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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마침내 같은 문장에서 만난다

: 일상에 깃든 시적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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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14일
쪽수, 무게, 크기 251쪽 | 128*188*20mm
ISBN13 9791196769499
ISBN10 1196769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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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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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지하보도의 벤치에 앉아 짧은 몇십여 분 동안만 허락된 시 읽기의 시간을 버티던 때가 있었다. 종일 빵을 만들다 잠깐 의자에 앉은 제빵사의 쉼처럼, 지하보도에서 읽은 몇 편의 시가 아름다움으로 울컥, 피어오른다. 허수경의 시에 나오는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의 심정을 지나치지 못해서 나 또한 사내의 얼굴이 되어 ‘킥킥거리며’ 쓰는 것이 시인 것만 같다. 울음과 웃음이 뒤섞이며 완성되는 것은 내 얼굴이고, 거기 강물처럼 뒤를 돌아보지 않는 우직한 마음이 고여 있는 곳은 쓰고자 하는 나의 손가락이다. 귤밭을 보며 자란 아이가 귤밭이 없는 곳에서 오랫동안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
---「혼자 가는 먼 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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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않은 시간을 견뎌본 적 있는 사람의 글을 좋아한다. 마음속에 털실 몇 가닥 같은 그리움이 커다란 뭉치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마침내 때가 되면 슬며시 꺼내 단어를, 문장을, 이야기를 바늘에 꿰고 엮는 사람. 그런 사람이 지은 글은 오랜 기다림이 촘촘하게 엮여 있다. 올이 잘 풀리지 않는 아끼는 스웨터처럼…. 스웨터 같은 글, 온기와 촉감과 냄새로 독자를 감싸는, 읽기보다는 입는다고 말하고 싶은 글. 내게는 강윤미 시인의 글이 그렇다. 등이 추운 날에 그가 자란 섬과 커트 머리 여자아이와 밤공기, 겨울 코트 이야기를 입는다. 옷장 속에 수많은 옷 중에 언제나 손이 가는 스웨터처럼 그의 글을 자주 꺼내 입을 것 같다. 오래 두고 좋아할 것 같다.
- 신유진 (번역가, 에세이스트)
한 권의 산문집이 일관된 호흡을 유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어려운 일을 강윤미 작가가 해냈다고 말하고 싶다. 심지어 그녀는 시인이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림이 없다. 담담하고 솔직하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남편을 생각하는 마음이 그녀가 좋아하는 클래식처럼 책의 전반에 흐른다. 신춘문예로 화려하게 등단했지만, 오랫동안 시를 쓰지 못했던 작가는 산문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는다. 조용하고 은밀하게 강단 있는 문장들이 놀랍다. 곳곳에서 눈부신 표현들을 만날 때마다 천생 시인이구나 싶었다. 우리는 마침내 그녀가 엮은 시의 한 구절 속에서 만나게 될 것을 의심치 않는다. 은둔했던 문단의 고수가 낮은 걸음으로 도약을 시작한 것 같다. 시인들이여, 긴장하시라. 이토록 담백한 산문집을 읽은 우리는 줄곧 그녀의 문장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이은정 (소설가)
내가 좋아하고 신뢰하는 한 친구와 이 책의 초고를 함께 나누어 읽었다.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에게 연락이 왔다. 나 읽다가 울었어. 나도 마침 어느 부분에서 눈물이 나던 참이었다. 그때 이 책을 정미소에서 출간하겠다고, 그리고 잘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모든 책을 울다가 만든 것은 아니지만 읽다가 울었던 글은 반드시 책으로 만든다는 원칙에 충실하기로 했다. 나는 다정이 병인 양 하여 잠 못 드는, 그래서 무엇이라도 하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을 사랑한다. 읽고 써야 그 병이 잠시 낫는 다정한 그들을 응원한다. 강윤미 시인은 자신이 그런 사람임을 내내 고백하고 있다. 당신도 그러한 사람이라면 여기에 담긴 글들로 인해 잔잔히 위로받을 것이다. 내가 그랬듯, 그리고 나의 다정한 친구도 그러했듯.
- 김민섭 (정미소 출판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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