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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사운드

: 미술―소리―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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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262g | 120*205*12mm
ISBN13 9788940806678
ISBN10 8940806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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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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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이 늘 삭막한 전시장 흰 벽에 하나씩 걸려 있지는 않았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그림은 유럽 곳곳의 그랜드 살롱(grand salon)에서 층층이 높이 전시되었다. 그러다 지난 세기에 공간과 환경에서 시각의 방해 요소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단일화되었다. 시선의 방해물을 없애려는 강한 욕망의 결과물인 화이트 큐브(white cube)는 가장 깨끗하고 명쾌한 선택지였다. 이 논리에 따르면 사운드는 결코 시각예술 공간의 요소가 될 수 없다. 사운드와 목소리, 청각 매체를 다루는 역사가 스티븐 코너(Steven Connor)는 「귀에는 벽이 있다(Ears Have Walls)」라는 글을 통해 갤러리에서 사운드를 전시하는 일의 어려움을 짚어냈다. 그는 갤러리가 고도의 시각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날카로운 각은 청각 내용물보다는 시각 내용물을 위한 설계라고 주장한다. 그는 “소리는 냄새처럼 퍼지고 새어나가기 때문에 가변적이고 다형적인 최신의 전시 공간에서조차 사운드 작품은 우리에게 구분과 분리를 강하게 인식하도록 만든다”라고 썼다.
---「서론 a. 시각예술을 듣는다는 것」중에서

1950년대에 실험적인 미국 작곡가 존 케이지(John Cage)는 “침묵은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모든 소리를 낸다”고 했고 “절대적인 침묵이란 없다”면서 침묵의 불가능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케이지는 이 절대적인 침묵의 불가능성을 사유하는 과정에서 〈4분 33초 4’ 33”〉(1952)라는 요란한 침묵을 담은 작품을 선보였다. (중략) 소리가 늘 존재한다면 갤러리에도 소리가 있을 터이다. 따라서 갤러리는 침묵의 장소일 수 없다. 일상의 소리이든 우발적이거나 의도된 소리이든 매우 시끄러운 소리이든 들을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한 소리이든 대화나 관람객의 상상이든 간에 소리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갤러리에 존재한다. 독자의 이해를 구하면서 한마디 덧붙이자면 나는 앞에서 인용한 케이지의 말에 공감한다. 침묵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풍경화에도 대리석 조각에도 갤러리에도 침묵은 없다. 미술 작품은 늘 그리고 이미 소리와 함께이며 소리에 흠뻑 젖어든다. 갤러리 건물은 소리로 가득 차 있다. 이미지는 소리로 우리의 정신을 채우고, 갤러리의 청각적 공간은 설치물로 인해 변형되며 때로는 작품이 스스로 소리를 내기도 한다. 직접적이든 상상에 의한 것이든 간에 예술 그 자체, 그리고 우발적으로 발생한 소리를 포함하여 갤러리의 소리를 들음으로써 우리는 더욱 풍부하고 완전한 방식으로 예술을 대면할 수 있고 인간 지각의 스펙트럼을 이해할 수 있다.
---「서론 a. 시각예술을 듣는다는 것」중에서

2015년 음악학 연구자이자 사운드 예술가인 가샤 우조니안(Gascia Ouzounian)은 “사운드 설치는 20세기 미술과 음악의 역사 속에서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고 있다”고 썼으며, 비슷한 주장들이 사운드에 초점을 둔 현대 연구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1990년만 해도 칸은 소위 ‘시각예술’ 분야에서 구성 요소로서 사운드를 완전히 부정해온 연구사의 현황을 지적하면서 20세기를 “귀머거리의 시대(deaf century)”로 일컬었다. 사운드 연구가 급성장하는 추세인 오늘날에는 이런 주장이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운드는 예술의 담론에서 여전히 주요 관심사인데, 이는 오히려 ‘시각예술’에서 사운드가 충분히 인식되거나 이론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의 인용문을 통해 알 수 있듯 예술에서 사운드는 제대로 이해되지 못했거나 인지된 경우에도 부주의하게 다뤄진다. 예를 들어, 댄 플래빈(Dan Flavin)의 작업에 대한 리뷰와 논의들은 형광등에서 나오는 전기 사운드에 관해 말하며 실제로 그의 작품들은 지속적으로 전기 잡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플래빈은 사운드아티스트라고 불린 적이 없고, 작가 스스로 작품에서 발생하는 사운드와의 관계를 간간이 언급했음에도 그의 작품은 사운드 설치의 측면에서 탐색되지 않는다.
---「서론 a. 시각예술을 듣는다는 것」중에서

