편에서 트로트 영웅들이 고령층의 ‘코로나 블루(코로나로 인한 우울감)’를 이겨내는 데 기여했다는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유일 것이다. 이러한 팬덤 활동은 온라인에 기반한 활동이 많다는 측면에서 콘텐츠 소비에서 나아가 콘텐츠 생산, 참여 등에 동기부여를 한다. 이는 고령층의 디지털 기기 및 서비스 이용 경험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이들의 인터넷 기술 이용 능력 향상을 이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5장 오주현,「피할 수 없다면 누리자! 코로나-19로 인한 고령층의 일상 변화와 적응, 164쪽」중에서
흥미로운 점은 대면 교류의 감소가 환영받는 사례도 있었다는 점이다. 앞선 사례에서 명절 기간의 고향 방문 자제 권고는 노인들이 외로운 명절을 보내게 했지만, 가족 간의 모임을 부담스러워했던 사람들에게는 가족 친지와의 만남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덜어주는 핑계가 되었다. 씁쓸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는 상황이지만,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에 남아 있는 가부장적 문화와 대가족 문화, 참견 문화 등을 고려하면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재택근무의 활성화는 직장 내 상사·동료들과의 접촉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갈등을 줄여주기도 하였다. 재택근무가 가능한 업종의 경우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 회사 차원에서 재택근무와 관련된 재정적 지원을 해주는 사례도 있었다. 특히, 한국 특유의 회식 문화를 꺼리는 사람들에게는 회식이 사라졌다는 것만으로도 환영받기도 하였다. 이러한 사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대면 교류의 감소가 사람들의 부정적인 감정과 연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특정 측면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교류의 방식이나 영역에 따라 다양한 맥락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6장 임정재,「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는다? ---「거리 두기와 마음의 건강, 203쪽」중에서
코로나 시기의 일자리 변화를 요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원격 근무가 가능한 노동자와 필수 노동자는 직업적 안정을 유지할 수 있었고, 학력이 높을수록 원격 근무로의 전환이 용이했으며 일을 그만둔 비율도 낮았다. 그리고 고임금 노동자들은 코로나 시기에도 근무 시간의 양이 거의 변하지 않았던 반면, 저임금 노동자들은 근무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코로나 시기는 고학력, 고임금 노동자들보다 저학력, 저임금 노동자들에게 경제적으로 더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다.
---「7장 손연우,「코로나-19로 앞당겨진 노동의 미래, 223~224쪽」중에서
코로나 팬데믹은 경제뿐 아니라 개개인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언택트 소비의 생활화는 개인에게 편의성을 제공하였다. 이에 따라 택배원 및 배달원 등의 단순 노무 일자리는 증가했지만, 오프라인 매장의 일자리는 크게 줄어들고 있다. 기업들이 오프라인 매장 인건비 절감 등의 이유로 대규모 구조 조정을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게임업계를 중심으로 IT 업계는 인력 대란에 시달리고 있어, 이러한 고용 시장의 양극화는 실제 임금 상승률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전환으로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실업이 대거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중숙련 일자리가 가장 위태로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8장 이나경,「온택트 시대의 경제 양극화, 280~281쪽」중에서
팬데믹 이후 우리가 친환경을 더 많이 이야기하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시민들, 소비자들의 환경과 기후 변화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이다. 우선 신종 바이러스가 생겨나고, 이것이 엄청난 전염력을 통해 전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된 것은 인간 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이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그리고 매일 쓰고 버리는 엄청난 양의 마스크, 카페에서 다회용 용기 대신 쓰이는 일회용품, 식당에서의 식사가 어려워지면서 급증한 배달 플라스틱 용기, 의료진과 공무원들의 방역복 등 개인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쓰이고 버려지는 쓰레기가 급증하면서 여기에 대한 우려도 증가했다. 내가 살기 위해 파괴한 것들이 다시 나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온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은 내가 살기 위해서는 지구를 함께 살려야 한다는 생각을 점차 하게 된 것이다.
---「9장 김민정,「온택트 시대의 경제 양극화, 287~288쪽」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