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의 땅 찾기 어렵다고 어찌 한스러워하리
참된 모습 분명 이 산에 있을 거야
하늘과 땅 사이 자리해 넉넉하게 받아들이고
산수를 넓게 거두어 아스라이 끌어당겼네
세월이 몇 해던가 솔과 대는 오래되고
시 짓고 술 마시던 그 때의 벼루도 말라가네
편안하게 난간에 기대어 멀리 바라보니
세상 소식은 끊겨서 막혀 있구나
瀟灑翁 題詠 소쇄옹 제영
丹丘何恨訪尋難 단구하한방심난
眞界分明此一巒 진계분명차일만
曠占乾坤寬納納 광점건곤관납납
恢收山水引漫漫 회수산수인만만
風霜幾歲松筠老 풍상기세송균로
詩酒當年筆硯乾 시주당년필연건
散倚曲欄流顧眄 산의곡란유고면
世緣消息絶來干 세연소식절래간
이 제영시는 소쇄원에 현판으로 걸려있는 시이다. 소쇄옹은 이 시에 대하여 하서 김인후가 화답한 한시 「양형 언진을 찾아와 임정에서 글을 쓰다/ 訪梁兄彦鎭題林亭」도 남아 있는데, 이 시와 바로 이어서 소쇄원에 하나의 시판으로 만들어져 있다. 같은 ‘한寒’ 운으로 되어 있는 시이기에, 소쇄원 제영시라고도 여겨지지만, 여기서는 그냥 현판의 쓰임대로 ‘소쇄옹 제영’이라고 남겨 둔다. 소쇄원을 조영하면서 비교적 늦게 지은 시로 보인다. 그런데 이 시는 「면앙정 제영」이라고도 알려져 『면앙집』에도 실려 있고, 또 면앙정에 시판으로도 걸려있다.
단구丹丘 : 밤이나 낮이나 항상 밝은 곳으로, 선인仙人이 산다는 전설적인 땅을 가리킨다. 신선의 땅을 말한다.
양산보의 호는 소쇄옹(瀟灑翁)으로 소쇄원 원림의 창건자이다. 그의 부친 창암 양사원이 지금의 소쇄원 앞인 창암 마을에 이주해 와서 살았기 때문에 양산보는 창암 마을에서 성장하였다. 15세 때 서울에 가서 조광조의 문하에 있다가, 기묘사화가 일어나자 낙향을 하고 은둔하였다. 이때 면앙정 송순, 하서 김인후 등 여러 문인들과 깊은 교유를 하면서 원림을 만들어나갔다. 지금 소쇄원 내원은 아름다운 건물들, 산책할 수 있는 길과 꽃과 나무 등이 잘 가꾸어져 있다. 한편 그의 많은 작품들은 정유재란을 당하여 아쉽게도 다 사라지고 말았는데, 현재 세 편의 작품만이 남아 있다. 이 책의 앞부분에 싣는다.
---「소쇄옹 제영」중에서
연이은 산봉우리 그 사이 흐르는 시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가롭구나
너른 들판 펼쳐진 절벽 위에 누정 있어
소나무 사이 좁은 길 집의 섬돌에 닿네
넓은 들을 비춘 불빛은 모두 내가 보는 달
온 하늘을 덮은 구름은 모두 인가의 연기
청평한 승경 모든 것을 거두어들이니
푸른 들과 동쪽 산은 웃음 짓게 한다네
?仰亭 題詠 면앙정 제영
???山混混川 즉즉군산혼혼천
悠然瞻後忽瞻前 유연첨후홀첨전
田墟曠蕩亭欄斷 전허광탕정란단
松逕??屋?連 송경위이옥체련
大野燈張皆我月 대야등장개아월
長天雲起摠人烟 장천운기총인연
淸平勝界堪收享 청평승계감수향
綠野東山笑?傳 녹야동산소만전
현재 소쇄옹의 한시는 앞의 소쇄옹 제영, 면앙정 제영 그리고 장편의 「효부孝賦」등 모두 세 작품이 남아 있다. 이 면앙정 제영시는 『면앙집』권7에 「차면앙정운次?仰亭韻」으로 실려 있고, 현재 면앙정에 현판으로도 걸려있다. 『소쇄원사실』에 「내종형님 면앙정(송순)과 김형 후지(김인후)와 함께 읊다/ 內兄?仰亭與金兄厚之共賦」라고 되어 있다. 면앙정을 읊은 시이지만 소쇄옹 양산보의 시이기에 여기에 함께 싣는다. 한편 1553년에 담양부사를 하던 오겸은 송순의 면앙정 중창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 중창이 이루어진 후에 시회가 크게 열렸고, 여기에서 「면앙정 차운시」나 「면앙정 30영」 등이 읊어졌다. 이 시도 그 당시 소쇄옹이 면앙정을 중창한 기념 제영으로 남긴 것으로 추측된다.
즉즉(??) : 잇닿을 즉. 연이어 있거나 우뚝 솟은 모습이다.
체련(?連) : 섬돌 체(?), 이을 련(連)으로 섬돌에 닿아 있다는 말이다.
---「면앙정 제영」중에서
아득한 천지 사이에 지극한 이치 두루 퍼져
수달도 보본하고 여우도 수구하네
하물며 사람으로서 근본을 모르랴
제 몸이 중하다면 자신은 어디서 나왔으며
천금의 눈과 얼굴은 어디서 이루어졌을까
(첫 부분임, 이하 생략)
孝賦 효부
茫茫兩間 至理周流 망망양간, 지리주류
淵獺報本 野狐首丘 연달보본, 야호수구
?伊人矣 敢不自求 신이인의, 감부자구
莫愛者身 身是誰由 막애자신, 신시수유
千金面目 成起何籍 천금면목, 성기하적
(이하 생략)
---「효를 노래하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