벽화 크기의 이 작품 〈이중부정사의 복제본 2 Reproduction of Double Infinitive 2〉(2012)는 내용 면에서도 지나치게 노이즈가 많다. 말하자면 이 작품이 들리지 않는 노이즈로 공간을 채우고 있어 더욱 소란스러운 것이다! 이 작품은 소리를 포함하지 않지만, 청각적 상상을 통해 이미지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풍부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여기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폭동 인파의 폭력적이고 거친 장면이 담겼다. 차는 뒤집혀 불타오르고, 왼쪽 인물이 돌을 집어 던지자 화면 중앙으로 궤적이 남겨진다. 사람들의 고함, 불길에 휩싸인 차량의 타들어가는 소리를 상상하지 않고서 우리는 이 그림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청각적 상상’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어떤 구상화를 보든 관람객은 특정한 방식으로 자신이 이미지에서 목격하는 것을 상상한다. 생생히 그려진 어떤 풍경화를 보고서 우리는 농가의 동물들, 풀 냄새와 지저귀는 새소리를 상상한다. 우리는 단 하나의 감각만으로, 순수하게 시각의 스펙터클로만 그 장면을 상상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그 장면은 온전히 시각적이지만은 않은 것이다. 우리가 세계를 다중의 감각(multiple senses)으로 경험하듯이 우리는 온몸으로, 다중감각으로 시각 이미지를 기억하고 그 장소를 더듬는다. 그렇다면 소리 없는 이 작품, 이중부정사의 복제본 2〉에서 상상된 청각 경험은 요란하며 귀를 먹먹하게 할 법하다.
---「서론 a. 시각예술을 듣는다는 것」중에서

이 파장으로서의 소리는 갤러리 벽의 수직 표면에 튕기면서 그 사이를 뚫고 진동한다. 소리 나는 작품이 벽들에 완전히 둘러싸여 있다고 해도, 소리는 방음 공간에서 빠져나온다. 결론적으로 “사운드아트는 벽을 통과할 뿐만 아니라, 모퉁이를 돌고 바닥을 지난다. 제도권의 벽을 넘어서려는 자유주의 소명의식이 투철한 예술가들에게 소리의 가장 큰 매력은 소리가 냄새나 킥킥대는 웃음처럼 달아난다는 데 있다.” 제도의 한계에서 탈출하듯이, 소리는 또한 자신이 침범하는 한계를 향해 조롱과 비웃음을 던지며 달아난다. 한 전시실에서 들리는 예술작품의 소리는 소리 없는 작품들이 전시된 다른 공간의 평화를 깨뜨리고 침투한다. 단 한 점의 예술작품만 남겨두고 모두 비운 상태의 화이트 큐브조차 인테리어 디자인으로는 절대로 제거할 수 없는 그 무언가로 채워져 있다. (중략) 『갤러리 사운드』는 갤러리 공간을 하나의 생성하는 건축물로 바라본다. 이 갤러리 공간에서 소리는 지속적으로 존재하는 암류(undercurrent)이며, 예술가들은 공간의 한계 속에서 소리를 이용하면서 갤러리를 생산적인 공간으로 만들어간다.
---「서론 b. 소리의 맥락」중에서

텅 빈 갤러리에서 소리는 벽들에 튕겨나고, 평평한 표면에 작품이 없다면 반향은 한층 강화된다. 대부분의 미술관은 명작을 고요하게 감상하려고 조성한 공간이어서 이곳에 들어서면 목소리를 낮추고 발걸음도 사뿐히 떼게 된다. 이 갤러리 공간의 폐쇄성을 침묵과 관련해 의식하기란 쉽지 않다. 눈앞에 있는 위대한 예술작품을 향한 경외감에서 목소리를 낮추는 것만 해도 그렇다. 그러나 침묵은 도달할 수 없고 불가능에 가깝기에 논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이런 맥락에서 침묵을 말하려면 존 케이지를 빼놓을 수 없고, 특히 ‘침묵’과 관련된 두 가지 일화를 언급해야 한다. (중략) 〈1952년 8월 29일에 있었던 초연에서,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튜더는 퍼포먼스 내내 단 하나의 건반도 누르지 않은 채 피아노 앞에 앉아 있었다. 대신에 그는 세 악장의 시작과 끝을 알리기 위해 피아노 건반 뚜껑을 올렸다가 내렸다. 피아니스트가 악기를 통해 그 어떤 소리도 자아내지 않으면서 이 작품은 그 자체로 침묵이 되었다. 그런데 악기 소리라는 내용이 제거되자 콘서트홀 내부에 존재하는 다른 소리가 전면에 부상했다. 빗소리와 자동차 소리, 머리 위의 비행기 소리뿐 아니라 바스락거리는 소리, 기침 소리, 마루가 삐걱대는 소리, 이런저런 속삭임이 크고 분명하게 들려왔다. 〈4분 33초〉를 점하는 것은 따라서 침묵이 아니며, 이 곡은 진정한 침묵이란 불가능하다는 점을 매우 명확하게 그리고 충분히 전달한다.
---「1장 텅 빈, 소리로 채워진 갤러리」중에서

