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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만남]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 하재영 작가 북토크 티켓

[작가만남]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 하재영 작가 북토크 티켓

: 2023년 3월 9일 오후 7시 휴머니스트 대강의실

[ 책 1권, 북토크 티켓 1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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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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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서문 ― 필연적 오독, 불가능한 재현, 예정된 실패

첫 번째 앨범. 평범한 여자아이 되기

아내도 며느리도 엄마도 아닌
아무것도 나를 완전히 꺾지는 못했다

두 번째 앨범. 실어의 시간을 경유해 다른 목소리로

있지만 없는 사람
오래된 이야기를 거부하는 여자가 될 것인가,
오래된 이야기 속의 ‘그 여자’가 될 것인가?

세 번째 앨범. 여자가 여자를 키우는 데에는 모순이 있다

너를 다시 키운다면
입안에 갇힌 말과 패배한 몸

네 번째 앨범. 여성의 일에 대한 두 가지 신화

‘스위트홈’이라는 의무
나의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은
‘폭력’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 앨범. 이름 붙일 수 없는 문제, 이름 붙일 수 없는 관계

어머님의 식사
두 명의 갇혀 있는 자

여섯 번째 앨범. ‘비존재’의 계보를 기록하기

황혼을 바라볼 때
결여된 이야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어릴 때는 엄마에게 사랑받고 인정받으려고 애썼다. 청소년기에는 반항하고 상처 주려고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내가 처한 상황을 견디느라 엄마를 멀리했다. 시간이 흘러 엄마의 삶을 나의 글 안에서나마 살아보고자 결심했을 때, 그리고 어떤 의미로든 이 작업에 실패하리라 확신했을 때 엄마는 말했다. “못해도 네 잘못이 아니야. 내 삶이 별 볼 일 없어서야.” 이 글은 엄마가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안간힘이기도 했다. 누구의 삶도 별 볼 일 없지 않으며 엄마의 삶 또한 마찬가지라고. 나는 엄마에게, 이름으로 불리지 못한 엄마 세대의 수많은 여성에게 그것을 증명하려고 실패를 예감하면서, 성공해야 했다.
--- p.13

문학과 역사 성적이 특히 좋았어. 고등학교 3학년 때, 전교생의 국어 점수를 그래프로 만든 성적표가 나왔는데 한 학생만 그래프 선이 끝까지 올라가 있더라고. 그게 나였어. 마흔 중반에 동기 몇 명과 당시 국어 선생님을 찾아뵈었는데 선생님이 나를 보고 반색하면서 물었어. “뭐 하고 사니?” 네 아빠가 사업에 실패해서 집안이 어려울 때였어. 나는 식당에서 주방 일을 하고 있었는데 차마 그 말은 못 하고 “살림해요.”라고 대답했어. 선생님이 의아해하더라. “뜻밖이네. 너는 자의식이 강해서 네 이름으로 뭔가를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약간 씁쓸했어. 예전에는 나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이 있었는데 싶어서. 하지만 그런 생각도 지나가는 거지, 먹고살기 바빠서 금세 잊었어.
--- p.26

엄마의 표현을 빌리면 나는 “나대는” 아이였다. 더 나쁘게 표현하면 “설치는” 아이였다. 노래를 부를 기회가 생기면 내가 노래를 잘한다는 확신에 차서 앞으로 나섰고, 선생님이 발표할 학생을 찾으면 문제를 맞히겠다는 의욕에 부풀어 팔을 높이 들었다. 나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 그냥 해내는 정도가 아니라 ‘잘’ 해낼 수 있다. 엄마가 걱정한 점은 바로 그것, ‘특별한 사람’이라는 나의 자아상이었다. 또 한 번 엄마의 표현을 빌리면 엄마는 나를 “꺾으려” 했다. 과도한 자신감과 고집스러운 성격을 가진 “나대는” 여자아이는 “꺾어야” 한다. 이것이 나의 아동기에 엄마가 일관되게 가졌던 교육적 신념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서 나는 왜 그래야 했느냐고 물었다. 엄마가 말이 없기에 다시 물었다. “여자아이라서?” 엄마가 대답했다. “응, 여자아이가 나대면 미움받으니까.” 잠시 뒤 엄마가 말했다. “미안해.”
--- p.33

