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정책 없었던 역대 정부
청년기는 현재의 자기 기반이 없거나 턱없이 부족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감 속에서 대학 진학이나 취업, 결혼과 출산 같은 인생의 중대사를 결정해야하기 때문에 그 어느 시기에나 힘든 때이다. 그런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즉 1980년대 초~2000년대 초에 출생한 세대)의 고충은 유독 심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3포(연애 · 결혼 · 출산 포기) 세대 운운하더니, 얼마 전부터는 ‘7포(연애 · 결혼 · 출산 · 내집마련 · 인 간관계 · 꿈 · 희망 포기)세대’가 등장하고 있다. MZ세대에서는 ‘이생망’ (이번 생은 망했다), ‘혐생’(혐오스러운 인생), ‘잉여’, ‘헬조선’이라는 말 들이 공공연하게 쓰이고 있다. 부유한 부모가 없다면, 내 집이 없다면, 재테크로 벼락부자가 되지 않으면 이 나라에서는 꿈도 희망도 미래도 없다는 MZ세대가 과 연 유난히 유약하고 유독 불평불만이 많은 것일까? 한 세대, 그것도 MZ세대를 아우르는 자학과 부정과 절망의 뉘앙 스는 절대로 일반적인 상황이 아니다. 이미 수 년 전부터 청년세대 가 보내온 시그널을 놓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기대할 수 없다. 국가는 그 존재의 필수요건인 국민,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구 성원인 청년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소극적이었던 청년 일자리 만들기 먹고 사는 것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꿈과 희망, 평화와 번영은 생존의 문제 앞에서 신기루에 불과하다. 일(노동)을 해야 돈을 벌고, 돈을 벌어야 살 수 있는데 그 일자리가 부족하다. 대다수의 MZ세대 는 오직 ‘밥 먹는 데만’ 온갖 신경을 써야 겨우 살아갈 형편에 처해 있다. MZ세대의 일자리는 최악의 상황이다. 청년층(15~29세)의 2020 년 10월 실업률은 8.3%이지만 체감실업률(잠재취업가능자와 잠재구직자 포함)은 21.5%였고, 2021년 MZ세대의 체감경제고통지수는 무려 26%에 달했다. 많은 젊은이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시작할 기회조 차 얻지 못하고 있다. 다만 단기 및 비정규직 중심으로 일자리가 증 가했을 뿐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취업 시장은 이미 쑥대밭이다. ‘코로나-19’라는 세기적 팬데믹의 후폭풍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세계적 불경기, 이상기후로 인한 재난과 식량난 등 전 세계적인 경제 경색 이슈들은 일자 리를 더욱 축소시키고 있다. 2023년 국내 대기업들은 높은 수준의 정리해고를 실시하고 있으며, 신규 채용의 문 역시 더 좁아져 구직 자가 몰려 있는 20대와 30대의 취업난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정부의 청년을 위한 정책으로는 을 들 수 있다. 2020년 8월 5일부터 시행된 이 법은 청년의 범위를 만 19~34세로 정하고, 청년기본법 7조에서, 이 법은 ‘청년발전 및 청년지원을 도 모하고 청년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또한 청 년세대를 위한 구직활동 지원금 · 행복주택 · 저금리 학자금대출 · 청년 희망키움 통장 등의 지원 정책도 있다. 그러나 이는 청년의 일자리 확장과 취업률 상승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 결국 정부와 기업이 함께 고민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MZ세대의 실업 문제는 대기업-중소기업, 수도권-비수도권 간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근본적이고 실제적인 변화를 기대 하기 어렵다. 청년의 일자리와 그들의 노동력은 기업과 국가의 미 래라는 것을 함께 인식해야 한다. 정부와 지방정부, 기업과 산업체 의 동시적인 인식 전환과 일자리 만들기 협력을 위한 대승적인 협 동이 필요하다. 세워주지 못했던 한국의 청년상(靑年像) 청년상은 청년 개개인의 개인지향 요소와 청년 삶의 기저인 사회 및 국가지향이라는 두 요소에 바탕 한다. 즉 개인적 열정과 사회 및국가라는 공동체가 결합됨으로써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기성세대는 주요 결정에 있어 어리고 경험이 적다는 이유를 들어 젊은 세대를 손쉽게 배제해 왔다. 그러나 국가의 존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 는 낮은 출생률 등에 대해서는 젊은 세대에 책임을 물어왔다. 도처에 깔린 불공정과 배금주의는 외면한 채 청년세대의 유약함을 지적 해왔다.
MZ세대가 국가의 주요 구성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MZ세대의 창의적 도전 정신을 사회 안전망 구축에 포함, 참여시켜 승자독식 (勝者獨食) 분위기를 쇄신해야 한다. 여태껏 그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했던 점을 반성해야 한다. 희망은 고통을 겪는 인간을 위로할 수 있다. 위로 없이 낭패감만 많아지면 심리적 격리불안(隔離不安)으로 발전한다. 희망을 도둑맞은 청년이 늘어갈수록 청년의 사회적 무관심, 불신감, 자학증은 팽배해 져서 저열한 지도(指導)나 강제(强制)에 쉽게 복종되고 이끌려가게 된다. 꿈은 좌절을 멀리하게 만든다. 그러나 요즘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아)로 ‘빚투’(빚을 내 투자)하는 모습은 진정 한 꿈이 아니다. 깨고 나면 더 깊은 좌절로 몰아넣는 유혹일 뿐이다. 국내 사정 및 국제사회 환경의 가파른 변화로 말미암아 이제 기 성세대는 3세 자녀들의 미래까지 우려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늦었 지만 내일이면 더 늦는다’는 인식과 ‘하루라도 빨리 변해야 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기성세대에게도 청년세대에게도 책임과 의무가 필요하다. 더욱 험난해 질 MZ세대의 미래를 염려하면서, 대한민국의 청년 들이 인종적 차별이나 물리적 장벽을 이겨내는 탈진영, 탈이념, 특 정 집단으로부터 벗어나 보편적인 포용과 이해를 갖춰주기를 희망 한다. 아울러 기성세대는 그들을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 인 정하여 한국적인 청년상을 세워나가는데 비록 늦지만 앞장서야 할 것이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