관람객은 수동적으로 시각 경험을 받아들이는 선에서 작품을 대면하는 것이 아니다. 관람객은 지각 인식을 바꾸는 하나의 작품을 경험한다. 어윈과 터렐의 무반향실 체험은 작품을 창작하는 데 매우 흥미진진한 원동력이 되어주었고 그에 관한 실험으로 이들을 이끌었다. 이들은 이 방을 활용해서 자신의 경험과 지각을 탐구했을 뿐만 아니라,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다른 참가자들의 경험을 실험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두 사람은 참가자 그룹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조사했다. 슐트는 참가자들의 반응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들은 처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매우 당황스러운 모양이었다. 예술가들이 그 방에서 기꺼이 수 시간을 머무른 반면 이들은 잠깐(10분 이내) 있었지만 그 사이에 불편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무반향실에 머물렀던 참가자들에게 다시 그 경험에 관해 묻자 예술가들과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이런 경험의 유사성을 확인하고서 어윈과 터렐은 유형(有形)의 혹은 물리적인 작품보다는 경험이 그 자체로 전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명확히 깨달았다. 어윈과 터렐은 갤러리 내부에서 이 기술을 활용해 관람객 다수를 대상으로 과학과 신경심리학, 인지과학의 지식을 적용하고자 했다. “과학과 예술이 상호불가침의 영역을 점하는 상황에서 어윈과 터렐은 중간자의 입장을 취했다. 인지심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들은 감정경험(felt experience)이 전통 예술 매체의 문제이기보다는 예술의 근본 문제라고 주장한 것이다.”
---「1장 텅 빈, 소리로 채워진 갤러리」중에서

시각적·청각적 설계를 통해 물리적이고 공간적인 경계가 축소된 “각 공간들은 단순한 현상이 축소 혹은 확장된 정도에 따라 관람자들로 하여금 필연적으로 ‘자아로 침잠’하게 한다.” 116 따라서 아무런 자극이 없고, 감각적인 입력이 삭제된 상태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자기 자신과 공간에 대한 스스로의 경험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자신들의 감각에 대한 인식을 고양한다. 첼란트는 관람객을 스스로에게 향하도록 하는 이 침잠이란 차분하고도 경계심 있는 태도로 공간에 대한 자신만의 온전한 경험을 이끌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다음과 같이 시적 어조로 글을 끝맺는다. “참조할 만한 것이 전혀 없는 텅 빈 영역에서 관람객은 나우먼의 복도와 촉각적인 벽 앞에서 그러하듯이 자기 자신에 주목하게 된다.” 애셔에게 “사운드란, 관람객이 공간을 정적이고 촉각적이며 형식적으로 구조화된 것으로서 이해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소리의 반향을 흡수하게끔 미묘하게 조정한 텅 빈 갤러리는 관람객의 주의를 공간과 그 공간을 자기의 감각을 통해 알아차리게 되는 방식으로 돌려준다. 애셔가 그랬듯 브루스 나우먼은 갤러리 내부의 물질 구조를 통해 텅 빈, 소리로 채워진 갤러리 공간을 만든다. 이 갤러리 공간은 소리를 약화하는 한편으로 자신의 신체를 감각하는 관람객의 인식을 활성화한다.
---「1장 텅 빈, 소리로 채워진 갤러리」중에서