기나긴 문학사에서 소수자인 여성 작가의 책을 읽었더라면, 버지니아 울프의 선언처럼 “여성이 글을 쓸 수 있으려면 먼저 ‘집 안의 천사를 죽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천사와 괴물 둘 다 ‘죽이는’ 울프적인 행위”로부터 글쓰기를 시작했더라면, 그리하여 여성 작가가 되는 것은 저 ‘다락방의 미친 여자’들로부터 이어져온 계보의 말단에 나를 위치시키는 일임을 깨달았더라면 나의 삶과 글은 달라졌을까? 샌드라 길버트와 수전 구바가 쓴 《다락방의 미친 여자》는 문학에서의 부권 은유를 다루는 첫 장 ‘여왕의 거울’에서 이렇게 말한다. “모든 작가에게 자아 정의는 자기주장보다 반드시 선행한다. 창조적인 ‘나란 존재’가 무엇인지 ‘내’가 알지 못한다면 언어화할 수 없다. 그러나 여성 예술가에게 자아 정의의 본질적 과정은 그녀와 자신 사이에 끼어든 모든 가부장적 정의 때문에 복잡해진다.
--- p.73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1. 하재영, 어머니를 기록하는 필경사가 되다

- 나와 가장 가깝고 내가 거의 모르는 한 여성,
‘어머니’를 쓰다

아이의 자존감, 문해력, 창의성, 영어, 수학, 과학, 미술, 돈… 제목에 ‘엄마’가 포함된 책을 검색하면 자식을 키우는 일에 관한 어머니의 온갖 책무가 쏟아진다. 먹이고 입히는 일이 당연함은 물론이고 한 인간의 성장과 관련한 일이 오로지 어머니의 손에 달린 것만 같다. 시대에 따라 ‘훌륭한 어머니’ 상은 달라지고 있지만, 오늘날 ‘어머니 역할’은 더 촘촘히 분화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한 사람에게 이 모든 영역을 관장하기를 기대하는 것, 도달할 수 없는 목표에 가까스로 다가서면 상찬을 바치고 미치지 못하면 가혹한 평가를 쏟아내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우리는 세계의 실패를 직시하는 대신 그 실패를 어머니라는 개인에게 떠넘김으로써 근본적 원인을 은폐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어머니도 다른 모든 이와 마찬가지로 실패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는 찬양과 불가능한 기대로 박제된 명사 ‘어머니’를 넘어 한 ‘인간’으로 그를 대면하는 경험이 필요하다.

하재영은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에서 ‘사적’으로 나와 가장 가깝고 내가 거의 모르는 한 여성, 어머니의 목소리를 기록하는 필경사가 되었다. ‘엄마’는 한 사람의 개별자이자 생을 통해 연결된 존재이기에, 그를 알고자 하는 모든 딸에게 ‘난제’다. 작가는 어머니의 삶을 경청하고, 해석하고, 감응하려는 치열한 시간을 통해 또 한 번 모녀의 성장을 이루어냈다.

2. ‘나대는 여자아이’를 꺾으려 했던 엄마
엄마에게 인정받으려고, 상처 주려고 모든 힘을 쏟아부었던 딸
각자의 생을 통과해 다시 마주 앉은 모녀의 서사


- “나의 글은 엄마라는 한 인간을 온전히 설명하거나 묘사할 수 없다.
그 불가능성을 알면서, 또는 알기에 엄마에 대해 쓰고 싶었다.”

1955년생, 남 앞에서 엉덩방아 찧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스케이트를 배우지 못한, 문학과 영화를 사랑하는, 결혼 후 목소리를 잃을 수밖에 없었던, 30년 시집살이를 견디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가족을 부양한, 기쁘고 슬프고 즐겁고 고된 시간을 통과한 지금의 내가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고선희.

