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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괴산의 시골버스 기사입니다

: 시골버스 운전석에 앉아 적어 내려간 묵묵한 운행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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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3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238쪽 | 264g | 128*188*20mm
ISBN13 9791197659614
ISBN10 1197659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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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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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마을 앞 승강장에서 낯이 많이 익은 학생이 버스에 올랐다. 자세히 보니 우리 아들놈이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로 얼굴 반을 가렸으니, ‘저놈이 내 아들인지, 이놈이 내 아들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아들놈이 버스에 오르자마자 단말기에 카드를 척 갖다 대었다. “안녕하세요.” 단말기에서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일반은 ‘감사합니다’, 청소년은 ‘안녕하세요’, 어린이는 ‘반갑습니다’이다. 그래서 소리만 들어도 누가 버스에 승차했는지 대충 알 수 있다) “아들아! 아빠가 운전하는 버스인데 요금을 꼭 내야겠니?” “이 버스가 아빠 것은 아니잖아! 남들과 똑같이 대해줘!”
--- p.27

“개를 멕이질 말던지.” 청천 터미널에서 버스에 오르시는 할머니의 푸념이다. 그것도 시골버스 기사가 잘 듣게 큰 소리로. 앉아 계시던 승강장 벤치 옆에는 큼지막한 개 사료 한 포대가 기대어 있었다. 아마 버스가 도착하기 전, 사료를 파는 가게 사장님이 먼저 옮겨놓은 모양이었다. 힘없는 노인이 20여 킬로그램이 되는 개 사료 포대를 옮기려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아 입에서 자동으로 나오는 푸념이었다. 당신 한 몸도 가누기 힘든 노인이 거대한 개 사료 포대를 들고 버스에 오르기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 p.80

충돌사고가 날 경우 운전기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보존키 위하여 핸들을 좌측으로 꺾는다고 하여 버스에서 가장 위험한 좌석은 버스 기사의 우측 좌석, 즉 조수석이고 안전한 좌석은 버스 기사 바로 뒷좌석이라고 이야기들을 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가 통계적으로 검증되었거나 학자의 연구로 보고되었다는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 시중에 떠도는 썰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p.111

버스 기사들은 아침, 점심, 저녁을 거의 회사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그런데 회사 구내식당의 메뉴는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 항상 그날이 그날이다. 단조로운 메뉴에 싫증을 내는 버스 기사도 간혹 있지만 매일 먹어도 배탈 한번 난 적이 없고 집밥 같아서 편안하고 좋다. 배차된 버스가 하루 종일 터미널에 들어올 일이 없는 노선인 경우 외부 식당에서 밥을 사 먹는 경우가 있다.
--- p.148

여름을 부르는 봄비가 촉촉이 내린다. 이런 날이면 남한강 줄기 두물머리 근처 고급스러운 카페의 넓은 유리창을 흘러내리는 빗물을 보면서 사랑하는 그녀와 향기로운 커피를 한잔 마시면 좋겠다. 나는 특별히 카푸치노를 좋아하는데 이 커피는 테이크아웃 해서 빨대로 빨아 먹으면 절대 안 된다. 빨대로 흡입하면 층층이 쌓인 거품과 시나몬 가루를 동시에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무늬가 없는 백색의 커다란 잔에 입을 대고 달콤하고 향기 나는 시나몬 가루와 부드러운 거품, 그리고 진한 커피를 동시에 쭉 들이킬 때 진정한 카푸치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를 마실 때 입술에 묻은 부드러운 거품은 상대방의 키스를 부르는 입술로 변한다.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확대 해석은 하시지 말기를.)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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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기사가 운전하는 버스를 탄 적이 있다. 이제 그가 쓴 글도 읽는다. 한 기사와 함께한 두 길 모두 만족스럽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둘 중 하나, 여러분도 그와 함께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 김정일 (SBS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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