알다시피 우리는 시각만이 아니라 모든 감각을 조합해서 주위 환경을 감지한다. 물리적 공간을 이해하는 가장 주요한 방법은 그것을 듣는 것이다. 이로부터 공간의 크기나 그 재료(이를테면 표면이 딱딱한지 부드러운지)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알아낼 수 있다. 공간을 듣는 능력이 사라지면 우리는 마치 무반향실 안에 있는 것처럼 고립되거나 방향 감각을 잃었다고 느낄 것이다. 배리 블레서(Barry Blesser)와 린다루스 샐터(Linda-Ruth Salter)는 나무 바닥을 걸을 때 나는 발소리가 “계단과 벽, 낮은 천장, 열린 문”의 위치에 관한 정보를 전달한다고 알려준다. [실내에서-옮긴이] 박수를 치면, 평평한 벽은 다양한 청각의 단서를 활용해 벽까지의 대략적인 거리와 크기, 재료를 식별할 수 있게끔 소리를 되돌려준다. 블레서와 샐터가 기술했듯 이런 방식으로 “벽이 들리게 된다. 혹은 벽이 그 자체로 소리 에너지의 원천은 아닐지라도 벽은 청각적 징후를 가지게 된다.” 블레서와 샐터는 ‘청각적 건축(aural architecture)’을 논의한다. 이 개념은 ‘듣기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experienced) 공간의 특성’으로 요약할 수 있다.
---「1장 텅 빈, 소리로 채워진 갤러리」중에서

닉 프라이어(Nick Prior)는 “오늘날의 관람객은 시각 경험에 세속적인 갈증을 느끼며 미술관에 들어선다”고 썼다. 관람객은 천재가 만든 뛰어난 시각예술작품을 찾는 대신에 경험을 찾으며, 이 사실만으로도 예술이 인식되는 방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프라이어는 이를 “미적 사색은 엔터테인먼트로, 침묵은 북적거림으로, 교육은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로, 존경심은 상대주의로 대체되었다”고 정리했다. 이 모든 논평에는 예술이란 신성하고 유일무이한 것이며 제대로 감상하려면 교육이 필요하다고 여겼던 이전 시대에 대한 그 어떤 상실감, 예술이 가치 있는 대상이기보다는 구경거리가 되었고 미술관은 손쉬운 놀이공원이 되었다는 데 대한 한탄이 엿보인다. 현대미술의 이런 특징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가 카스텐 횔러(Carsten Holler)의 〈테스트 사이트 Test Site〉(2006)다. 이 작품은 터바인홀의 위층에서부터 아래로 구불구불하게 내려오는 다섯 대의 긴 금속 미끄럼틀로 이루어졌다. 언뜻 거대하고 과장된 미니멀 조각으로 보이지만, 관람객이 실제로 이를 활성화하는 방식은 귀중한 ‘작품’이라는 고결한 지위를 무력화한다. 아이들은 미술관이 놀이터인 듯 이 미끄럼틀을 타기 위해 줄을 선다. 아이가 있어도 아이의 소리는 없었던 옛 미술관 풍경은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어린이들의 흥분한 소리로 물든다.
---「2장 갤러리의 소음」중에서

소음을 개념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소음이론가인 폴 헤가티에게 소음이라는 지각은 역사적·지리적·문화적 주체와의 연관 속에서 발생한다. 그리고 “소음은 판단을 포함할 수밖에 없는데, ‘원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소음을 원한다는 건 문제의 소음을 소음이 아니라고 규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략) 갤러리 공간에서 다양한 차원의 사운드를 개입시킨 사례 가운데 〈별자리〉의 관람객들이 겪어야 했던 120데시벨만큼 강렬한 사례는 좀처럼 드물다. 하지만 토마스 집(Thomas Zipp)의 거대한 종은 이에 견줄 만하다. 토마스 집은 원래 야외에서 쓰던 거대한 청동 종을 베를린 보로스컬렉션의 벙커갤러리(Bunker Gallery, Boros Collection)에 설치했다. 관람객들은 두 층 높이의 작은 전시장 위층으로 들어가서 밧줄을 당기며 종을 울렸다. 당연히 엄청나게 큰 종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렸으며, 갤러리의 모든 층으로 소리가 퍼져나갔다. 종이 울릴 때 누군가가 갤러리 안에 있었다면 귀가 먹먹해졌을 것이다. 내가 방문했을 때도 갤러리 직원들은 이 작품에 신경을 쏟고 있었다. 그들은 관람객들이 너무 자주 종을 울리지 않도록 통제했으며 종을 울리기 전에는 아래층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후지나토의 개입과 마찬가지로 토마스 집의 종은 예술작품 자체로 소리가 나게 한 사례이자 상호작용을 이끌어낸 경우이며 제도비판도 수행한다.
---「2장 갤러리의 소음」중에서

