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계산 가능할 수 있는 것과 계산 할수 없는 것에 대해 말한다. 나는 일반적인 이론을 말하는 대신, 일련의 역사적인 에피소드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이 에피소드들은 컴퓨터 계산n과 디지털 미디어의 방대한 기록 창고 속 이야기들을 건져낸 것이다. 이를 통해 컴퓨터 계산이 어떻게 성공하는지 혹은 실패하는지, 디지털이 어떻게 번성하며 동시에 위축되는지, 네트워크가 어떻게 상호연결되면서, 또한 마모되어 서로 멀어지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계산불가능성’은 특히 20세기 들어 다른 의미를 더 포함하기 시작했다. 그 중 두 가지는 합리성의 한계와 실질적인 한계에 대한 것이다. 합리성에 대한 반발은 분명, 합리성 그 자신만큼이나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리성에 대한 20세기 초의 역설들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일련의 한계들을 마주할 수 밖에 없었다.”
“태양을 사진가라고 생각하는 것은 멋진 일이다. 그렇지만 고티에는‘하지만 태양은 조각가다! 이 경이로움 앞에서 상상력은 뒤흔들리고야만다’고 생각했다.”
“디지털을 이산적인 단위에 의해 표현되는 어떤 상태라고 정의한다면, 사진조각과 동체 사진법은 분명 디지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동체사진법은 시간에 따라나눠서 찍은 일련의 사진들에 의해, 사진조각은 회전축을 중심으로 찍은 사진들에 의해 디지털이 된다.”
“카메라의 렌즈를 고려해보자. 깊이에 대해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 망원렌즈는 가장 심도가 얕은 평평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와 유사하게, 반복되는 팔림프세스트에서 기술적으로나 기호론적으로 모두 x나 y축으로의 전파는 z축의 시간적인 깊이 때문에 위축된다. 결국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 보이는 것조차도 동시에 깊이를 가지게 된다.”
“사진은 결국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었다. 브라우네와 피셔는 그들의 데이터 더미를 새로운 방식으로 활용했다. 윌렘이 조각을 만들기 위해 사진을 활용했듯이, 브라우네와 피셔는 모형을 만들기 위해 사진을 사용했다.”
“컴퓨터는 중복이라는 형태로 자신을 드러낸다. 시점을 곱절로 만들어 이를 공간에 분산시키고, 연속적인 시계열보다는 병렬적으로 순간을 저장하는 것을 선호한다.”
“크럼브 기계와 마찬가지로, 드로보이의 본질은 암호화된 기판을 순서대로 ‘읽어서’ 잉아를 오르락내리락 하도록 해 특정한 직물을 만들어내는 메커니즘이다. 이 지점에서 물질은 정보와 맞닥뜨리게 된다.“
“미디어의 역사를 되짚는 과정에서 컴퓨터를 베틀과 동일선상에 놓는 것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만, 배비지 자신이 쓴 은유는 베틀이나 혹은 다른 기계가 아니라 엔진이었음이 분명하다.“
“‘수학의 역사에는 오직 소피아 코발렙스카야와 에미 뇌터, 두 명의 여성만 존재한다. 전자는 수학자가 아니었고, 후자는 여성이 아니었다.’ 헤르만 바일의 악명 높은 농담은 수학에서 여성에 대한 통념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여성 수학자는 없다. 아무튼, 없다.”
“현대의 이진법은 궁극적으로는 가짜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에서 0과 1은 단순한 산술계산 수준에서 대칭을 이루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이진법은 근본적으로 호환될 수 없기 때문에 서로 접하게 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어둠이 존재한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우리는 불투명한 것이 부상하는 것과 투명한 것이 몰락하는 것을 좌시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도 선언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질문을 하기 위해 내린 결정을 철회하는 것이다. 대신 질문을 던져라. 이 영원은 무엇인가? 껍질과 껍질을 벗겨버리는 것, 위장과 범죄로 세상을 가득 채우는 이 블랙박스는 무엇인가? 이것은 우리의 적인가, 혹은 우리는 적의 편에 서 있는가? 이것은 새로운 허무주의일 뿐일까? 아니, 전부 다 틀렸다. 이것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사랑이다.”
“그렇지만 이것이 인문학을 단순히 기계적인 암기로 그치게 만드는 디지털화를 옹호한다는 뜻은 아니며, 모든 아이들에게 노트북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무비판적인 ‘도구의 선택’이나 인지 과학, 신경과학, 컴퓨터 과학 혹은 다른 곳에서 차용한 실증주의적 연구방법이 꾸준히 우리를 잠식해오는 것만큼 인문학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우리는 학계가 구글화 되는 것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여야 한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