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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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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3년 02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232g | 128*188*14mm
ISBN13 9791198117984
ISBN10 1198117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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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과수원 속의 발자취가 문제되었을 때 공교롭게도 뽕잎 속의 그 한 개가 발견되었다. 수색의 길은 빤하다. 간밤의 다섯 명의 당번이 차례로 반 담임 앞에 불리게 되었다. 굳게 언약을 해놓고서도 어느 때나 마찬가지로 그 어디로부터인지 교묘하게 부서진다. 약한 한 사람의 동무의 입에서 기어이 실토가 된 모양이었다. 한 사람씩 거듭 불려 들어갔다.

두 번째 호출이 시작되었을 때 을손은 괴상한 곳에 있었다. 몸이 무거워 그곳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얼마 동안의 귀찮은 시간을 피하려 일부러 그곳을 고른 것이었다. 한 사람이 들어가 간신히 웅크리고 앉았을 만한 네모진 그 좁은 공간, 거북스럽기는 하여도 가장 마음 편한 곳도 그곳이었다. 그곳에 앉았으면 마치 바닷물 속에 잠겨 있는 것과도 같이 몸이 거뿐한 까닭이다. 밖 운동장에서는 동무들의 지껄이는 소리, 웃음소리, 닫는 소리에 섞여 공 구르는 가벼운 소리가 쉴 새 없이 흘러와 몸은 그 즐거운 소리를 타고 뜬 것 같다.
---「수탉」중에서

백여 명의 야학생들은 제각각 감동과 흥분을 가지고 교실을 나와 마당에 쏟아졌다. 그들은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즉시 장개 해변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강 선생의 명령이라면 절대로 복종이었다. 그만큼 그들은 어디서 들어왔는지 고향조차 모를 강 선생을 퍽도 존경하고 사모하였다.

눈이 매섭고 영악한 한편에 강 선생은 학생들에게는 극히 순하고 친절하고 의리가 밝았다. 어디로부터서인지 돌연히 이 포구에 나타난 지 벌써 일 년이 넘도록 그는 한 푼의 이해관계도 없는 수많은 그들을 모아놓고 충실히 글을 가르쳐주어왔다. 그는 어쩐지 조합 사람이나 면소 사람들보다도 뱃사람이나 노동자들과 더 친하게 굴었다. 새빨간 표지의 두툼한 책과 깨알 쏟은 듯한 꼬부랑 양서를 열심히 공부하는 반면에 그는 간간이 해변에 나와 바람을 쏘이며 이런 사람들과 오랫동안 여러 가지 이야기에 잠길 때가 많았다. 그리고 밤만 되면 학생들을 모아놓고 열심히 글을 가르쳐주었던 것이다.
---「마작철학」중에서

혼잣말같이 중얼거리며 문오는 퇴비를 다 담고 나서,
“자, 이것만 갖다 붓고 그만 쉬지.”
학수는 힘없이 일어나서 목코의 한 끝을 메었다.
제삼 가족의 오늘의 실습 배당은 제이 온상溫床의 정리였다. 학수는 온상까지 가는 길에 한 시간 동안에 나른 목코의 수효를 속으로 헤어보았다. 열일곱 번째였다. 그사이에 조금이라도 게을리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다. 퇴비를 새로 만드는 온상에 갖다 붓고 나니 마침 휴식의 종이 울린다.
“젖 먹은 힘 다 든다. 실습만 그만두라면 나는 별일 다 하겠다.”
옆에서 새 온상의 터를 파고 있던 삼학년생이 부삽을 던지고 함정 속에서 뛰어나온다. 그도 점심을 못 먹은 패였다.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받아 뿌리치면서 물을 켜러 허둥지둥 수도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사면의 실습지 구석구석에 퍼져서 삼백여 명의 생도는 그 종적조차 모르겠더니 휴식 시간이 되니 우줄우줄 모여들어 학교 앞 수도를 둘러싸고 금시에 활기를 띠었다.
---「약령기」중에서

짜장 사슴같이 껑충 달려들어 란야는 나의 목을 얼싸안았다.
“성인인가요. 돌부천가요. 놀고 들어와도 이렇게 천연스러울젠.”
목에 감긴 그의 팔을 풀어 슬며시 물리치며 나는
“때려달란 말인가.”
하고 여전히 표정을 이지러뜨리지는 않았다.
“도리어 그편이 낫지요. 노염도 없고 게염도 없는 것보다는 그렇게 천치같이 천연스러우면 퉁길 힘조차 없어져요.”
“게염이라니, 게염은 애정의 표시인데 그 꼴에 여전히 내게 애정을 요구한단 말인가?”
“이젠 그런 권리도 없단 말예요? 그럼 차라리 내쫓지요. 왜 문지방을 넘게 해요.”
“맘대로 나갈 게지.”
소리는 쳤으나 짜장 나는 천치나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 않음은 아니었다.
“옳지, 나가라고 했지요.”
란야는 입술을 비쭉하고 영화 속에서와 같이 어깨를 으쓱하였다.
---「성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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