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에게 “엄마처럼 살지 마!”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생기도록 듣고 자란 우리는 이제 엄마가 되었습니다. AI, 메타버스, 사물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이미 제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들고 있죠. 하루가 멀다 하고 트렌드는 변하고 새로운 세계가 원하는 인재상도 변하고 있습니다. LTE 급으로 빠르게 변하는 이런 세상에도 ‘엄마의 역할’은 10년 혹은 20년 전이나 크게 변한 게 없어요.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 때문에 자신이 하는 일을 포기하고 있고요. ‘나’보다는 가족을 위해 희생을 강요당한 전통적인 엄마상(像)도 큰 변화가 없어 보입니다.
--- p.4
딸의 인생은 엄마의 삶을 따라간다고 하죠. 엄마가 되고 나니, 늘 자식 네 명을 키우면서도 단 한 번도 일을 놓지 않았던 친정엄마가 많이 떠오더군요. ‘아이 둘 키우기도 이렇게 힘든데, 우리 엄마는 어떻게 아이를 네 명씩이나 키우셨을까? 어떻게 아이 네 명을 키우면서 일까지 하셨을까?’ 생각하면 아련하고 짠한 친정엄마의 삶을 생각하며, 항상 엄마의 인생이 아깝다고 생각했어요. 어쩔 때는 자식으로서 어떤 죄의식 같은 것이 생기기도 했으니까요. ‘우리가 없었더라면 엄마가 좀 더 편하게 살았을 텐데…’
--- p.15
육퇴 후 하루 30분에서 1시간. 이 귀한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가 선택한 것은 독서와 글쓰기였어요. 큰아이를 임신하고 시작한 독서 태교와 일기 쓰기는 아이가 태어난 이후 잠시 중단하고 있었어요. 그때 느꼈던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과 하루가 정리되는 기분을 다시 느끼고 싶었어요. 그때부터 아이를 재우고, 식탁에 앉아 복잡한 내 머릿속을 지우기 시작했어요. 하루 종일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육아와 살림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라는 사람으로 대면하는 작업. 그것이 제가 육퇴 후 나를 돌보며 가장 먼저 한 일이에요. 잃어버린 나의 정체성을 되찾고, 엄마의 무게에서 벗어나 할 수 있는 일들을 찾는 시간이었죠.
--- p.25
저는 지금 SNS 브랜딩과 책 출간을 통해, 드림 워커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는데요. 한 가지 일을 꾸준하게 연구하며 실력을 쌓았더니 지금은 출판 기획과 책쓰기 코치, 글쓰기 강사, 퍼스널 브랜드 코치 일을 하게 되었어요. 다시 ‘나’를 찾고 이렇게 전문적인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일찌감치 ‘브랜딩’의 중요성에 눈을 떴기 때문이에요. 퇴사 후 새로운 삶을 설계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 한 일이 바로 ‘나의 전문성’을 찾는 일이었어요. 나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업가가 되는 것이 저의 간절한 목표였거든요.
--- p.59
“정확한 병명은 알 수 없지만, 여러 가지 문제가 있네요. 어떤 것도 확답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의사 선생님의 말은 제 가슴에 비수를 꽂았습니다. 아무것도 확답할 수 없다. 그 말을 듣고 알게 되었죠. 우리 아이는 보통 아이와는 다른 아이라는 것을요. 많이 아픈 아이라는 것을요. 머리를 세게 맞은 것처럼 어떤 생각도 할 수 없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세상의 모든 신을 원망하고 미워하는 일뿐이었죠. 신을 탓하고 나를 탓하고, 제 마음이 이해되시나요? 감기에만 걸려도 마음 아픈 것이 엄마인데 병명조차 알 수 없는 병에 걸린 2kg의 아기를 보는 제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졌습니다.
--- p.78
또래보다 많이 작고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셋째 아이가 저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셋째는 우리 가족에게 기적이라는 것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었어요. ‘지금 바로 이 순간이 기적이다’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기적인 것이죠. 오랜 병원 생활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있었던 우리 식구에게는 매일 기적이 일어납니다. 저는 더 강한 엄마로 성장했고, 우리 가족은 작은 일상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 보겠다 결심했습니다. 쉽지 않았던 병원 생활과 막둥이를 키워내는 과정에서 저는 강한 마음을 얻게 된 것 같아요.
