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내 삶과 문학의 영원한 갈망이요, 목표 그 자체이다. 지금 나의 삶에서 추구하는 모든 지향과 노력이란 모두 어머니를 내 속에 넘실거리도록 하기 위해서, 아니 내가 어머니에게 가 닿기 위해서 애쓰는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어머니를 주제로 한 시작품을 더러 썼지만 아직도 흡족한 작품을 제대로 써내지 못했다. 오늘 아침에도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감고 어머니에게 “어머니, 오늘 하루도 저를 잘 보살펴 주시어요.”라고 마치 어린아이가 응석을 부리듯 은근히 부탁한다.
--- p.17
번성하던 한 가문의 형성이 풍우 끝에 이렇게 흩어져 간다. 패망한 조국의 독립을 위해 온몸과 온 마음을 기울였던 한 애국열사의 가문은 그 뜨거운 정신만 남고, 물질의 형체는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왜경들이 찾아와 수색하느라고 천장을 일본도로 푹푹 찔러댔다던 큰집도 어이없이 헐려져 빈터만 남았고, 소유권도 남에게 넘어갔다.
--- p.61
나는 정원이나 온실 속에서 자라난 인공화보다 차라리 이름 없는 한 점 들꽃을 더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겉으론 소박하고 평범한 듯 보이지만, 속으로는 비범하고 강인한 성품을 지닌 민들레를 나는 사랑한다. 이 앉은뱅이꽃이야말로 배달겨레인 우리들 자신의 모습을 너무도 쏙 빼어 닮은 민초 중의 민초이기 때문이다.
--- p.76
격동과 풍운의 반세기를 지나오면서 무수히 명멸했던 수많은 노래들, 그중에서도 민족의식을 갖고 있는 일제시대의 유행소곡은 제국주의의 불법적 침탈에 밀려나 국외로 고통스럽게 떠돌던 수많은 우리 동포들의 유랑의 슬픔과 망국의 통한을 달래주고, 사랑하는 이들의 애틋한 가슴을 다정하게 어루만져 주었다. 오늘의 시점에서 당시의 유행소곡의 맥락을 더듬어보는 것은 겨레가 겪었던 고락의 세월을 민족사의 내부에서 다시 찾아 재정리할 수 있는 소중한 역사의 체험이 된다고 하겠다.
--- p.135
우리의 주체성이 강할 때는 밀정이란 이름의 이 좀벌레들은 잠시도 오금을 못 폈고, 우리의 주체성 이 약해지면 어느 틈에 창궐해서 모질게 기승을 부렸던 것이다. 우리 의 정신이 약한 틈을 노렸던 이 가련한 악물들의 정수리에 서슬 푸른 민족혼의 도끼를 내려치니, 그대들은 지하에서라도 두 무릎 꿇고 이 엄숙한 징벌을 받을진저.
--- p.180
시를 쓰는 사람은 항시 무엇인가를 부지런히, 그리고 세심하게 대상을 보아야 한다. 더불어 자기가 보고 있는 시적 대상이 과연 무엇인가를, 또 그것이 어떤 성격인가를 늘 반성하고 짚어보지 않으면 안 된다. 애초부터 문학이라고 하는 것은 남들이 일상적인 삶에서 흔히 놓쳐버리고 있거나,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소외된 사물을 대상으로 거기에 따뜻한 시선을 주고, 마음속의 따뜻한 정을 흠씬 퍼부어서 그 의미를 되새긴다. 할 수 있다면 거기에 생명까지 불어넣어 지금까지 전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꽃을 피워내는 작업이 바로 시가 아니던가.
--- p.207
시의 값은 본질적으로 작고 하찮은 것, 못나고 힘없는 것, 보잘것없는 것들을 돌보고 감싸 안고, 거기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낮고 외로운 자리에 함께 서고, 나아가서 그것들 속의 하나가 되는데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또 그것이 시의 참길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 p.231
한 편의 시를 읽으면서 언제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먼저 생활 주변의 사소한 사물, 현상, 사건 등을 따뜻하고 집중적인 애착으로 바라보며 그를 자신의 감정과 일치시키려는 노력이다. 시를 읽고 사물을 바라보며 생각하되, 보는 안목이 육안肉眼이 아니라 심안心眼으로 성찰하고 관조해야 한다. 보다 깊고 폭넓은 삶의 경험을 가진 사람이 시를 더 잘 읽을 수 있고, 또 쓸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 p.239
겸손해야만 한다. 때로 산에서 마구 소리를 치거나 산에 있는 생명들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인간의 더러운 물건을 산에 버리는 일이 있는데 이러한 사람은 산에 갈 자격이 모자라는 자들이다. 옛사람들은 큰 산에 올랐다가 용변도 평지에 내려올 때까지 참았다고 한다. 산은 우리가 가서 마음껏 배우고 경배하고 우러르는 마음을 가질 때 많은 이익을 우리들에게 되돌려 준다.
--- p.292
마음이 중심을 유지하면 몸의 기운은 저절로 조화를 이루게 되니 어떠한 어려움도 뒤따르지 않을 것이다. 날씨의 덥고 추움도 이 두 가지의 조화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모름지기 바깥세상의 일에 마음의 중심을 흩트리지 아니하고, 또 마음속의 안정된 기운을 함부로 다루지 아니하면 무슨 어려움이 있으리오. 평상심의 진리란 이와 같은 것이다.
--- p.298
마음이 중심을 유지하면 몸의 기운은 저절로 조화를 이루게 되니 어떠한 어려움도 뒤따르지 않을 것이다. 날씨의 덥고 추움도 이 두 가지의 조화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모름지기 바깥세상의 일에 마음의 중심을 흩트리지 아니하고, 또 마음속의 안정된 기운을 함부로 다루지 아니하면 무슨 어려움이 있으리오. 평상심의 진리란 이와 같은 것이다.
--- p.309
진정한 예술로서 시라고 한다면 민중적 삶의 리듬이 감동을 주고, 창작에 의해 승화되어진 민요시가 곧 이에 해당한다. 남이야 오이를 거꾸로 먹든 말든 제 소청대로 하는 것이 사람의 일이거니와 시의 취향이라는 것도 제 좋은 대로 해야 다양한 중에 뭐가 이루어져도 이루어지지, 자기의 방법을 남에게 강권할 수는 없다. 또 남의 것을 그냥 겉치레만 빌어가는 속 알맹이 없는 시인도 이 나라 시단에 아주 없는 것은 아니어서 취향과 사고의 개성적 자유로움을 위해서 다 같이 부단히 자성自省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 p.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