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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

지아오 보 저 / 박지민 역 | 뜨란 | 2000년 04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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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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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0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47쪽 | 크기확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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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검이 몇 가지 과목의 시험 점수가 별로 좋지 않다고 걱정을 털어놓자 아버지는 즉시 [맹자]의 한 구절을 외웠다.

'일에는 사람이 할 수 없는 게 있고 하지 않는 게 있다. 그러므로 할 수 없는 일은 연연하지 않되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열심히 하다 보면 다 된다. '
--- p.27
아버지는 목수였다. 겨우 ‘논어’를 떼고 ‘맹자’를 배울 무렵, 생계를 위해 톱을 잡아야 했다. 대학을 나온 그의 아들은 사진기자가 됐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들 덕분에 처음으로 사진기를 구경했다. 아들이 맨 처음 찍은 부모의 사진은 아버지가 톱질하는 모습, 어머니가 손자의 첫 걸음마를 떼주는 순간, 그리고 양친이 평생 처음으로 찍은 부부사진이었다.

중국 런민일보 사진기자 지아오 보. 그가 78년부터 20여년을 찍은 부모의 사진과 그들에 대한 기억을 묶은 책이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뜨란)다. 부친의 연세는 올해 여든 다섯, 모친은 여든 일곱이다. 베이징에 사느라 산뚱의 고향마을에서 늙어가는 부모를 돌보지 못해 걱정하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말한다.
--- p.
10년 전 어머니의 생신날이었다. 나와 누나는 생일 케이크를 사 가지고 집에 내려갔다. 가족들이 축하주를 한잔씩 마시고 케이크를 먹을 차례가 되었다. 어머니는 생전 처음 보는 생일 케이크를 부엌칼로 자르려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알맞게 조각으로 나눠지기는 커녕 케이크 위에 이리저리 칼자국만 남았다.

어머니는 한숨을 쉬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건 꼭 두부 같구나. 죽처럼 돼 버리는 이딴 걸 뭐하러 사와? 쓸데없이 돈만 쓰고.... 차라리 집에서 쪄먹는 떡이 훨씬 보기도 좋고 맛있겠다."

작년 85세 생신 때도 나와 누나는 붉은색 크림으로 '목숨 수(壽)'자가 써진 큰 케이크를 준비했다. 우리 가족은 케이크에 울긋불긋한 갖가지 색깔의 초를 꽂고 모두 둘러앉아서 손뼉을 치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촛불을 끄는 어머니에게 서양식으로 환호를 지르며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어머니는 풀이 죽어 있었다. 케이크의 촛불을 입으로 몇 번씩이나 불어 간신히 껐기 때문이다.
"옛날엔 등잔불도 단번에 끌 수 있었는데.... 이제는 이까짓 작은 촛불도 제대로 못 끄다니! 늙어서 다 빠진 이빨 사이로 자꾸만 바람이 새는구나."

어머니의 얼굴이 쓸쓸해 보였다.
--- pp.104-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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