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장 금붕어와 물총새 2장 도쿄 타워와 아트센터 3장 토마토 주스와 버터플라이피 4장 빨간 귀신과 파란 귀신 에필로그 |
"사람과 그림과의 특별한 인연 "
아오야마 미치코의<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를 읽고
“아프고 방황했던 순간마저도 온전한 삶이 된다.”
-나만의 색을 찾는 당신에게 전하고픈 수채화처럼 맑고 따스한 이야기 -
인생을 살다보면 어떤 사람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삶이 바뀌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우연한 그 만남이 나의 인생을 180도로 바꾸어주는 전환점이 되는 것이다.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이 여기며 우리에게 마음 따스한 이야기들을 들려준 아오야마 미치코는 이번에는 사람과 그림과의 특별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인 『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로 우리를 찾아왔다. 전작인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에서는 코코아를 매개체로,『월요일의 말차 카페』에서는 말차 카페를 중심으로 하여 작가는 각각의 이야기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었다. 이 책 『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 또한 전작과 마찬가지로 연작 소설 형태로 4편의 이야기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번 책 『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에서 작가는 사람과 그림과의 특별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한 점의 초상화와 그 초상화와 연관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이 연작 소설 형식이라는 것을 모르고 읽는다면, 각각의 이야기들은 따로 떨어진 이야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네 편의 에피소드들 속에는 '한 점의 초상화'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이 초상화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첫 번째 이야기인 <금붕어와 물총새>의 주인공인 레이는 교환학생으로 호주 멜버른으로 가게 되고 거기서 재치있고 유머스러운 '부'를 만나게 된다. 그와의 만남을 통해 레이는 무채색 같았던 그녀의 세상에 색채를 더하기 시작한다. 부와 레이는 서로에게 마음이 끌리지만, 교환학생으로 온 레이는 1년이 지나면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부는 레이에게 '기한부 연애'를 제안하고 사랑의 끝이 두려웠던 레이는 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며 더이상 불안해하지 않는다.
"마침표의 위치가 정해진 관계, 상영 종료 시각을 알 수 있는 영화와 같다.
그렇다면 아마 서로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 때의 나는 그게 딱 좋은 온도라고 생각했다.
-p. 36
그리고 귀국을 앞두고 레이는 부의 부탁에 잭 잭슨이라는 화가의 그림 모델이 된다. 부의 친구인 잭 잭슨은 레이를 모델로 하여 빨간 색 블라우스와 파란 색 새 모양의 브로치를 한 소녀의 모습을 그리게 되는데, 이 한 점의 초상화로 인해 이후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연결된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작가는 '부와' '레이'의 안타까운 시한부 연애와 그 사랑에서 탄생한 초상화인 <에스키스>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 번째 이야기 <도쿄 타워와 아트센터>에서 작가는 액자 장인과 그 장인 밑에서 일을 배우는 화자인 나의 이야기를 담았다. 우연히 어떤 화가의 초기 초상화 작품을 만나게 되었고, 그 작품의 화가가 자신이 호주에서 만난 인상적이었던 화가인 잭 잭슨임을 알게 된다. 그와의 특별했던 인연을 생각하며 화자인 나는 그 작품에 딱 알맞는 액자를 제작하게 된다. 두번째 이야기에서도 첫 번째 이야기에 등장한 한 점의 초상화가 등장한다.
<에스키스>라는 제목의 그림은 상반신 인물화다. 빨강과 파랑 두 가지 색 물감만으로 그렸고 색이 섞인 상태가 절묘하다. 그 배색 때문에 더욱 멜버른에서 잭과 만난 그날 일이 떠올랐다. 운명이라고 느낄 정도다.
-p. 90
네 번째 이야기인 <빨간 귀신과 파란 귀신>에서 작가는 사랑하던 연인과 헤어지고 홀로서기를 시도하던 두 남녀가 1년이 지난 후 재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이야기에서도 어김없이 그 초상화가 변함없이 등장한다. 그리고 뒷 부분의 에필로그를 통해 그 연인들이 오래 전 호주 멜버른에서 시한부 연애를 하던 '부' 와 '레이'임을 알게 된다.
마지막 이야기인 <에피소드>에서는 이야기의 시작이 되었던 그 초상화를 그린 화가가 화자가 되어 그 특별했던 초상화의 기나긴 여정을 통해 맺게 된 사람과의 특별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레이'의 초상화를 시작으로 하여 <도쿄 타워와 아트센터>, <토마토 주스와 버터플라이피>, <빨간 귀신과 파란 귀신>을 거쳐 <에피소드>에 도착하게 된다. 시한부 사랑에서 시작되었던 그 소중한 사랑의 감정이 오랜 시간이 지나 보다 안정적이고 굳건한 사랑으로 변해서 말이다.
사람과 그림에 대한 특별한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따스한 위로를 건네고 있다. 오랜 시간을 지나 다시 돌아온 그 초상화처럼 결국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연결되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전작인 『목요일에는 코코아를』와 『월요일의 말차 카페』처럼 이 책 『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 또한 나에게 따스한 위로와 감동을 주었다. 마치 한 잔의 코코아를 마시듯, 나의 얼어붙은 쓸쓸한 마음을 녹여주었다.