1979년생, 고집 세고 자신만만하던, 발레와 함께 어린 날을 보낸, 타고난 신체로 평가하는 세계에서 환영하지 않는 몸이기에 좌절한, ‘일’과 ‘폭력’의 관계 안에서 수없이 꺾이고 꺾여야 했던, 생존자임를 감각하는 행위로서 글쓰기를 멈추지 않는 자, 하재영.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모녀 관계의 두 여성을 만날 수 있다. 하재영은 유년에서 청년, 중년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고선희의 삶을 인터뷰하며 엄마의 지대한 영향을 받은 딸이자 그와 다른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을 반추한다. 누군가의 딸로 살아가는 여자들은 알 것이다, 엄마와 마주 앉아 생을 돌아보는 일의 지난함을. 딸과 엄마는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기에, 혹은 알아주기를 기대하기에 어쩌면 상대의 진실에서 가장 먼 사람들일지 모른다. 서로에게 닿지 않았던 시절을 지나 모녀는 타이핑한 문서와 육필로 쓴 글을 사진으로 찍어 서신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그리고 서로의 삶으로 들어서고 물러나는 시간을 통과해 공동의 회고록을 완성해냈다.

“누구의 아내도 며느리도 엄마도 아니었던 시절, 내가 그저 나였던 시절”을 떠올리는 엄마의 이야기. “내가 처한 상황을 견디느라 엄마를 멀리했던 시절” 감당해야 했던 생의 무늬를 돌아보는 딸의 이야기. 앞 세대 그리고 다음 세대 여성의 시간이 교차하는 기록 속에 두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삶을 살아왔는지 그 세월의 흔적이 남긴 상처와 긍지가 섬세한 필치로 펼쳐진다. 동시에 모녀가 ‘여성’이라는 조건 안에서 세대를 넘어 경험한 공동의 지형은 무엇이었는지 짚어가는 동안 독자들은 자기의 시간을, 어머니의 역사를 떠올릴 것이다.

작가는 서문에서 “우리는 모녀라는 관계의 타자로서 영원히 서로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불가능성을 알면서, 또는 알기에 엄마에 대해 쓰고 싶었다. 불가능한 일을 실행하기에 이 작업의 결말은 확실시된 실패이지만 의미 있게 실패하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그의 손끝에서 어머니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으로 머물지 않고 자기 삶의 저자가 되는 ‘사건’을 만났다.

3. 엄마의 엄마의 엄마들, 그 서사적 단서를 찾아서

- 모계를 기록하는 일의 의미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에는 엄마와 딸 외에도 중요한 인물이 한 사람 더 등장한다. 바로 하재영의 할머니이자 고선희의 시어머니, 송영임이다. 고선희는 송영임과의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며느리이자 딸이고, 말동무이자 시녀였어. 그분의 세계에서 그 모든 역할을 감당하는 유일한 사람.” 하재영의 기억 속 송영임은 고선희의 그것과 다르다. “나에게 할머니는 애증의 대상이다. 할머니를 사랑하기에 두렵다. 나의 글쓰기로 우리의 사랑을 배반할까 봐, 할머니를 단순하고 납작하게 ‘나쁜 시어머니’로 만들어버릴까 봐.”

하재영은 모녀도, 자매도, 친구도 아닌 두 여성의 관계를 둘러싼 시간의 흔적을 살피며 가부장제 안에 있던 ‘두 명의 갇혀 있는 자’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또 한 사람, 고선희의 어머니 채무식은 어디로 갔을까?

저자의 글이 ‘모계의 기록’에 충실하려면 책의 첫 장은 엄마의 엄마에게서 시작되어야 했고, 마지막 장은 엄마의 엄마에게서 끝나야 했을 것이다. 이 책에 채무식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그의 이야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재영은 “이 책의 숙명적 한계는 어느 장에서도 나의 모계, 엄마의 엄마의 엄마들에 대한 ‘서사적 단서’를 발견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그가 엄마의 삶을 기록해야 했던 이유는 “우리의 계보에 ‘비존재’인 할머니가 있음을 기억하고, 할머니와 달리 엄마를 ‘존재’하게 만들기 위해서”였는지 모른다.

