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브랜드 가치
상자 속 글자들은 알파벳을 A부터 Z까지 무작위로 적은 것이니 아무런 의미도 없다. 그래서 가치도 없다. 하지만 글자들이 아래 상자 속 단어들처럼 조합되면 브랜드가 되고, 그 가치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브랜드 컨설팅업체인 인터브랜드(Interbrand)가 발표한 2022년 브랜드 순위를 보면, 1위 애플의 브랜드 가치는 한화 600조 원이 넘는 4,822억 달러나 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브랜드 가치는 마케팅이 만들어 간다.
이 책의 첫 번째 이야기는 브랜드 가치에 관한 것이다. 그 이야기를 코카-콜라로 열어가고자 한다. 1886년 존 팸버튼(John Pemberton)이 개발했던 코카-콜라는 140 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웰빙이 최고인 시대에 코카-콜라가 소비자들의 사랑을 여전히 받고 있다는 사실은 신기하다. 그 이유는 콜라가 다이어트코크나 제로슈거를 제외하곤, 내용물의 대부분이 비만과 충치의 주범인 설탕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에 대한 소비자들의 애정은 새로운 밀레니엄을 코앞에 두고 있던 1990년대 말 각종 매체를 통해 발표된 기록이나 통계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97년 미국의 라이프 잡지는 재미있는 기록 하나를 발표했다. 2000년을 코앞에 두고 과거 1,000년 동안 인류 역사상 가장 영향력이 컸던 100대 사건을 발표한 것이다. 미국의 시각에서 발표된 내용이기 때문에 선정 대상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래도 전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던 기사였다. 100대 사건의 순위를 살펴보면, 1위에 구텐베르크 성경 인쇄, 2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3위 마틴 루터의 종교 개혁, 4위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 등 굵직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이 소개되고 있다. 여기에 코카-콜라가 82위로 랭크되어 있다. 이 기록은 코카-콜라에 대한 소비자들의 사랑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1950년 타임지 표지 모델에 코카-콜라가 소비재로는 처음 선정되었던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1998년 국내외 신문 등을 통해 소개된 또 다른 기록도 흥미롭다. 코카-콜라가 개발된 1886년부터 1998년까지 약 110년 동안 코카-콜라 소비량에 관한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 동안 소비된 콜라를 236미리 병에 포장해서 4차선 고속도로에 채운다면 그 길이가 지구를 82번 왕복할 수 있고, 한 줄로 연결하면 달나라를 1,057회 왕복할 수 있으며, 나이아가라 폭포의 물로 비유하면 38시간 46분 정도 쏟아지는 양이다. 만약 수심 180센티미터 풀장에 물대신 소비된 콜라로 대신 채운다면 5억 4,900만 명이 동시에 수영을 즐길 수 있는 양이라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열광과 사랑으로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는 엄청나게 치솟았다. 브랜드 가치를 평가해서 매년 순위를 발표하는 인터브랜드가 1998년 처음으로 발표를 시작했던 글로벌 브랜드 순위를 보면, 코카-콜라의 브랜드 가치가 무려 880억 달러로 1위를 차지했다. 이 금액은 당시 한국의 1년 예산이었던 약 100조 원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Coca-Cola가 영어로 여덟 자이니, 한 자 당 십 조원이 넘는 엄청난 가치였다.
코카-콜라의 독주는 그 후 2012년까지 계속되었다. 2013년 인터브랜드의 베스트 글로벌 브랜드 순위 발표를 보면, 1998년 당시 2위였던 애플이 983억 1,600만 달러로 1위를 차지하였다. 이어서 구글이 932억 9,100만 달러로 2위, 코카-콜라는 792억 1,300만 달러로 3위로 밀려났다. 비록 순위가 밀려나고 가치도 감소했지만, 요즘 잘 나가는 디지털기업이 아닌 음료업체로서 그 가치는 대단한 것이다. 2022년 코카-콜라 브랜드의 순위를 보면, 7위로 약 575억 달러 정도 된다. 하지만 모두의 사랑을 받고 있는 러브 마크, 벤츠나 나이키 등을 앞지르고 있으니 역시 대단하다.
마케팅 컨설턴트인 알 리스(Al Ries)와 로라 리스(Laura Ries)는 브랜드란 소비자의 뇌 속에서 자사 상품과 타사 상품을 구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우리의 상식과 달리, 경쟁사보다 더 좋은 상품을 만들거나 고품질로 어필해서 브랜드를 구축하려고 하지 말고 카테고리(Category)를 지배하라고 주문한다. 카테고리란 소비자에게 동일한 편익을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집합을 말한다.
미국의 유명 샌드위치 브랜드인 서브웨이(SUBWAY)는 수많은 샌드위치 종류 가운데 딱딱한 빵 속에 햄이나 살라미를 끼우는 방식의 서브마린 샌드위치를 전문으로 판매한다. 서브마린 샌드위치는 저렴한 가격에 품질이 좋은 샌드위치로 알려져 있으며, 서브웨이는 그러한 샌드위치의 패스트푸드점이라는 카테고리를 지배하고 있다.
코카-콜라는 경쟁 상품보다 특별한 맛을 제공하지 않지만, 콜라라는 카테고리를 지배하고 있다. 사람들은 코카-콜라를 콜라라는 카테고리의 대명사처럼 사용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스페셜커피 카테고리의 대명사처럼 사용되고 버버리는 트렌치코트의 대명사로 사용되면서 이들 브랜드의 가치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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