--- p.91
어릴 적 충분한 애착관계를 형성했다면 아이들은 주도적이고 독립적으로 자란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엄마라서, 엄마니까 모든 것을 다 해줘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또한 엄마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마음으로 듬뿍 사랑을 해주며 행동으로 사랑을 표현해 주는 것과 나를 희생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거죠. 저는 아이들에게 엄마도 엄마이기 전에 사람이라는 것과 엄마가 해주는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어요. 일명 ‘생색내기 좋아하는 엄마’인 거죠. 무엇 하나를 해주더라도 마구마구 생색내는 엄마. 아이들을 상대로 이런다는 것이 조금은 우습지만 ‘생색내기 좋아하는 엄마’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p.130
믿었던 주식도 끝도 없이 떨어졌어요. 수익률이 -40%를 넘어갔어요. 이쯤 되자 어이가 없기도 하고 헛헛한 웃음이 나는 거 있죠? 처음 주식이 -15% 이상 떨어졌을 때에는 월급에 생활비 남은 돈까지 탈탈 털어 추가로 주식을 매수했어요. ‘다시 올라가겠지’ 싶었거든요. -40% 이상 떨어졌을 때에는 유튜브 속 주식 전문가들을 찾아보았어요. 또 매경 컨센서스에서 주식동향 보고서를 내려받아 읽으면서 목표주가 변동이 없는지,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반등 시점이 언제인지를 공부했어요. 그러고는 아이 앞으로 저축해둔 통장을 해지하고 또다시 추가 매수를 했어요. ‘여기가 바닥이야’ 싶었거든요.
--- p.161
지금 저는 ‘집에서 수입을 창출하는 엄마’로 성장했어요. 명함도 많아졌죠. 예비 사업가이자 부동산 투자자이자 어린이 경제교육 강사이면서 교재와 그림책을 만드는 저자가 되었거든요. 적은 수입이지만 앞으로 성장할 방향이 명확해졌고, 그에 필요한 환경을 뱃속의 둘째와 순둥이 첫째와 함께 이뤄냈다는 사실에 자부심도 생겼어요. 마음을 먹으면 방법이 보인다는 사실을 직접 경험한 거예요. 그리고 그 방법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엄마 유혜인은 더 잦은 성장, 더 큰 성장을 경험할 수 있었어요.
--- p.176
어떤가요? 배려하는 마음이 집안일을 나눠서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요. 시간을 벌 수 있게 해주고 나아가 돈으로 환산할 수 있게 만들어요. 저는 아이들에게 ‘배려하는 마음’을 가업으로 물려줄 거예요. 소소한 일상이 업적으로 쌓이도록 말이에요. 행복이 쌓이고 시간이 쌓이고 마침내 돈도 쌓일 것임을 알기 때문이에요. 가정에서 행복한 아이가 사회에서도 긍정적인 역할을 도맡을 것이라 감히 확신해요. 대대손손?물려줄?가업으로?‘배려하는?마음’을?물려주세요.?그리고?집안일에서부터?그?마음의?업적을?쌓아주세요.?온 가족에게 무엇과도?바꿀?수?없는?재산이?될?거예요.
--- p.208
그러나 장밋빛 해피엔딩은 시시하다는 법칙이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어요. 이미 예약되어 있는 출장을 취소할 수도 없고, 이제 와서 못 간다 한들 갈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어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떠나긴 했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출장은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마치고 돌아올 수 있었어요.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온갖 취소건들을 처리했어요. 그리고 두어 달이면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는 생각보다 길어지는 듯했습니다. 그것은 단축 근무, 유급 휴직, 무급 휴직을 거쳐 또 저를 백수로 만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여행업 종사자. 연일 뉴스에 나오던 그들 중 한 명이 되어버렸어요.
--- p.224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사람마다 달라요. 마찬가지로 ‘독서가 먼저냐, 운동이 먼저냐?’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제가 엄마가 되고 나서 닭이 먼저에 한 표를 준 것처럼 지금의 저는 굳이 둘 중 하나를 먼저 해야 한다면(그래도 가능하다면 인생에 그 둘은 꼭 가져가세요!) ‘운동’이 먼저라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운동은 꾸준히 도미노를 세워나가는 것과 같습니다. 아직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언젠간 뭐라도 되겠지란 단순한 마음 조각 같은 것 말이죠. 그것이 쌓여 어느 날 시작이 될 때 알게 모르게 조금씩 채워진 근육은 놀랄만한 힘을 준답니다. 툭 한번 쳐서 예쁜 작품을 만들어내는 도미노처럼요.
--- p.239
우리는 처음 오늘을 살아갑니다. 모두가 처음이에요. 하고 싶은 게 많지만 시작이 힘든 분이 계시다면 저를 보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어요.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여전히 끊임없이 의심하는 저예요. 그렇지만 지금 말할 수 있는 다른 점은 그런 애씀이, 그런 사유함이 절대 헛되지 않았음을 이제는 안다는 것입니다. 혹시나 달리다가 너무 지쳤다면 잠시 쉬어도 좋으니 그저 포기하지 말 것. 번 아웃에 휩쓸려 버렸다면 다음 파도를 기다리는 것. 그저 오늘의 감사와 행복을 온전히 느끼는 것. 그 한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아무렴 어때요. 행복하세요. 내일부터 말고 오늘부터요!
--- p.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