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차통역(consecutive interpreting)이란 동시통역(simultaneous interpreting)과 함께 국제회의 통역(conference interpreting)을 구성하는 통역 방식의 하나로, 연사(광의로 ‘화자’를지칭)의말을 듣고난 후 그 내용을 다른 언어로 옮기는 통역을 의미한다. 이때 통역의단위, 즉연사가 통역을 위해 말을 잠시 중단할 때까지의 시간은 통역의 상황, 통역사의 능력, 시간적 제약, 연사의 발화 스타일, 심지어 연사가 통역 서비스에 얼마나익숙한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보통 한 번 통역할 때마다 짧게는 몇 초, 길게는 5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5분 정도의말을 듣고무리 없이통역할 수있는 사람이라면 더 큰시간적 제약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간주된다. 그래서 국내외 통역대학원에서는3~5분 정도의텍스트를 가지고 순차통역을 훈련한다.
순차통역은 다양한 상황과 환경에서요구된다. 가장 고전적인 경우로는 연회 등의 모임을들 수 있다. 이러한 자리에서는 참석자들의 짧은 연설이나 담소들이 오가기 때문에 순차통역이 거추장스러운 장비가 요구되는 동시통역보다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순차통역은 소규모의 비즈니스 미팅, 인터뷰, 양자회담, 외빈접대 등에서사용된다. 최근 들어서는 시간 절약이라는장점 때문에동시통역을 사용하는 빈도가 점차 늘고 있지만, 통역 장비 특히 부스(booth)를 이용하기가 번거로운소규모 미팅에서는 여전히 순차통역이 선호되고있다(동시통역 장비를 설치하기 위해서는적지 않은돈이 필요하다). 셋째, 부스와 같은 고정 시설물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 예를 들어 견학, 탐방, 가이드 여행 등의 수행통역(escort interpreting) 상황에서는 순차통역이 선호되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위스퍼링통역(whispered interpreting)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순차통역은여전히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방식이다.
순차통역은 동시통역과 비교해 볼 때 그 기대치가 훨씬 더 높다. 물론 동시통역도 최고의수준으로 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지만, 일반 청중의관점에서 보면 동시통역이 순차통역보다 훨씬더 뛰어난기술이다(직접 부스까지 찾아와 “이런 걸 도대체어떻게 하세요?”라고 물어보는 청중도있다). 순차통역의 경우 연사의 발언과 통역이 순차적으로진행되기 때문에 일반 청중들도 연사의 말과 통역을 자연스레 비교하게된다. 특히해당 외국어를 잘 하고 간섭하기 좋아하는 사람, 또는 자신이통역사보다 정확하게 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통역사를 직접 찾아가 통역 내용에 대해 확인을 하거나 공식적인루트를 통해통역을 문제삼기도 한다.
[ 관련용어 설명]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통역’을 의미하고자 할 때 위의 두 단어를 모두 사용한다. 하지만, 통역실무 특히 학계에서는 이 두 용어를 구별하여 쓰고 있다. 전자인 interpreting은 ‘통역’을 의미하는 반면, 후자 즉 interpretation은 ‘통역’과 더불어 ‘해석’ 그리고 ‘통역의 결과’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특히 두 용어를 구별하여 쓰는 학자들은 전자를 통역 행위(activity)와 과정(process)의 관점에서 정의하고, 후자를 통역의 결과물(product)로 설명하고 있다.
국제회의 통역(conference interpreting)은 순차통역(consecutive interpreting) 또는동시통역(simultaneous interpreting)을 통해 이루어지는 국제회의 상에서의 통역을 일컫는다. “국제회의”라고 쓰고는 있지만, 국제회의 통역사들이 말 그대로 국제회의에서만 통역을 하는 것은 아니다. 소규모 행사나 모임에서도 최고 수준의 통역이 요구되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국제회의”라는 말은 높은 통역 수준을 요구하는 모든 형태의 미팅이라고 이해해도 큰 무리는 없다. 그래서 국제회의 통역사를 “회의 통역사”라고 줄여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국내에서 국제회의 통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통역대학원(소위 “통대”)을 졸업해야 한다. 즉, 통역대학원의 강도 높은 훈련을 견디고 졸업시험(인증시험)에 통과한 사람들이 바로 국제회의 통역사이다.
일반인들은 국제회의 통역사를 “동시통역사”라고 부른다. 엄밀한 의미에서 정확한 용어 사용은 아니다. 왜냐하면 동시통역은 통역 방식의 한 종류이기 때문이다. 순차통역을 하고 있는 국제회의 통역사를 두고 “동시통역사”라고 부른다면 이보다 황당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국제회의 통역사와 통역대학원 학생들은 순차통역과 동시통역을 가리켜 각각 “순차”, “동시”로 명명한다. 영어에서도 consecutive interpreting, simultaneous interpreting 대신에 “consecutive”, “simultaneous”로 줄여 말한다. 말 그대로 수행하면서 하는 통역이다. 통역사가 클라이언트의 옆 또는 옆쪽 뒤편에 위치해, 귀에 대고 그 사람만이 알아들을 수 있는 성량으로 하는 (동시) 통역이다. 개별적인 통역서비스가 필요한 경우나 장비 설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많이 쓰인다. 다른 말로 라고 한다.
---「1. 순차통역이란 무엇인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