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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결정짓는 7가지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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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결정짓는 7가지 힘

: 관용, 동시대성, 결핍, 대이동, 유일신, 개방성, 현재성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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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12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518g | 140*213*30mm
ISBN13 9791188635368
ISBN10 1188635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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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리아는 한마디로 ‘탄압의 제국’이었다. 이 나라는 자신이 지배하는 속주에 억 소리가 날 정도로 무거운 세금을 부과하는 등 강압적인 정책으로 일관했다. 그중에서도 속주민에게 가장 큰 고통을 안겨준 정책은 강제이주 정책이었다. 물론 피지배 지역 주민을 포로로 사로잡고 혹독하게 대하는 정책은 당시 오리엔트 세계에서 흔한 일이었다. 그런데 아시리아제국의 잔혹함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조직적인 속주민의 대규모 강제이주 정책을 감행했는데, 역사상 비슷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잔혹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속주민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았으며 빈털터리 신세로 만들어 낯설고 척박한 땅으로 모질게 내몰았다.

이 강압적인 정책은 단순히 속주민의 반감을 사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머지않아 대규모 반란으로 이어졌으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 반란은 국력을 좀먹었다. 기원전 612년 메디아인과 칼데아인(신바빌로니아) 연합군이 수도 니네베를 점령하면서 아시리아제국은 하루아침에 멸망했다. 강압적인 방법만으로는 제국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 이는 오랜 인류 역사가 명확히 검증해준 것일 뿐 아니라 수많은 나라와 그 나라의 민중이 실제 경험으로 체득한 바다. 그렇다면 무한한 관용만이 정답일까? 그렇지는 않다. 나라를 떠받치고 경영하는 자들이 매사에 지나치게 관용을 보이다가는 자칫 사회 통합을 해칠 우려가 있다. ‘관용’과 ‘규제(혹은 절제)’라는 두 가지 이질적인 가치관 사이에서 마치 줄타기하듯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며 과연 어디까지 허용하고 관대해질지 가늠해야 한다.

로마는 절묘한 방법으로 관용을 베풀고 정책으로 활용했다. 예를 들어 로마는 속주에 라틴어 사용을 강요하지 않았다. 뭔가를 억지로 강요하면 누구나 반발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로마에 패배하고 복속 당한 나라와 민족에게 오랫동안 써왔던 자기 언어 사용을 무조건 금지하고 라틴어를 사용하라고 하면 반발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그와는 반대로 자기 언어를 사용하며 자유롭게 생활하도록 허용하되 라틴어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그로 인해 얻는 혜택이 많아지게 한다. 그렇게 하면 속주민들은 억지로 강요하지 않아도 알아서 라틴어를 배우고 사용하게 된다.
--- p.78~80

기원전 1000년대에도 흥미로운 ‘동시대성’이 존재했다. 바로 ‘사상’의 탄생이다. 당시 문명 선진지역인 그리스, 오리엔트, 인도, 중국 등지에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우후죽순 사상과 철학이 태동했다. 먼저, 그리스에서는 호메로스부터 이오니아 철학을 거쳐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으로 대표되는 그리스철학이 탄생했다. 오리엔트에서는 예레미야 등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수많은 예언자가 나타났다. 오늘날 이란 부근에서는 배화교의 시조 조로아스터가 태어났다. 인도에서는 우파니샤드 철학이 출현했고 뒤이어 불교 창시자 고타마 싯다르타가 탄생했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공자, 노자를 필두로 ‘제자백가’라고 부를 정도로 무수히 많은 사상가가 등장했다.

물론 이들 사이에는 200~300년의 세월 차이가 있지만 오늘날까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사상과 철학이 왜 이 시기에 일제히 꽃을 피웠는지는 아직도 역사학의 수수께끼 중 하나로 남아 있다. 이 시기에 특별히 주목한 철학자가 있다. 20세기 독일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다. 그는 이 시대를 ‘축의 시대(Achsenzeit)’라고 불렀다. 그 이유는 이 시기에 꽃피운 사상이 모두 이후 인류 사상의 근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동시대에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사상가가 출현한 이 현상을 기원전 2000년대에 일어난 문자, 일신교, 화폐 등의 탄생과 별개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간소화한 문자가 널리 보급되면서 민중 사이에 읽고 쓸 줄 아는 지식계급이 탄생했으리라는 점은 누구나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또 화폐 탄생이 교역을 활발하게 만들어 사람들이 더 광범위한 정보를 얻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으리라고 본다.
--- p.118~119