4. 미시사의 기록을 넘어 페미니즘의 사유를 직조하다

- 글 쓰는 여자의 계보를 가로지르며 ‘여성-딸-어머니-인간’을 성찰하기
- 어머니가 어떤 텍스트이든 우리는 그로부터 나아간다

저자는 미시사의 기록에 머물지 않고 앞 세대 그리고 동시대 페미니스트들의 사유를 종횡무진 통과하며 삶과 공부를 하나로 직조해낸다. 에밀리 디킨슨, 시몬 드 보부아르, 에이드리언 리치, 베티 프리던, 수전 구바, 샌드라 길버트, 수전 손태그, 리베카 솔닛, 정희진, 김영옥, 하미나… ‘글 쓰는 여자’의 계보를 유유히 가로지르는 유려한 문장을 따라 독자들은 ‘여성-딸-어머니-인간’으로서의 삶을 성찰할 수 있다.

책을 덮은 뒤에도 어머니와의 관계는 독자 각자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어머니를 낯설게 바라보며 대화를 시도하는 이도, 끝내 해결할 수 없는 의문과 상처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이도 있을 것이다. 백 쌍의 모녀에게는 백 가지, 아니 그 이상의 이야기가 있다. 어머니가 어떤 텍스트이든 흉터로 영광으로 내 안에 남고 우리는 그로부터 나아간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는 수많은 어머니의 경험과 기억이 흩어지고 부유하다 휘발하지 않도록 하는 일, ‘모계를 기록’함으로써 단독자이자 연결된 자로 살아가는 일의 의미를 돌아보게끔 하는 단초가 되어줄 것이다.

엄마에 대한 모름을 앎으로 바꾸기 위한 작가의 시도로 시작된 글은 다음과 같은 어머니의 말로 끝을 맺는다.
“나는 네 덕분에 또 조금 성장한 것 같다.”
생을 용감하게 마주하고 살아내는 또 하나의 길이 우리에게 열렸다.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엄마를 ‘이해할 수 있을까’와 ‘이해하고 싶다’ 사이에서 방황하는 딸들에게 주요한 참고문헌이 도착했다. 글을 읽는 동안 내가 엄마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질문’임을 깨달았다. 좋은 책은 읽는 사람을 쓰는 사람의 자리에 데려다 놓는다. 이 책은 분명 그 목록의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더 많은 ‘평범한 엄마들’이 “자기 삶의 저자가 되는 사건”을 앞으로도 계속 목격하고 싶다.
- 장일호 ( 『슬픔의 방문』 저자,〈시사IN〉 기자)
어머니의 말하기와 딸의 글쓰기가 반복되다가, 어머니가 딸에게 책을 읽어주는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정말 감동했다. 말하는 이와 듣는 이, 쓰는 이와 읽는 이가 한데 모여 한 사람을 이야기 속에서 다시 살게 한다. 그 장면의 진가를 느끼기 위해서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읽어야 한다. 이야기하는 존재인 한 우리는 “훼손되지도, 모욕당하지도, 소멸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이 책 전체가 생생히 증명한다.

회원리뷰 (36건) 리뷰 총점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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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어머니를 기록 하지만, 나로써 살고 싶은 딸이 엮은 엄마와 딸의 공동 회고록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아****빛 | 2023.04.24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딸은 엄마를 보고 자라고, 그런 엄마를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엄마와 딸은 다정할 것이라고 생각 하지만, 엄마와 딸이 서로를 이해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건, 살아온 시기가 서로 달라서 그럴거다. 특히 나처럼 엄마와 딸의 관계를 평생 의문처럼 달고 질문해온 나로써는 이책을 읽고 굉장히 신선했다.    당연히 "엄마 다워야 한다" 는 말;
리뷰제목

딸은 엄마를 보고 자라고, 그런 엄마를 벗어나고 싶어하지만,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엄마와 딸은 다정할 것이라고 생각 하지만, 엄마와 딸이 서로를 이해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건, 살아온 시기가 서로 달라서 그럴거다. 특히 나처럼 엄마와 딸의 관계를 평생 의문처럼 달고 질문해온 나로써는 이책을 읽고 굉장히 신선했다. 

 

당연히 "엄마 다워야 한다" 는 말에 의문을 품지않았고, 그 기준에서 미달하면, 엄마를 사랑하면서도 미워했으니깐. 사실, 딸로써, 엄마의 사정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고 눈감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한번 엄마를 이해 해주면, 계속 이해 받고 싶어했고, 또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아는 엄마의 태도가 싫었다. 

