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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슨빌

: 별과 바다가 보이는 곳

[ 개정판 ]
정연진 | 북랩 | 2023년 03월 1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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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02쪽 | 238g | 128*188*20mm
ISBN13 9791168367753
ISBN10 1168367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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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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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발견한 호박은 정말 신기하다. 이건 뭐 호박에 부스럼이 난 것도 아니고, 팥빵에 고슬고슬한 고물이 묻은 것처럼 돌기가 가득하다. 아무리 아는 척을 하려고 해도 이런 호박은 처음이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충분히 흥분해 주었다. “이런 호박도 있었구나. 정말 신기하다”를 연발하며 사진으로 찍어 온다.

핼러윈은 아직도 꽤 남았는데 여름이 지나자마자 모든 가게들이 앞다투듯 핼러윈 복장이며 소품들을 판매하느라 바쁘다. 하다못해 일 달러짜리 물건들을 주로 파는 가게도 호박판이다. 일 년 내내 여름 같은 날이 더 많은 지방에서 그나마 즐길 거리를 찾으려는 것이니 귀엽기도 하고 좋게 보아 넘기긴 하지만 너무 호박만 가득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 p.65

멀리 등대를 등지고, 파도는 내 코앞까지 순식간에 밀려왔다 나간다. 등대가 깜빡, 깜빡, 제 위치를 알려준 그 순간 이후, 이상하게도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파도가 무섭지 않았다. 이제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것 같았고, 최소한 내가 지금 육지에 발을 딛고 있다는 안도감도 들었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등대의 초록 불빛은 유럽에서 아메리카로, 동부에서 서부로 길을 떠난 사람들과 데이지처럼 이미 떠나 버린 옛 연인을 기다리는 개츠비의 희망을 상징한다. 그것은 누군가에게는 헛된, 또 누군가에게는 허황된, 누군가에게는 결코 이루어지지 못하는 ‘미국의 꿈’들이지만, 그러나 언제든 어디에든 초록 불을 깜빡이며 희망의 상징이 되어 줄 등대는 존재해야만 하는 것 같다.
--- p.132

저녁을 먹고 동네 한 바퀴를 돌다 보니, 집 앞에 아무 구경거리도 없는 집들도 꽤 있는데 그렇다고 그 집들에 온기가 없어 보이지는 않았다. 알고 보니, 성탄절 이브에는 대부분 현관문 앞의 등을 밤새 켜 둔단다. 산타와 루돌프가 있든 없든, 종교가 같든 다르든(대부분은 같은 종교이지만) 현관문 앞 불을 환히 켜 둔 주민들.

이 마을에는 사실 많은 멕시칸들과 몇몇의 아시아인들이 모여 사는 편인데, 어쩔 수 없이 백인들이 주를 이루는 타운과 분위기는 조금 다르긴 하다. 특히나 아시아인들이 좀 더 사는 골목의 집들은 거의 아무 장식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집들도 12월 24일 밤에는 현관문을 밝히어 성탄을 축하하는, 약간의 동료애를 보여 주니 좋다. 짧은 동네 산책을 끝내고 돌아오니 밤이 깊었다. 밤은 깊고 마을은 고요하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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