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제주도에 도착했다. 어디서 출발했는지 묻는 사람은 없다. 아는 이 없는 곳, 마중 나온 이 아무도 없는 섬. 그녀도 이 섬에 오게 된 이유를 알아가는 중이다. 피부, 소독약, 풍경, 사진, 시, 공천포, 기다림, 섬, 어게, 비나리, 버스, 착각, 꼬닥꼬닥, 이정표, 밖거리, 차부, 눈, 손짓, 정류장, 혼디, 텃세, 우영팟, 몽생이, 세우리, 어멍, 꽃벽, 마실, 지슬, 안개, 물, 이름, 바람, 소리, 하논, 오일장, 귤꽃, 산담, 다라이, 상자, 귀가, 길, 아이, 함께, 퇴근길. 시린 작가는 글자를 모아 생명 있는 단어를 만들고, 서로의 만남을 주선하여 그들의 삶을 관찰한다.
흩어져 살아왔던 글자와 단어들을 응원하고 격려하고 있다. 책에는 섬이나 육지로 구분되는 정서가 아닌 것들을 담았다. 이 책을 통해 무거운 여행자에서 조금은 가벼워진 생활자로 진화하는 여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도착점 모르고 출발한 우리를 따스하게 안아 준다. 사진은 시다. 시는 사진이다. 사진과 시는 생각보다는 마음에 가깝다. 마음이 담긴 책장을 넘기는 행운을 함께 누려 보면 좋겠다. 오늘, 그대의 섬에 도착할 것이다.
- 이겸 (사진심리상담가)
시린은 차부에 부는 바람을 사진으로 담을 줄 안다. 마을 이미지를 이렇게 형상화하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시린은 거뜬히 해낸다. 그것은 마을을 자주 거닐며 탐구한 결과일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짧은 산문은 시라고 말하기에 충분하다. 사진과 시가 나란히 놓이니 사진이 시 같고, 시가 사진 같다. 펼치면 나타나는 사진들은 버스를 타고 가다가 무작정 내리면 나타나는 마을 같다. 사진 속 장소는 대부분 마을 사람들의 온기가 남아 있는 곳이다. 그러니 풍경 속에 사람이 없어도 정겹고, 따스하다. 시린은 오늘도 바닷가 작은 집에서 카메라를 정비하고, 다시 운동화 끈을 묶을 것이다. 그가 있어서 제주도는 하영 부드러워졌다. 이 책을 가방에 넣고 제주도 마을을 걷다가 폭낭 그늘에 앉아 펼쳐 다시 읽고 싶다.
- 현택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