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무騈拇
【해제】
〈변무〉로 시작되는 외편은 내편과 사뭇 결이 다르다. 우선 내편의 경우, 각 편의 제목이 세 글자로 전체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 데에 반하여, 외편은 대부분 두 글자로 각 편의 첫 대목에서 취하여 제목으로 삼고 있다. 전체 내용을 포괄하는 제목을 달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사실상 무제(無題)와 같지만, 때로 전체 내용이나 주제와 절묘하게 부합되는 것도 있다. 본 편도 여기에 속한다.
본편의 첫 두 글자인 변무는 첫째와 둘째 발가락을 달라붙게 만드는 군살을 가리킨다. 이는 ‘육손’이나 몸에 덧난 ‘혹’과 마찬가지로, 비록 저절로 생긴 것이지만 우리 몸의 ‘군더더기’이다. 없어야 좋은 ‘군더더기’는 육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신적인 측면에도 ‘군더더기’가 있는데, 그 폐해가 육체의 군더더기보다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인의’가 바로 대표적인 정신의 군더더기이다.
인의는 유가가 중시하는 덕목이다. 특히 장자와 동시대인인 맹자(孟子)가 즐겨 사용하는 단어이다. 반면 공자는 인(仁)을 자주 강조하였지만 인과 의를 합쳐 하나의 단어로 내세운 적은 없다(《論語》). 이런 의미에서 장자의 인의에 대한 비판을 곧 공자에 대한 비판으로 간주할 필요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인의의 타파가 장자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단정할 필요도 없다. 노자(제18장)는 “대도가 무너지자 인의가 있게 되었다(大道廢, 有仁義).” 라 말한 바 있다. 대도가 무너지니 유가의 인의가 있게 되었지만, 그것은 올바른 해결 방향이 아니라고 장자는 생각하는 것이다. 인의 같은 인위적 기준이 없기에 대도가 무너진 것이 아니라, ‘항상 그러한’ ‘천성’을 잃었기에 그러한 상황이 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전편은 일관된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읽기에 편하도록 다섯 절로 나누어볼 수 있다.
제1절 군더더기
제2절 인의의 실체
제3절 항상 그러함
제4절 문제는 방향
제5절 진정한 도와 덕
표현이 다소 거친 부분도 있고 논리적으로 부자연스런 부분도 있다.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을 하고 있는 젊은 철인의 필치를 느끼게 한다.
제1절 군더더기
(첫째와 둘째가) 달라붙은 발가락과 가지 치듯 덧난 육손이는 천성에서 나온 것일진저! 그러나 (정상적인) 덕성보다 지나치다. 덧붙어 있는 군살과 매달려 있는 혹은 형체로부터 나온 것일진저! 그러나 천성보다 지나친 것이다. 인의仁義를 중요한 방안으로 여겨 그것을 쓰는 사람들은 오장五臟, 즉 다섯 장기에 그것을 나열하고 있도다! 그러나 (무위자연의) 도덕(道德)의 올바름이 아니다. 이 때문에 발(가락)에 (첫째와 둘째를) 달라붙게 함은 쓸데없는 군살을 잇는 것이고, 손(가락)에 가지를 침은 쓸모없는 손가락을 더 세운 것이다. 오장의 실정에 (중요한 방안인 양) 군살을 대거나 가지를 침은 인의의 행위에 지나치고 치우침이요, 귀 밝음(聰)과 눈 밝음(明)의 작용을 중요한 방안으로 여기는 것이다.
이 때문에, 눈 밝음(明)에 군더더기를 붙이는 자는 오색에 어지러워지고 (인위적) 무늬에 지나치게 빠지니, 파랑 노랑과 보불(??) 문양의 휘황찬란함이 (바로 그 예가) 아닌가! 그런데 이주離朱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귀 밝음(聰)에 더 보태는 자는 오성五聲에 어지러워지고 육률(六律)에 빠지니, 갖가지 악기와 온갖 율려(律呂)의 소리가 (바로 그 예가) 아닌가! 그런데 사광(師曠)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
인(仁)과 의(義)에 가지를 치듯이 더하는 자는 덕을 뽑아 버리고 본성을 막으면서 (세상으로부터) 자신의 명성을 거두고자 하니, 천하 사람더러 북 치고 나팔 불며 (대대적으로 선전하면서) 미치지도 못할 법을 떠받들게 만드는 것이 (바로 그 예가) 아닌가! 그런데 증삼(曾參)과 사추(史?)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더구나) 변론에 군살을 덧대는 사람은 기와를 쌓고 새끼 줄에 매듭을 짓듯이 문구를 고치고 손보니, ‘단단함(堅)과 하양(白)’ 그리고 ‘같음(同)과 다름(異)’의 사이에 마음을 두면서, 쓸데없는 말에 대하여 죽자 살자 칭찬함이 (바로 그 예가) 아닌가! 그런데 양자楊子와 묵자墨子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그러므로 이상의 것들은 넘치게 덧대고 곁에 가지를 친 도일 뿐이다. 천하의 지극한 올바름(至正)이 아니다.
