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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배기 농사꾼의 늙은 꿈

엇배기 농사꾼의 늙은 꿈

b판시선-05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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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25쪽 | 212g | 124*194*20mm
ISBN13 9791192986029
ISBN10 119298602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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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평화 그리고
자유와 인권을 주창하면
혁명에 반하는
개량주의라 생각하여
혁명을 망치는 독이라 여겼다

이제 혁명이 떠난 그 자리에
탐욕과 권력이 요동치고
그런 자신을
아직도 역사의 정의라고 속이며
순결로 포장하여
자신과 시대를 능멸하고 있다

어느덧 뒤돌아보니
나의 친구들,
진보팔이 구더기 똥통에 빠져
아직도 허우적대며
위선의 구린내 풍기고 있구나
사욕으로 포장된 개혁을 내세워
그렇고 그런 사기 행각으로
구차한 명줄 이어가고 있구나

그대들,
열불 나게 빨아대는 권력의 빨대에
입 안이 다 헐었구나
알량한 퇴물이 된
지난 경력과 책 몇 권으로
세상을 농락하지 말지어다
---「패배자의 고백」중에서

산길 걷다 마주친
겨울이 슬픈
산짐승의 눈빛이 싫다
행여 해코지당하지 않을까
걸음마다 뒤돌아보는
두려운 눈빛이 싫다
배타적 영역에서 쫓겨나
생존의 절박함에 찌든
처절한 눈빛이 싫다

언젠가 떠나고 말 거라는
순리를 모를 리 없지만
서럽고 아쉬운 오늘이 있기에
아픔 가시지 않는
지금의 눈동자가 멈추지 말기를
어두워지는 하늘에 빈다

하여 금방 떠나더라도
사랑의 자취만큼은
걸어온 산길 끝나기 전
네 가슴에 남기고 싶다
---「네 눈빛을 알고 있다」중에서

말라가는 수선화 꽃잎
고개 드는 데 힘에 부쳐
제 솟아난 땅으로 내리고

따사한 봄볕에
황금빛 향기 뿜어대던
살얼음 밤바람 시원했던
엊그제 기억이 또렷한데

곁에 머물던 달빛도 저물고
꽃잎에 이슬 찾아온 날도
아침 새소리 함께 할 날도
그대 발자국 소리 들을 날도
손꼽을 만큼 남았는데

꽃 피우던 시절 지나니
힘겹게 고개를 더욱 내리고

여태 고집스레 지켜온 것,
고개 들어 교만하지 않고
고개 숙여 비굴하지 않았던 것
---「수선화에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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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 시인 신언관에게 농사의 마음은 곧 신심(信心)이요 시심(詩心)이다. 온갖 이데올로기가 인류의 미래를 약속하고 가상 공간과 실제가 병존하는 메타버스의 시대에도, 수억 년 빙하 속에 갇혀 있던 바이러스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팬데믹의 시대일수록, 시공을 관통하는 불변의 이치가 있다면 먹거리의 생산이다. 그래서 시인은 오늘도 “삽자루 잡고 일할 기력 있을 때가 행복한” 것이라며 비록 엇배기라도 농부로서 살아가길 다짐한다. 시인은 “꼽추의 형상으로 비쳐진 제 그림자 보고 분노할 줄” 모른다고 스스로를 질책한다. 부단한 성찰을 통해 자신을 담금질하는 노력이 여러 편의 시에 녹아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눈이 번쩍 뜨이게 한다.
-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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