한편 인류학자인 팀 잉골드(Tim Ingold)는 사운드스케이프 개념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는 이 용어가 시각에서 소리로 주의를 돌리기 위한 전략으로 사용되었다고 지적한다. 우리를 지나치게 청각에 집중하게 만들어서 모든 감각으로부터 멀어지게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썼다. 이 묘책을 둘러싼 징후는 가능한 한 거의 모든 종류의 ‘풍경들(scapes)’이 증식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눈이 미술사의 용어에서 풍경화로 간주되는 시각 이미지로 되돌아간다면, 귀는 또한 사운드스케이프를 포착하고 피부는 촉각의 풍경을, 코는 냄새의 풍경 등을 보여줄 것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실제 환경은 사람들이 접근하는 감각의 경로에 따라 나뉘지 않는다. 어떤 경로를 택하든지 동일한 세계일 뿐이다. 사운드스케이프라는 용어는 청각이라는 단일한 감각을 의도적으로 분리해서 따로 떼어두는 식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물론 ‘풍경(landscape)’이라는 용어 자체가 본질적으로 시각적인 것은 아니므로 ‘대지(land)’를 소리로 대체하는 것도 어떻든 간에 감각의 측면에서 보면 똑같지가 않다. 즉, 잉골드가 주장하듯이 촉각이나 후각 공간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시각 풍경이나 빛의 풍경(scapes)도 없기는 매 한 가지인 것이다. 따라서 실제 사운드스케이프를 묘사하는 진정한 설명 방식은 현장 전체의 생태계(그러나 역시 별도로 구성된 생태계)를 필요로 하며, 그러한 묘사는 감각을 훨씬 뛰어넘어 상상의 소리, 원치 않는 소리, 원하는 사건들에서 발생한 소리 등을 포함한다는 것이다. 사운드스케이프의 개념과 ‘사운드 워크’ 작업은 직접 연관된다.
---「2장 갤러리의 소음」중에서

갤러리가 음악을 위한 컨테이너가 된다는 사실은 그 안에서 만들어지는 음악에도 당연히 영향을 끼친다. 알다시피 화이트 큐브는 중립적인 공간이 아니며 소리의 측면에서도 문제적이다. 음악을 공연할 때는 딱딱하고 평평한 사각 벽들이 강한 반향을 만들어내고, 소리가 오래 지속되면서 온 건축물에 울린다. 박수 소리 같이 비교적 단순한 소리도 벽에 울렸다 튕겨난다. 박수 대신에 짧거나 긴 전자음처럼 좀 더 긴소리라면 어떨까. 그 소리는 순간 이상으로 지속될 테고, 반향들이 중첩되면서 부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발생하면 깨끗한 전자 음향이 예상보다 더 길게 울리고 포개지면서 지저분한 상태가 될 수 있다. 물론 반향은 앨빈 루시어의 〈나는 방 안에 앉아 있다〉에서 그랬듯이 그 구성 내부에서 의도한 대로 효과를 낼 수 있다. 루시어의 작품은 이러한 소리의 [반향하는-옮긴이] 성질 없이는 실행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갤러리 공간은 소리에 정반대의 영향을 끼칠 수 있고, 퍼포머의 예상을 수정하거나 퍼포머가 만들어낸 소리를 바꿈으로써 그러한 변화를 이용하도록, 즉 공간의 반향에 저항하기보다는 그 반향을 활용하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다시 논하겠지만 이러한 특징은 새로운 퍼포먼스 방식 그리고 음악을 듣는 새로운 방식을 탄생시켰다.
---「3장 음악의 갤러리」중에서

시각이 방향성을 갖는 것과 달리, 소리는 모든 방향에서 온다. (중략) 소리의 지각은 동시적이고 다중의 방향성을 띤다. 라이브 공연에서 이런 지각의 특징은 몰입과 강력한 현상학적 경험을 이끌어낸다. 예를 들어 매우 단순하고 쉬운 기술을 도입해 공간 가운데에 관객을 에워싸고 스피커를 배치한다면 사운드를 듣는 것이 아니라 사운드 ‘내부’에 있게끔 할 수 있다. 2004 중앙에 연주자를 두고 관객들이 그 주위에 앉거나 (여의치 않다면) 눕도록 요청했다는 점에서, 로페즈가 “임퍼머넌트.오디오”에서 선보인 방식은 갤러리에서 진행되었던 라이히의 초기 퍼포먼스와 유사하다. 나는 이 퍼포먼스를 경험하는 동안 작품에 깊이 몰입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기존 원형 무대에서 벗어나자 로페즈는 공간 전체를 다시 생각할 수 있었다. 이 공간은 관객이 음악의 스펙터클을 보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사운드의 경험에 깊이 잠기도록 한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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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피해보상
  •  상품의 불량에 의한 반품, 교환, A/S, 환불, 품질보증 및 피해보상 등에 관한 사항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공정거래위원회 고시)에 준하여 처리됨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
  •  대금 환불 및 환불 지연에 따른 배상금 지급 조건, 절차 등은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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