 

하재영 작가의 책을 읽다가, 비단 나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사회도, 자녀에 대한 교육의 책임을 유독 엄마에게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경우를 많이 봤다. 나도 그 사회 구조 분위기 속에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한 가해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다. 

 

평생 돌봄의 주체로 살아가는 대부분의 엄마들은, 자식들을 키우고, 그 부모를 돌보고, 자녀의 자녀인 손자/손녀를 돌보고, 남편을 돌보고, 생을 마감하기 전 자신도 돌본다는 글 속에서, 마음이 오래 머물렀다. 그런 돌봄의 주체였던 사람들이 돌봄의 대상화가 되는것을 상당히 두려워 한다는 글에도.

 

돌봄의 주체가 된 엄마이지만, 그런 엄마들의 삶은 잘 기록되지 않고, 가족의 일부로써, 그 가족이 잘 기능 할 수 있도록, 자신을 지움으로써, 희생하면서, 가족 구성원들이 잘 살아 갈 수 있게끔 도와주는 사람이 된다. 하지만, 그들은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사회가 그들의 노력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탓이다. 

 

언제쯤이면 우린 남자, 여자를 떠나서 동등한 인간으로써 비슷한 고민과 질문을 주고 받으며 지낼 수 있을까. 남여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서로가 동등한 위치에서 비슷한 자리를 차지 할 수 있을까 싶다. 여권 신장이 많이 이루어 졌어도, 여전히 갈길은 멀어 보인다. 

 

남자 보다는 여자에게 더 가혹한 외모 평가와, 돈벌이 하는 엄마라도 항상 집안일은 아빠 보다는 엄마의 몫이었던 점과, 가족 돌봄의 책임에 엄마와 딸의 비중을 높게 두는 점 등은 과거나 현재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남성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약한것으로 가두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등, 남성에게 주어진 차별도 함께 극복해 나가야겠다. 

 

또한, 집안의 공간에도 주방은 여자, 서재는 남자의 공간이 아니라, 모두의 동등한 공간으로 인식되는 날을 소망한다. 주방에서 가족들의 호출로 내가 하는일을 어느 일방만 중단되어지지 않는, 그런 평등한 입지, 함께 요리를 하고, 책을 읽고 사유하는 그러한 세계 말이다. 공간에도 지배력이 작용한다는 점을 하작가의 책을 읽기 전까진 크게 인식 하지 못했었다. 

 

또한, 글을 쓰고, 읽는다는건, 내 개인적인 일일뿐 아니라, 비슷한 상황의 타인에게도 큰 힘이 됨을 하재영 작가를 통해 한 번 더 깨달았다. 발화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지 않고, 문제제기를 하지 않으면, 발전도 없다. 그래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여성을 과거에는 금기시 했던 것 같다. 기득권 남성들이 불편해지고, 기존 자신들의 입지에 균열이 생길 수 있으니깐. 

 

그리고 "모성" 이런 신화에 갇힌 여러가지 이미지들이 얼마나 허상인지, 깨닫는것만으로도, 우리네 엄마들이 가부장제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응어리가 녹게끔 하는 촉매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 다음 세대의 딸과 아들을 위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길 강력 추천한다.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란 제목처럼, 엄마를 기록하지만,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는 당찬 자녀들을 위한 지침서이자, 가부장제 안 답답한 응어리를 지고 사는 엄마, 아빠의 해방선언 같은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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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모든 딸들에게 권하는 책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e*******i | 2023.04.13 | 추천1 | 댓글0 리뷰제목
    요즘 유명한 책이라기에 책 좀 읽는다던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한 책이라 기대하며 읽었다. 엄마와 딸의 공동 회고록이라는 이야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나는 딸이자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딸 대신 아들과 살고 있다는 점. 책에 많은 밑줄을 남기며 의문스러우면서도 이해가 되는 어머니가 된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하재연 작가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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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명한 책이라기에 책 좀 읽는다던 사람들이 입을 모아 칭찬한 책이라 기대하며 읽었다. 엄마와 딸의 공동 회고록이라는 이야기에 더욱 관심이 갔다. 나는 딸이자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딸 대신 아들과 살고 있다는 점. 책에 많은 밑줄을 남기며 의문스러우면서도 이해가 되는 어머니가 된 내가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하재연 작가의 날카로운 지적으로 우리는 수혜자이면서 비판자라는 사실에 화들짝 놀랐다. 나는 어머니의 돌봄을 당연시하면서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이중성! 하지만 우리는 계속 소리를 내야 한다는 믿음은 확신으로 번졌다. 좋은 문장들이 많아 겨우 추리고 또 추렸다.