【원문과 음독】
변무지지(騈拇枝指), 출호성재(出乎性哉), 이치어덕(而侈於德). 부췌현우(附贅縣?), 출호형재(出乎形哉), 이치어성(而侈於性). 다방호(多方乎)
인의(仁義), 이용지자(而用之者), 열어오장재(列於五藏哉), 이비도덕지정야(而非道德之正也). 시고변어족자(是故騈於足者), 연무용(連無用)
지육야(之肉也). 지어수자(枝於手者), 수무용지지야(樹無用之指也). 다방변지어오장지정자(多方騈枝於五藏之情者), 음벽어인의(淫僻於仁義)
지행(之行), 이다방어총명지용야(而多方於聰明之用也).
시고(是故), 변어명자(騈於明者), 난오색(亂五色), 음문장(淫文章), 청황보불지황황(靑黃??之煌煌), 비호(非乎!) 이이주시이(而離朱是已).
다어총자(多於聰者), 난오성(亂五聲), 음육률(淫六律), 금석사죽(金石絲竹), 황종대려지성黃(鐘大呂之聲), 비호(非乎!) 이사광시이(而師曠是已).
지어인자(枝於仁者), 탁덕색성(擢德塞性), 이수명성(以收名聲), 사천하황고이봉불급지법(使天下簧鼓以奉不及之法), 비호(非乎!) 이증(而曾)
사시이(史是已).
변어변자(騈於辯者), 누와결승찬구(?瓦結繩竄句), 유심어견백동이지간(遊心於堅白同異之間), 이폐규예무용지언(而??譽無用之言), 비(非)
호乎! 이양묵시이(而楊墨是已).
고차개다변방지지도(故此皆多騈旁枝之道), 비천하지지정야(非天下之至正也).
【자구 풀이】
1. 騈拇枝指 3구 : 騈의 본의는 두 마리 말이 수레를 나란히 끌다. 여기서는 두 개를 병합한다는 뜻. 拇는 엄지손(발)가락. 騈拇는 군살 때문에 엄지발가락과 둘째발가락이 달라붙어 있는 기형. 枝는 가지를 치듯이 갈라진다는 뜻. 枝指는 정상적인 손가락에서 갈라진 것. 즉 육손이를 가리킨다. 性은 천성. 타고난 생명의 본질. 원래 유가에서 즐겨 쓰는 용어로, 장자 내편에는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한편 잡편 〈庚桑楚〉에서는 “성이란 것은 생명의 본질이다(性者, 生之質也).” 라 하고 있다. 德은 덕성. 도가 개별 사물에 구현된 것. 외편 〈天地〉 “만물이 (도를) 얻어 생기니 그것을 덕이라 일컫는다(物得以生, 謂之德).” 참조. 侈는 분수를 넘다. 지나치다.
2. 附贅縣? 3구 : 附贅은 몸에 덧난 군살. 縣?는 몸에 매달린 혹. 形은 형체. 出乎形은 후천적으로 형체에서 나왔다는 의미.
3. 多方乎仁義 4구 : 多는 중요하다. 《老子》 제44장, “몸과 재화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身與貨, 孰多)?” 참조. 多方은 중요한 방안으로 삼다. 五藏은 五臟. 다섯 가지 장기 肝, 心, 脾, 肺, 腎이다. 오행설에 근거하여 다섯 장기에 다섯 가지 덕목(仁, 義, 禮, 智, 信)을 비견하는 설이 있었다(成玄英). 다섯 장기는 인간의 의지와 무관하게 천연의 이치로 작동하므로, 여기서는 有爲의 대척인 無爲를 비유한다.
4. 多方騈枝於五藏之情者 3구 : 앞 多方은 衍文이라는 주장도 있다(焦?). 淫僻은 지나치고 치우치는 것. 聰明은 귀와 눈이 밝다. 인간의 의식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오장과 대비를 이룬다.
5. 騈於明者 6구 : 五色은 다섯 색깔. 靑, 赤, 黃, 白, 黑. 亂五色은 《老子》 제12장 “다섯 색깔은 사람더러 눈이 멀게 하네(五色令人目盲).” 참조. 文章은 무늬. 문양. ??은 임금이 입는 袞服에 놓은 도끼와 亞 형상의 문양. 離朱는 시력이 뛰어난 전설적인 인물. 黃帝 때 사람으로, 백 보 밖의 가는 털끝을 분별할 수 있었다고 한다. 《孟子?離婁上》에도 나오는데, 離婁로 적고 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