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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미 글 / 홍보라 그림 | 봄마중 | 2023년 03월 2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18건 | 판매지수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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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80쪽 | 236g | 165*225*6mm
ISBN13 9791192595139
ISBN10 1192595130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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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었나 봐. 진짜 같았는데 꿈이었어.”
아쉬운 마음에 이불을 휙 들춰 보았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눈부시게 반짝거렸던 내 구슬 두 개. 아직도 금구슬과 은구슬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손바닥에 닿았을 때의 묵직한 느낌도, 너무 무거워서 쿵, 하고 주저앉았을 때 그 얼얼한 느낌도 아직 엉덩이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 p.11

“형이 옛날이야기 해 줄게.”
그제야 진우가 순순히 따라 나왔다. 진우를 식탁으로 데리고 와서 우선 밥을 먹였다. 밥을 먹어야 옛날이야기를 해 준다고 했더니 순순히 숟가락을 들었다.
“어떤 이야기 해 줄 건데?”
“음……. 도깨비방망이.”
--- p.17

“으악!”
비둘기 똥이었다.
‘한 발만 더 빨랐으면 머리에 떨어졌을 거야.’
비둘기 똥을 피하다니. 진짜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비둘기 똥이 내 머리에 떨어졌다면 나는 슈퍼도 못 가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거고, 머리도 감아야 하고, 머리를 감는 김에 샤워를 하게 될 거고, 머리 말리고 옷 갈아입는 사이에 어영부영 시간이 흘러갈 거다.
--- p.26

“앗! 내 과자.”
강아지 짓이었다. 웬 강아지가 나타나 과자 봉지를 건드린 거다. 뭘 잘했다고 겅중겅중 뛰기까지 했다. 비둘기들이 꾸꾸꾸 소리를 내며 가까이 모여들었다. 나는 얼른 과자 봉지를 집었다. 아, 이런. 내가 잡은 곳이 하필 과자 봉지 아래쪽이었다. 재빨리 바로 잡았지만 너무 늦었다. 겨우 과자 두 개만 건졌다.
--- p.38

“진짜 오늘 있었던 모든 일들이 꿈 덕분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엄마가 크게 웃었다.
“엄마, 나 선물 뭐 해 줄 건데?”
“음, 쓰담쓰담 세 번. 이리 와.”
나는 곧바로 엄마 품에 안겼다. 진우에게 빼앗겨 좀처럼 기회가 없었던 나에게 이런 행운이. 엄마가 나를 안고 머리를 세 번 쓸어 주고, 등도 톡톡 두드려 주었다. 이건 500원보다 훨씬 좋은 행운이다.
--- p.57

“어때? 네 꿈 팔 거야, 안 팔 거야?”
“뭐 줄 건데?”
“글쎄. 뭘 원해?”
여러 가지 생각이 오락가락했다. 아직 오늘 남은 시간이 많은데 여기서 꿈을 내려놓기가 아깝다는 생각. 요즘 내가 가장 갖고 싶은 것은 2층 침대라는 생각. 그런데 그건 진우가 엄마와 떨어져 잘 수 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게임을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하게 해달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너무 싼값이다.
--- p.62

“아빠, 나 형이랑 자도 돼?”
아빠가 진우를 안고 한 바퀴 돌면서 대답했다.
“되고말고. 진우가 앞으로 쭉 형이랑 같이 자면 2층 침대 사 줘야지.”
“그럼 나 2층!”
--- p.71

꿈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았으니, 더는 행운이 오지 않을 텐데도 기분이 좋았다. 나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따뜻한 눈빛과 재미있어 하는 표정 때문인 것 같았다. 진우는 어느새 내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작고 말랑한 손이 내 손 안에서 꼬물꼬물 움직였다. 형, 하고 부르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동생은 행운이야.’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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