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시민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권위주의 군사정권하에서 국민으로 호명되어 정권에 충성하는 신민의 대표로 노인을 경험해왔다. 노인은 공장에서는 근로자, 시민사회에서는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하는 신민으로 존재했다. 이들은 생존의 문제를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의 사회권을 배운 적이 없다. 이런 노인들에게 ‘당신들은 시민이고, 헌법에 명시된 시민의 권리인 자유권과 사회권을 요구해야 하며, 이를 위해 도처에서 조직하여 보편적 복지국가를 지지하고 실현해야 한다’는 이상은 일상이 될 수 있을까?
---「프롤로그_이상을 현실로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 중에서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 중원노인종합복지관은 우리가 걸어가는 곳이 길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준 조직이다. 처음에는 선배시민론이 실현될 거라는 근거가 없었다. 하지만 근거 없는 낙관주의로 시작했다. 이제 근거 없는 낙관주의의 근거가 나타났는데 그곳이 바로 중원노인종합복지관이다.
---「프롤로그_이상을 현실로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 중에서
어느 날 선배시민 교육을 하고 있는데, 강의 중간에 의자를 뻥 차고 벌떡 일어나는 어르신이 있었습니다. “이런 교육을 우리한테 들으라는 거야”라며 교육실을 나가려고 하는 걸 붙잡았습니다. 그리고 8강까지 교육을 들어주길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2장 선배시민을 만나기까지의 고민」 중에서
거창하고 멋진 실천이 아니더라도 ‘그래, 시도해보자!’, ‘두려울 게 뭐가 있어? 우리가 선배시민인데!’ 하는 마음이었다. 종전에는 어떤 활동을 할지 담당 사회복지사가 미리 정하고
노인들은 이를 교육받은 후 운동을 했다면, 이번 캠페인은 건강동아리 선배시민들이 토론을 통해 문제점을 도출하고 주제를 직접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더디더라도 선배시민들이 이야기를 통해 해결점을 찾고 서로의 생각을 들어보며 캠페인을 준비해나갔다.
---「3장 선배시민을 향한 도전」 중에서
선배시민이 신기하다고 생각했어요. 인생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것도 있네! 한번 해볼 만하다! 계속 참석하면서 이야기를 듣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 하는 생각도 했어요.
---「4장 변화된 사람들」 중에서
우리는 함께한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끊임없는 학습과 고민, 소통, 도전 등을 통해 선배시민 실천을 위한 길을 걸었다. 그 길은 평탄하지 않았고, 한 치 앞도 알 수 없었으며, 한 발
나아가면 두 발 뒷걸음하기도 했다.
---「4장 변화된 사람들」 중에서
처음 선배시민을 만났을 때, 노인을 위한 사업으로 노인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했다. 직원들과 선배시민을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실천하면서, 선배시민이 노인의 변화를 위한 인식개선 사업도, 노인만을 위한 사업도 아님을 알게 됐다. 선배시민은 사회복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에서 시작해 결국은 우리 사회 시민권에 대해 이야기하는 철학이자 사업임을 알았다. 즉 노인이라는 특정 대상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나를 위한 사업이자, 동료 사회복지사들, 함께 만들어가는 선배시민들, 나아가 우리 사회의 모든 시민들을 위한 의미 있는 질문이자, 새로운 실천이었다.
---「5장 케어센터에서 커뮤니티센터로」 중에서
선배시민론은 시민들에게 권리 의식과 권력 의지를 돌려주는 운동이다. 선배시민 운동은 모든 시민이 자기 목소리를 갖는 주인이라는 것을 선언하는 인권 운동이고, 최소한의 빵을 권리로 갖는 사회권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생존권 투쟁이며, 후배시민, 이웃과 동료 들의 안전 보장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생명 운동이다.
―「에필로그_민주주의 실험실에서 시작된 새로운 희망」중에서
중원노인종합복지관이 나타나기 전까지 선배시민 운동은 사회복지 현장에서 이루어지길 바라는 상상이었다. 중원노인종합복지관은 이러한 이상을 일상으로 만들었다. 이곳에서 직원들의 학습이 이루어지고 학습동아리가 만들어지고 선배시민들의 권리 실현을 위한 실천이 나타났다. 민주주의가 풀뿌리에서 돋아난 사례이다. 이런 점에서 중원노인종합복지관은 민주주의의 실험실이다.
---「에필로그_민주주의 실험실에서 시작된 새로운 희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