“흔히 사랑에 빠진다는 말들을 하지만 나는 사랑이 온다고 생각해.”
“온다…… 고요?”
“응, 맘대로 오지. ‘우와아 왔다!’하는 사랑도 있고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면 와 있는 사랑도 있어. 오는 건 그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 불가항력이라서 그 사람이 아닌 사랑에 휘둘리는 거지.” (「금붕어와 물총새」, 45쪽)
어떤 책은 한 구절이나 한 문장이 전부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짐작했겠지만 아오야만 미치고의 단편소설 『너에게 오는 건 사람이 아니라 사랑이야』는 제목이 그렇다. 각각의 단편소설이지만 하나로 이어진 연작소설로 그 중심엔 하나의 초상화가 있다. 가장 중요한 주인공 혹은 작은 단역으로 등장하는 초상화. 그러니까 초상화에 담긴 사연, 초상화로 연결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면 맞겠다.
긴 머리 여자의 초상화다. 빨강과 파랑 물감만 사용해서 그렸는데 머리카락의 음영이 보라색 그러데이션으로 되어 있다. 사르륵 흘러내리는 머리카락 표현이 훌륭했다. 빨간 옷, 가슴팍에는 파란 새 브로치. (118쪽)
초상화의 시작을 알리는 첫 번째 단편 「금붕어와 물총새」은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 그 묘한 떨림과 설렘의 감정이 가득하다. 교환학생으로 멜버른에 온 ‘레이’는 한 살 때 부모를 따라 일본에서 호주로 온 대학생 ‘부’와 연애를 시작한다. 레이가 일본으로 돌아갈 때까지 기한이 정해진 연애를 시작한다. 말이 기한부 연애지 그게 가능할까. 부는 레이가 떠나기 전 자신이 아는 화가의 모델을 부탁한다. 정성껏 차려입은 레이와 그를 그리는 화가, 그들을 바라보는 부. 레이와 부의 연애는 어떻게 되었을까?
두 번째 단편 「도쿄 타워와 아트센터」는 무명화가의 그림에 반해 그림이 아닌 액자를 만드는 액자 공방에 취직한 ‘소라치’의 이야기다. 공산품 액자가 아닌 예술 작품을 아름답게 뒷받침하는 액자를 만드는 일을 소라치는 아직 해보지 못했다. 거래하는 화랑에서 전시를 위한 액자를 주문했고 작품을 확인하는 순간 소라치는 자신이 직접 하겠다고 사장에게 말한다. 대학시절 여행으로 다녀온 멜버른에서 본 화가의 그림이었다. 짐작했겠지만 바로 그 〈에스키스〉란 제목의 초상화였다. 그림과 가장 잘 어울리는 액자를 만드는 일, 자신이 원했던 순간과 마주한 소라치.
이쯤 되면 세 번째 「토마토 주스와 버터플라이피」에서 초상화는 어떻게 등장할까 궁금해질 것이다. 이 단편은 천재 만화가와 그의 스승이자 경쟁자인 만화가의 이야기로 그 둘이 만나는 카페에 초상화가 걸려있다. 갤러리를 연상시키는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면서 스승은 제자가 지닌 만화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며 자신을 돌아본다.
마지막 네 번째 단편 「빨간 귀신과 파란 귀신」은 오래된 연인이 헤어진 후 1년 만에 다시 재회하는 이야기다. 도쿄의 수입 잡화점에서 일하는 ‘나’는 영국 출장을 준비하다 여권을 연인과 살던 집에 놓고 온 걸 알게 된다. 아직 그 집에 살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연락을 한다. 그는 그 집에 살고 있었고 아무렇지 않게 찾으러 간다. 둘이 살던 공간은 그대로였다. 고양이가 있는 것만 빼면. 그런데 ‘나’는 이때 공황장애 증상으로 출장 대신 휴가를 얻게 된다. 일 자리를 잃게 될까 두려운 나에게 사장은 건강을 챙기라고 말한다. 쉬고 있는 동안 그가 집을 비우게 생겼다면서 고양이를 봐 줄 수 있냐고 부탁한다. 고양이와 그 집에서 지내면서 그를 떠나온 게 바로 자신이라는 걸 확인한다. 나에게 다시 사랑이 온 것이라고 할까. 처음 사랑이 그랬던 것처럼.
전체를 관통하는 건 초상화라 할 수 있지만, 한 편 한편이 경쾌하고 맑은 수채화처럼 읽힌다. 연애와 사랑뿐 아니라, 각자의 일과 소중하게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따뜻하고 담백한 이야기. 숨은 그림 찾기처럼, 보물 찾기처럼 숨겨진 그림과 연결된 사람들을 발견하는 순간 작은 탄성이 터진다. 우리네 보통의 삶에서 사랑은 어떻게 특별하게 존재하는 것일까. 나의 사랑은 지켜지고 있는가. 가만히 살아가는 일상의 기쁨을 생각한다. 주변을 돌아보고 나를 둘러싼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보드랍고 따뜻한 봄 햇살 같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