문득 궁금해진다. 대규모 건조화가 진행되면서 사람들이 물가로 몰려든 일이 어떻게 문명 태동으로 이어진 걸까? 혹독한 겨울 추위를 이겨낸 땅속 식물 뿌리나 씨앗이 봄에 새싹을 틔우고 나무를 키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일과 비슷한 이치로 볼 수 있지 않을까. ‘건조화’와 ‘물 부족’이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맞닥뜨린 인류는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 지혜를 짜내야 했을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했을 것이다. 현실에 순응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맞서야 했을 것이다. 그런 역동적인 과정에 그 시대의 인간들은 좀 더 영리해지고 유능해졌을 것이다. 새로운 도구를 개발하고 기술을 발전시키고 마침내 찬란한 문명을 이룩했을 것이다. 마치 식물이 겨울이라는 역경을 이겨내고 이듬해에 싱싱한 새싹을 틔우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듯 말이다. 이렇듯 문명이 태동하고 성장하는 원리도 자연의 이치와 맥을 같이한다.

지구가 건조화해가는 열악한 환경에서 인류는 어떻게 고도로 발달한 문명을 이룩했을까? 잠시 이 점을 살펴보자. 먼저 생존을 위한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물(강)’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크고 작은 마을이 만들어지고 그 마을들이 통합되며 차츰 도시라고 부를만한 규모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 마을과 마을, 집단과 집단 사이에 물을 둘러싸고 하루가 멀다고 분쟁이 벌어졌다. 도시나 국가의 통치자는 이런 물 분쟁 문제를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만 했다. 그런 필요에 따라 물 분쟁을 방지하는 ‘물 사용 시스템’이 개발되고 정교하게 다듬어졌다. 통치자와 지배 계층은 이런 사실을 후세에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기록할 필요를 느꼈을 것이다.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문자가 탄생했을 것이다.
--- p.142~144

로마는 그리스와 반대로 로마 시민권을 이방인에게도 개방했다. 즉 로마는 외부인을 로마 시민으로 받아들였는데 이 개방성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더 강화되었다. 공중목욕탕 카라칼라 욕장(Terme di Caracalla)으로 잘 알려진 카라칼라 황제(Caracalla. 본명 Marcus Aurelius Severus Antoninus, 재위 211~17년)는 212년 로마제국의 자유민을 모두 로마 시민으로 인정한다고 공표했다. 이 조치로 로마에서는 노예를 제외하고 자유인이면 누구나 로마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로마제국 시대에는 로마 시민이라고 해서 직접 국정에 참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대외적으로 원로원이 주도하는 공화정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민주정의 반대는 독재정(군주정)이다. 고대 지중해 세계의 수백 수천 개에 달하는 폴리스 중 왜 유독 로마만 강국이 되었을까? 아테네와 스타르타는 왜 로마처럼 강국이 될 수 없었을까? 여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 나는 여러 요인 중 ‘개방성’에 주목한다. 말하자면 다른 폴리스는 모조리 폐쇄적이었고 오직 로마만 개방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로마가 개방정책을 표방한 데는 국내의 엄격한 신분 구별이라는 배경이 있었다. 시민들 사이의 평등을 중시한 그리스는 외부 집단에 빗장을 닫아걸었다. 반대로 국내적으로 특권 계급 존재를 인정한 로마는 오히려 열린 마음으로 외부인을 받아들였고 자신과 같은 로마 시민으로 인정했다. 이렇듯 로마와 그리스의 여러 폴리스에는 뛰어넘을 수 없는 구조적 차이가 있다.
--- p.271~272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가 재미없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단순히 시대별로 역사 지식을 나열해 달달 외우는 방향으로 흘러왔기 때문이다. 역사 교과서도 학교 수업도 고대부터 현대까지 일방통행식으로 지식만 늘어놓을 뿐이었다. 즉 지금까지의 교육과정에서는 오늘날은 이렇지만 과거에는 어떠했는지, 지금 이렇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등 현대의 관점으로 고대를 살펴보는 사고와 인과관계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고대사는 고대사고 중세사는 중세사’라고 생각하며 지식을 통째로 암기하는 재미없는 학문이 되고 말았다.

지금도 실제 역사는 끊어지지 않고 우리가 사는 오늘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일어나는 문제의 배경에는 반드시 그 문제와 관련된 역사가 존재한다. 마루야마 마사오의 “로마 역사 속에는 인류 경험의 총체가 담겨 있다”라는 말이 상징하듯 인류가 현재 직면한 문제는 대부분 과거의 인류가 이미 경험한 것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공부하면 앞으로의 전개를 예측하고 문제를 해결할 길을 찾아낼 수 있다.
--- p.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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