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빛을 찾아 떠나는 여행
- 유서영 (berrius@yes24.com)
"창조적인 삶은 멋진 삶, 그러나 그 대가는 쪼들리는 삶이다. 이건 신경질쟁이 상사가 내리는, 삶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명령을 받드는 대신 하루하루 자기 마음이 이끄는대로 살기 위해 치르는 어쩔 수 없는 대가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리는 꿈을 좇는 삶이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힘겹게 일궈낸 현재의 안정 역시 허망한 꿈과 맞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원하는 자유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래서 짧은 여행을 떠나거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의 삶에 빠져들기도 한다. 여행과 드라마가 끝나고 돌아오면, 변함없는 현실이 우리를 반긴다. 공허함보다 불행한 것은 우리가 꿈꾸었던 것이 무엇인지, 또 지금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스물한 살에 결혼, 스물넷에 취직, 스물다섯에 첫 아이 그리고 스물여덟에 집 장만. 거기서부터 완벽한 차, 완벽한 정원, 완벽한 양복, 완벽한 가방이 불안한 영혼을 치유하는 약'이라고 믿었던 저자는 마흔다섯에 봉급쟁이 생활에서 '탈출'해 글쓰기를 꿈꾼다. 그들의 삶은 낭만적이었지만, 빚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그러한 우울함을 계기로 삶의 빛을 찾아 마티스의 흔적을 좇기로 한다. 마티스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도, 그의 글을 따라가면 풍요로운 빛의 향연에 초대받는다. '죄악시될 정도로 무르익은 분홍색과 보라색, 진동하는 파란색, 달아오른 주황색'을 상상하며 어느새 마음 설렌다.
책은 여행을 선사한다. 조잡스런 길에서는 급히 서둘러 갈 수도 있고, 마음을 만지는 길목에선 하루고 이틀이고 내킬 때면 일주일 씩이라도 쉬어갈 수 있다. 그런 책이 있다. 빨리 읽어버리고 싶지 않은 책. 경험과 얕은 지식을 온전히 모아 한 대목 한 대목을 소중히 읽고, 그 안의 새로운 나를 찾고 싶은 책이 있다. 그것은 어둠에서 빛을 찾아가는 여행과 같다.
빛과 삶에 대한 탐구, 파리의 골목과 프랑스식 정찬, 그리고 어느 섬의 형언할 수 없는 구름과 지중해의 햇살 말고도 이 책의 미덕은 하나가 더 있다. 빛을 찾는 여행이 가진 그림자를 감추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세금고지서를 정리하고, 고향의 집을 팔면서 스트레스와 슬픔에 괴로워한다. 돌아갈 곳이 없는 여행이라니. 한편으로는 귀족적인 휴양지에 어렵게 예약한 호텔방이 허름해서 도망친다는 비겁함도 숨기지 않는다. 빛을 위해서. 실은 그 허름함을 받아들이는 것이 두려워서.
여행의 끝에는 빛이 있을까? 아니면 한결 더 허름해진 삶이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생각해본다. 여행을 떠날 땐,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애써 확인하려 그 멀리 떠나는 것이라고. 혹은 환경과 나 자신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떠나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