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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명 마을이 하나의 호텔로

700명 마을이 하나의 호텔로

: 산골 마을 고스게는 어떻게 지방 재생의 아이콘이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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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258쪽 | 388g | 140*210*16mm
ISBN13 9791191290196
ISBN10 1191290190

카드 뉴스로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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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년기부터 줄곧 변하지 않는 아름다운 풍경이나 삶을 담은 ‘고향’을 원했고, 내 이상에 맞는 장소를 찾아왔지만 그런 곳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향수에 젖은 어리디어린 동경이 부끄러워졌다. 여행을 계속하면서 분명히 깨닫게 된 것이 있다. 사랑하는 풍경이나 삶은 자신이 애써 지켜내지 않으면 유지할 수 없다. 생활을 지탱하기 위한 산업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
--- p.33

아사하라 씨와 마을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내가 제안한 정책을 실현해주었기에 망정이지 서투른 계획으로 실패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런 위험을 짊어지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지역 사람들이다. “고향을 지키는 프로가 되고 싶다”고 말하고 다닌 주제에 얼마나 무책임하게 대충대충 일했던 것인가. 아사하라 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처음으로 내 일의 막중한 영향력을 실감했다. 나는 회의장 한쪽 구석에서 자신을 책망하고 또 책망했다.
--- p.45

고스게촌에서 돌아오는 길, 갖가지 기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차에 몸을 실은 채, 학생 시절 구모가하타에 산업폐기물 적치장이 생기는 것을 망연히 지켜만 볼 수밖에 없던 그 무력함을 상기했다. 컨설팅 회사 근무 시절 내가 만든 계획이 현장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것을 알고도 지역 사람들 탓으로 돌려버렸던 무책임한 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다시 보고도 못 본 척할 것인가. 이 지역과 거리를 두는 게 현명한 처사일까….
--- p.70

인구 추계는 세상에 있는 다양한 추계 가운데에서도 가장 정확도가 높다고 한다. 현재의 인구, 연령 구성, 출생률 등을 입력하면 몇 년 뒤에는 어느 정도 인구가 된다는 예측값이 매우 정확하게 나온다. 인구가 300명 아래로 떨어지면 다양한 인프라와 공동체 유지가 어려워지고 마을로서의 존속이 위태로워지는 것은 누가 봐도 분명했다. 이대로라면 고스게촌은 사라져버린다.
--- p.84

50대 이상 마을 주민 다수가 이 집에 드나들며 가르침을 받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었다. 1950년대 중반 마을에 처음 TV가 들어온 것도 이 집이었다. 따라서 마을 주민들은 이 집에 모여 역도산의 프로레슬링이나 미치코美智子 왕세자비의 결혼퍼레이드 등을 함께 봤다고 말했다. 그렇게 마을 주민들의 추억이 가득한 고민가였다. 집주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는 부인 혼자 살았지만, 건강이 나빠져 시설에 들어가면서 벌써 5년 정도 빈집으로 남아있었다.
--- p.113

노인 교실 설명회와 현장 방문 직후부터 호텔 정보가 마을에 밀물처럼 퍼졌다. 노인 교실에 참가한 어른신들이 집에서는 물론 마을 여기저기를 돌며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촌사무소 직원이 고스게촌 노년층의 정보 확산력은 트위터보다도 빠르다고 했는데, 말 그대로였다. 전체 마을 주민에게 알리기 전에 노년층에 먼저 설명한 효과는 매우 컸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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