 

  • p.7/ 페미니즘에 대해 알아가면서, 나와 가장 가까운 여성-엄마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그녀가 나의 엄마로 '태어난'것처럼, 인간이자 여성으로서의 엄마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여겼다. 이 글은 엄마에 대한 모름을 앎으로 바꾸기 위해 시작되었다.
    • 저자가 말하듯 내가 엄마가 되기 이전에 엄마란 그냥 나의 엄마로서만 존재했다. 그녀의 젊은 날, 혹은 직장을 다녔다는 사실조처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그녀는 철저히 나의 엄마를 업으로 했다.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야 엄마가 이해하고 눈물겨웠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아이를 낳을 필요는 없지만, 더욱 엄마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계기는 나 또한 엄마가 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 p.12/ 디킨슨의 고백은 이 시대 딸들의 선언이다. 어머니가 원하는 사람이 되려고 삶의 한때를 바치고, 아무리 노력해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고, 마침내 어머니의 뜻대로 살지 않기로 결심한 딸에게는 '어머니가 결코 없다'. 이 선언은 모계에 대한 부정이 아니다. 내 안의 '여성적 힘'을 선포하는 것이고, 어머니의 시대를 넘어서는 것이며, 나를 낳은 여자의 분신으로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이다. 그 여성에게는 모두 어머니가 없다.
    • 나의 경우, 나의 그녀는 자식들에게 기대가 없었던 것 같다. 어떻게 살으라 통제하기 보다 그냥 건강히 자라는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었으리라 짐작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딸들은 어머니의 요구를 아들들보다 더 순종하려고 한다. 어머니를 넘어서는 것이 어머니의 시대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말이 아이러니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 p.31/ 이제야 그런 생각이 들어. 참 수동적으로 살았구나, 열정도 야망도 없었꾸나, 살림하고 시부모 모시고 남편 내조하고 아이 키우는 게 전부인 줄 알았구나. 다르게 사는 여자도 있었겠찌만 나에게는 잘 보이지 않았어. 내가 봤던 여자 어른은 대부분 누구의 아내이고 며느리이고 엄마였으니까. 나도 그게 여자의 역할이자 의무인 줄 알았지. 그렇게 살다 보니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었네. 돌아가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인생에서 가장 좋았떤 시기를 꼽으라면 그때인 것 같아. 학생이었던 시절, 누구의 아내도 며느리도 엄마도 아니었던 시절, 내가 그저 나였던 시절.
  • p.37/ 여성의 지위는 개인의 성취가 아니라 남편과 시가의 계급으로 결정되었다는 사실이다. 여성의 주체적이지 않은 것이 아니라 사회가 주체적이지 않은 여성을 원했다.
  • p.38/ '평범하지 않음'은 '특별함'이나 '비범함'일 수도 있고 '비보편성'이나 '소수성'일 수도 있다. 딸이 평범하게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에는, 선구적이고 투쟁적인 사람으로서 질투와 공격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과 소수자로서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공존하는 듯하다. 평범해지고 싶은 소망, 혹은 스스로가 평범하다는 믿음의 기저에는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삶에 대한 갈망, 정상성과 표준성에 대한 강박, 비주류에 대한 두려움, 심지어 혐오가 자리하는지 모른다.
  • p.66/ 내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직업이 하나 있는데 배우야. (...)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니라 모두이면서 누구도 아닌 사람이 되겠지.
  • p.71/ 아빠가 엄마에게 무심한 것 이상으로 엄마도 아빠에게 무심했다. 그런데도 나는 왜 엄마가 아빠에게 사랑받지 못한다는 데 안달했을까?
  • p.73/ 이야기 속의 '그 여자', 괴물 같은 여자의 반대편에 있는 '천사 같은 여자', 한마디로 '남성-사회가 욕망하는 여자'가 되는 것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안전한 방식이라고. (...) 버지니아 울프의 선언처럼 "여성이 글을 쓸 수 있으려면 먼저 '집 안의 천사를 죽여야 한다."는 사실. (...) 여성 예술가에게 자아 정의의 본질적 과정은 그녀와 자신 사이에 끼어든 모든 가부장적 정의 떄문에 복잡해진다."
  • p.78/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 "우리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가 되는 것"
  • p.81/ 내가 뱉었던 말, 타인에게서 들었던 말, 세상을 구성하는 언어의 진위를 의심하게 했다. 의심의 시간은 동시에 실어의 시간이었다. 그렇다. 그것은 침묵의 시간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실어의 시간이었다고 해야 한다. 나의 언어라고 믿었던 것이 사실은 나를 위한 언어가 아니었따는 것을, 나를 지배하고 압제하는 언어였다는 것을 꺠달았을 때 나는 입을 다문 것이 아니라 말을 잃었기 때문이다.
