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위에 떨어진 물감 한 방울.
고요하고 투명한 상태가 어느 순간 물들어가는 것. 번짐이 만들어내는 것이 어둠일지, 수려한 꽃잎 같을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이란 오묘한 색상과 규정지을 수 없는 모양을 가지지 않았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모양과 색깔」중에서
최근의 일이다. “소희 님은 연인이 있으세요?” 새로 입사한 동료와 함께 식사를 하던 중 질문을 받았다. ‘음, 연인이라…’ 낯설었다. 드라마나 책에서 볼법한 단어를 현실에서 맞닥뜨리니 조금 간지럽기도 했다. 여자와 대화를 나눌 때면 상대의 애인을 ‘만나는 사람’ 아니면 ‘남자친구’라고 칭하는 것이 익숙했던 터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찰나의 낯간지러움도 잠시, ‘연인’이라는 단어를 꺼내며 풍긴 조심스러움도 감지됐다. 이후 몇 마디 더 나누어보니 앞에 있는 이 사람이 왜 그 단어를 선택했는지 느낄 수 있었다. 배려였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남자일지, 여자일지 모르는 상태에서 하나의 성별로 특정 짓지 않은 것. 혹시 모를 실례를 범하지 않는 것.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대화를 위해 그녀 나름, 배려의 표현을 썼던 거다.
---「최근 자주 쓰게 된 단어, 덜 쓰게 된 단어가 있다면」중에서
감사, 이해, 존중, 존경, 배려, 마음, 충돌, 신뢰, 대화, 표현
---「사랑과 연상되는 키워드 열 가지」중에서
할 일은 많은데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 요즘. 주변에서 받은 긍정 에너지, 부정 에너지. 그 어느 것도 내 안에서 건강하게 소화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엄마한테 불안함에 대하여 툭 터놓았다. 보통 욕심이 많은 사람들이 지금보다 나아지려고, 더 가지려고, 더 잘하려고, 가지고 있는 걸 놓치지 않으려고 불안해한다고. 살아가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니 그렇다고. 굳이 불안해하지 말라고 애쓰지 말라고 한다. ‘그냥 대충 살아. 아무렇게나 살라는 게 아니야. 모든 일에 애쓰지 마 소희야’, 쉽게 바뀌진 않겠지만 뭐든 내려놓아야지. 흘러가는 대로 가게. 엄마는 열심히 하라고 응원해 주기 보다는 덜 열심히 하라고 말해주는 편이다. 몸과 정신을 괴롭게 하는 건 언제든 가차 없이 떠나보내기 위해서 오늘도 엄마에게 전화를 건다.
---「온 마음을 다해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는 사람」중에서
운동을 하던 사람, 영상을 하던 사람, 마케팅을 하던 사람, 커피를 하던 사람, 광고를 하던 사람. 만나보았던 사람들을 이렇게 단순하게 표현하기엔 참 별로지만, 직업적인 관점으로만 풀어본다면 그들의 업은 이랬다. 영상을 하는 사람은 어떤 장면을 보고 마음에서 울림을 얻는지, 마케팅을 하는 사람은 어떤 장소를 찾아다니는지, 커피를 하는 사람은 하루를 어떻게 시작하는지. 만났던 이들을 통해, 덕분에 나는 어깨너머로 그들의 삶을 경험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과 연애를 해보라는 말을 나는 이렇게 느꼈다. 다양한 사람의 삶을 가까이에서 간접 체험할 수 있으니, 마음껏 즐겨보라고.
---「내가 사랑하는, 혹은 사랑했던 사람들에게 있는 공통점」중에서
친한 동생 중 하나는 학생 때부터 엄청 다양한 일을 하곤 했다. ‘왜 그렇게 여러 가지 일을 하냐’ 궁금해서 물었다. 다양한 삶을 경험해 보는 것이 목표라며, 세상의 많은 역할이 되어보고 싶다고 했다. 일일 아르바이트생, 대표, 후배, 선배, 딸, 동생,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사람, 사랑을 해 본 사람. 인생에서 하나둘 경험이 쌓일수록 공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많아진다. 여러 경험을 토대로 한 나의 공감 능력 수치는 약 65% 즈음이 아닐지.
---「나의 공감 능력을 수치로 표현해 보자면?」중에서
집으로 비유하고 싶다. 거실과 주방은 함께 쓰되 각방이 있는 사이. 식사를 하고 TV를 보는 즐거움은 함께 나누되 사색에 잠기고, 분노하고, 차분하게 하루를 돌아보는 일은 나의 경계선 안에서 할 수 있는 것. 물리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적당한 거리감은 때로 서로를 더 안정감 있게 만들어주기도 한다.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한 적정한 거리」중에서