  • p.82/ 목소리를 빼앗음으로써 세상이나 타인과 충돌하지 않고 자기 자신과 충돌하게 만든다.
  • p.84/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은 나약함을 통제당하지만, 캐럴 길리건이 간파했다시피 "한때 여성의 것이었던 연약함은 인간의 특성"이다. 약함은 여성다움이 아니라 인간다움이다.
  • p.119/ 솔닛의 말처럼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자기 소멸을 여러 방식으로 마주하는 일이다. 여성의 몸에 대한 요구, 자리를 덜 차지하라는 요구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말라는 요구이자 소멸하라는 요구이다. '목소리'가 없는 존재는 다른 말로 '자리'가 없는 존재다. 몸에 관해서 이것은 은유가 아니라 실제다.
  • p.123/ 나는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고 여러 사건에 영향을 받았지만, 정신의학은 생애 초반에 이루어진 단 한 사람과의 관계에 주로 집중한다. 거기에는 아버지도, 다른 가족도, 또래 집단도, 선생도, 사회적 억업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 p.125/ 우리는 세계의 실패를 직시하는 대신 그 실패를 어머니라는 개인에게 떠넘김으로써 근본적 원인을 은폐한다. 어머니도 다른 모든 이와 마찬가지로 실패하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나처럼, 모든 사람처럼, 한때는 미숙했고 영원히 불완전할수 밖에 없는 한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 p.147/ '딸'이자 '다음 세대 여성'이라는 말은 두 가지 사실을 누락한다. 나는 (엄마가 평생 반복해온 무급 노동의 수혜자인) 딸이자, (무급 노동을 담당하는 성별이 주로 여성이라는 현실에 비판적인) 다음 세대 여성이다. '딸이자 다음 세대 여성'이라는 말은 '수혜자이자 비판자'라는 말로 바꿔 쓸 수 있다. 엄마의 노동에 대해 말하는 것은 나의 이중성을 직시하는 일이다.
  • p.156/ 나오미 울프, 아름다우면 일을 못 해도 눈에 보인다. 일을 잘하는데 아름다우면 눈에 보여도 실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일을 잘해도 아름답지 않으면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실력이 소용없다.
  • p.207/ "며느리-아내-엄마인 여자는 집 안의 어느 곳에나 있어야 하므로 집 안의 어느 곳도 소유해서는 안 되었다. 엄마는 장소 그 자체였다." (...) 장소 상실은 한 사람의 자리를 지워버림으로써, 또는 모든 자리에 그 사람이 머물게 함으로써 누군가를 '있지만 없는 사람', '부재하는 존재'로 만든다. 
  • p.251/ 최현숙 작가, 갱년기는 정치적 언어다. 이 언어가 가리키는 시기와 현상은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것처럼 오인되고 부정적 이미지와 결합해 "남성중심의 성 이데올로기에서 한 여성이 인간으로서의 존재 가치가 끝나는 시기"를 의미한다. (...) 노년 여성은 성 이데올로기의 측면에서 무성으로 간주되는 동시에, 노동의 영역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여성성을 수행한다. 이 양가적 정체성의 현실에서 안전과 돌봄의 문제로 직결된다.
  • p.253/ 노동에서 여전히 여성성을 지니기에 나이가 들어도 자녀, 부모, 남편에게 돌봄을 요청받는다. 또는 자청한다. (...) 종국에는 홀로된 자신까지 돌본 뒤에야 죽음과 함께 이 노동이 끝나리라는 의미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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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리뷰 나의 엄마, 나, 나의 딸을 마주함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o****4 | 2023.04.04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엄마와 딸의 공동 회고록#나는결코어머니가없었다_하재영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많이 울어본 건 처음이었다.너무 울어서 눈이 팅팅 붓고더 이상 읽기가 힘들어서 일부러 쉬어가며 읽을 정도였다.무엇때문에 그렇게까지 울음이 났을까 생각해보니 책 속에서 나의엄마의엄마, 나의엄마, 나, 나의딸을 마주했을 때 울컥울컥 울음이 터져나왔던 것 같다. 이 책은 작가의 어머니가 자신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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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딸의 공동 회고록
#나는결코어머니가없었다_하재영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많이 울어본 건 처음이었다.
너무 울어서 눈이 팅팅 붓고
더 이상 읽기가 힘들어서 일부러 쉬어가며 읽을 정도였다.
무엇때문에 그렇게까지 울음이 났을까 생각해보니 책 속에서 나의엄마의엄마, 나의엄마, 나, 나의딸을 마주했을 때 울컥울컥 울음이 터져나왔던 것 같다.

이 책은 작가의 어머니가 자신의 삶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면 그와 교차하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페미니즘 시각으로 해석한 글이다.

옛이야기 하기를 꺼렸다는 작가의 어머니는 이번에도 역시나 딸을 위해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고 한다.
??"하자, 그게 너한테 필요한 일이라면......" 엄마가 긴 시간에 걸쳐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이유는 자신이 아닌 자식을 위해서였다. 지금까지 엄마가 해왔던 대부분의 일이 그랬듯.

페미니즘에 관한 책을 읽어 본 적이 없어서 어렵지 않을까 싶었지만, 어머니와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해석한 글이었기 때문에 전혀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또한 인용된 글들을 통해서도 더욱 시각을 넓힐 수 있었다.
?? 리베카 솔닛은 말했다. "무언가를 정확한 이름으로 부르는 행위는 무대책?무관심?망각을 눈감아주고, 완충해주고, 흐리게 하고, 가장하고, 회피하고, 심지어 장려하는 거짓말들을 끊어낸다. ...... 명명은 해방의 첫 단계다."

이 책을 통해서 페니미즘의 시각과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더 알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는 살아가면 좋을까, 엄마와 시간을 더 보낼 수 있는 방법은 뭘까? 내 딸을 여자가 아닌 온전한 인간으로 독립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될 것 같다.


?? "신은 모든 곳에 있을 수 없기에 어머니을 만들었다."라는 말처럼 이상적 어머니상은 신에 필적하기에 모든 어머니는 실패한다. 반드시 실패한다. 어머니가 '실패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우리는 어머니에게 불가능한 요구를 계속할 것이다.

??일어나지 않은 일로 불안해하면 나에게 주어진 현재도 소용없지. 오늘 하루 무사했으면 감사해야지. 오늘 아침에도 침대에서 일어났고, 내 손으로 밥을 지어 먹었고, 내 발로 화장실에 갔고, 너와 이야기하고 있어. 감사하지.

?? 열렬히 읽은 삶이 그녀를 그녀이게 했다면, 읽고 쓰는 사람으로 사는 한 타인이 나를 훼손해도 나는 훼손당하지 않고, 타인이 나를 모욕해도 나는 모욕당하지 않으며, 타인이 나를 소멸시키려 해도 나는 소멸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해가 어스름하게 질 때를 황혼이라고 하잖아. 이제는 내가 황혼 자체가 되었어. 너랑 걸으면서 노을 보면 좋겠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게 다 있는 거지. 산책, 노을, 그리고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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